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학들은 국내대학의 형태가 대부분 종합대학이라는 이유로 국내 대학간 학점교환에 대한 필요 자체를 느끼지 않고 있으며 홍보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점교환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는 4백30여개 외국대학과 학점교환 협정을 맺고 있으며, 지난해 총 3백18명의 교환학생을 해외에 파견했다. 반면 국내대학의 경우 고려대와 카이스트 단 2개 대학과 교환협정을 맺고 있으며, 지난 학기의 경우 2명만이 이 제도를 통해 학점을 취득했다.
고려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94개교의 외국대학과 학점교환 협정을 맺어 지난해 87명의 학생이 해외에 나갔다. 반면 국내의 경우 현재 연세대와 이화여대, 카이스트, 부산대 등 4개 대학과 학점교류 협정을 맺고 있으며, 지난해 1학기부터 올해 2학기까지의 학점교환 신청학생을 합쳐도 10명을 넘지 않는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이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고려대 수업학적팀 김종원 과장은 "국내 대학이 대부분 백화점식 종합대학의 형태로 존재하고 강의가 중복 개설되어 있어 학점교환의 실질적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본교보다 상대학교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협정 체결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불만은 다르다. 고려대 김두남(행정 4)씨는 "4학년이 되어서야 국내대학과도 학점교환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같은 과목이라도 다른 교수님과 커리큘럼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다른 대학에서 공부하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국내 대학의 학점 교류가 부실한 반면 유럽은 자국대학 뿐 아니라 유럽전체의 대학간 학점교환을 인정해 주는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5월 유럽 32개국 교육부장관들이 모여 '유럽대학' 계획을 실현시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계획의 골자는 유럽 국가의 대학생이면 누구나 모든 유럽 대학에서 학업 과정의 전체 혹은 부분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 대학에서 1년에 이수한 60학점까지는 다른 국가의 대학으로 이동해도 인정해 준다.
이미 프랑스의 소르본느대, 이탈리아 볼로냐대, 체코 프라하대 등 2백여개 유럽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 '유럽학점교환제도(ECTC)'는 미국으로의 '두뇌유출'을 억제하고 학생의 자유로운 학점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교의 특성화를 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금껏 1백만명 이상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1백20여개 대학이 회원교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ISEP' 프로그램과 호주의 'NKSC' 프로그램 등 외국 대학의 자국내 학점교류는 점차 조직화·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2000년 11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기존 졸업이수학점의 4분의 1까지 인정해 주던 교환학점 비율을 2분의 1수준까지 높여 대학간 학점교류를 장려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은 3분의 1 내지 4분의 1정도의 교환학점만 인정하고 있는 데 그쳐 국내대학의 학점교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국내 대학간 학점교류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파악도 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어 법개정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교육부 학술학사지원과 김규호 담당관은 "국내 대학의 서열화로 인해 대학간의 교류가 경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대학간 학점교류는 대학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교육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해 앞으로도 국내 대학의 학점교류 활성화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