정 총장은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서울대 발전 계획을 설명했다. 그 동안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정 총장은 파격적인 내용을 잇따라 발표하며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정 총장이 발표한 주요 내용은 현재 4천여명 수준의 학부 정원을 1천여명 정도 줄여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겠다는 것. 정 총장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원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진 대학들의 정원현황을 예로 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대학원 정원 축소 방침도 밝혔다. 서울대 교수가 배정되는 대학원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전액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까지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 정 총장은 한 교수당 2천5백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2~3명 정도의 대학원생들을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정 총장이 발언한 내용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은 ‘고교입시제 부활’. 오찬간담회가 끝난 뒤 한 참석자가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묻자 정 총장은 “지방에 좋은 고등학교가 많으면 굳이 서울로 몰려들 필요가 없다”고 “서울대 입학을 위해 서울 강남으로만 몰려드는 지금의 입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교평준화 제도를 폐지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 총장이 이같은 서울대 발전계획을 발표하자 여러 교육전문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가장 첨예한 반응이 나타난 것은 역시 '고교입시제 부활'. 참교육학부모회 송환웅 부위원장은 “고교평준화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정부 교육 정책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국립대 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며 “고교평준화가 공교육의 부실을 초래하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정 총장의 주장은 근시안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원축소 추진계획과 유사학과 통폐합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교육단체는 정 총장의 정원축소 방침과 학과 통폐합 문제에 찬성입장을 나타냈지만, 정작 서울대 구성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 교수들은 충분한 학내 의견 수렴을 거치지도 않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며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한 교수는 “교육내실화를 위해 학부 정원을 축소하고 유사학과를 줄이는 것은 좋지만 어떤 방식으로 언제 추진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문제”라면서 “1천5백명 교수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운창 총장이 대학원 정원축소를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대학원 입학률을 걱정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추진해야할 학내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정 총장이 너무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운찬 총장의 이날 발언은 그 동안 꾸준히 피력해 왔던 자신의 서울대 개혁 방향을 재확인 시켜 주는 것이었다. 정 총장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이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학내 구성원들을 설득시키고 사회 합의를 얻어내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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