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학TV가 주관하고 본지가 후원하는 『집중토론! 한국의 대학』의 두 번째 토론 주
제는 '학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다. 이미 학부제시행은 대학사회에서'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되어왔으며 실행과정에 있어서도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교육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학부제'가 이토록 난관에 봉착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방영된 학부제에 관한 찬·반 토론회의 주요내용을 되짚어 보았다. <편집자>
토론자
한준상(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이한구(성균관대 교학처장)
이계영(교육부 대학제도과 서기관)
박영근(중앙대 불문과 교수)
사회=정인성 한국방송대 교수
사회 : 학부제 논의의 출발은 언제이며, 현재의 상황은?
이계영 서기관 : 1994년부터 시작됐고, 교무처장회의, 공청회를 통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됐으며, 현재 4년제 156개 대학 중 부분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포함해 100여 곳에서 학부 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한구 처장 : 96년 1학기부터 실시했으며 12개 단과대학 61개 학과에서현재 3개 단과대 학 18개 학부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제는 학과제에서 오는 폐단을 줄이고 시대에 맞는 교육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장점으로는 전공의 선택권이 학생으로 돌아가 자신의적성에 맞는 학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반면 단점으로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취직이 쉬운 응용학문의 인기전공에만 몰려 기초학문의 약화를 가져왔으며, '최소전공학점제도'가 병행되 면서 전공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회 : 민교협은 학부제 반대 성명을 낸 걸로 아는데 충분한 반대이유가있는지?
박영근 교수 : 교육부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시행했다고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속
성으로 제도가 시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동시적, 포괄적으
로 많은 대학에 걸쳐 진행되면서 부작용만 초래했으며, 기초학문의 붕괴와 인기학과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학점을 얻기 쉬운 과목에 대한 강의들이 대형화되면서 학문의질이 저하됐다. 또한 학부제는 학생들한테 소속감을 결여시키며,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 이 나올 정도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회 : 정부가 재정지원문제로 대학에 학부제를 강요한다는 비판이있는데?
이 서기관 :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 학부제의 올바른 시행방향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강 요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많은 자율권이 대학들에게 있다.
한준상 교수 : 우선 대학이 정말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중심, 서비스중심으로 변화해야 하는 대학이 근본적으로 그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교육부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데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대학이 앞장서서 개혁을 주도해야 된다.
사회 : 지난해 4월 시행령 발표이후 지방대의 반발이 심했으며, 전공자체에 대한 존폐논쟁이 있었는데?
이 서기관 : 전공이 사라진다고 해서 강좌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취직이잘되는 인기학과 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연계하는 여러 가지 강좌들이 개설되면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박 교수 : 실제로 기초학문을 튼튼히 다질 수 있는 대학과 대학원과의 연계프로그램이 부 족하다. 교수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수들의 80%가 전공의 부실을 지적했으며, 기초학 문의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처장 : 학부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기초학문을 대학에서 필요한 만큼 하려면 다양
한 대비책이 있어야 된다. 성균관대의 경우 기초학문 전공자들에게 장학금 혜택의 폭을 넓 히며, 학교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며, 유학, 대학원을 진학할 경우에 여러 가지 혜택 을 주어 기초전공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회 : 학부제의 확립을 위한 다른 해결책은?
한 교수 :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해 학부제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안 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대학의 기초전공이 대학원으로 꼭 연결되어 공부를 계
속해야 된다는 '학력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처장 : 학생들이 몰리는 인기전공은 응용학문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직업적 성격이 짙 은 학문은 특수대학원으로 발전시키고 학부제는 기초학문에 비중을 두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서기관 : 대학에서 기초학문은 여러 강좌를 개설해서 충분히학생들에게 수용될 수 있
다. 이미 기초학문 전공 과정이 있었지만 실제로 기초학문분야는 강화되지 않았다. 이제는 기초학문의 확산과 심화과정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 : 학부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의견이 많다. 제도를 시행하면 혜택을 받는 당사자들 이 굳이 반대하는 까닭은? 또한 찬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이 서기관 : 학생을 위해 만든 학부제를 본인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인식부족에서 그 원인 을 찾을 수 있다. 즉 당사자들이 학부제를 만든 목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학생들이 기존 학과생활에서 느끼는 소속감을 학부제를 시행하면 찾아볼 수 없다는데 이젠 학생들이 학 연, 지연에 비중을 두는 사고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박 교수 : '교육은 상품이고 소비자는 학생이다.' 라는 교육에 대한 신자유주의 발상을 염 려해야 한다. 학점을 받기 쉬운 과목만을 선택해서 학문의 기본 목적을 망각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 처장 ; 전공의 선택권이 학생들에게 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 까지 대입 수험생들은 학과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한번 학과를 선택한 이 후 요지부동으로 졸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균관대는 한 학부에 3∼4개 전공을 두어 선택 의 폭을 넓혀주고 있으며, 올해엔 입학정원 2%의 학생들에게 자유전공을실시해 4년 동안 다양한 전공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잘 진행만 된다면 완벽한 학부제의 모형으로 정착될 것으로 본다.
사회 : 학부제 시행에 대한 교육부의 차등지원을 문제삼아 학부제를 보류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이 서기관 : 교육부는 학부제를 계속 추진하려는 차원에서 각 대학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최소전공학점제'로 인한 전공의 부실화를 우려하는데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공부했 다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인기전공을 선택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며, 전공의 서열화가 생긴다는 우려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대 학사회가 많은 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사회 : 학부제 시행 전반에 대한 보완책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한 교수 : 우선 학생들이 학부제 문제를 비본질적인 것에 비중을 둔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소속감의 결여, 인기학과 경쟁의 심화 등은 학부제 본질적인 문제를파악하고 개선하 려는 의지를 흐리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변화하려는 굳건한 자세가 필요하며 교 육부도 대학들이 진행하는 학부제의 종류와 모습에 따라 재정지원방식을 다양화해야 된다.
박 교수 : 21세기를 준비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교육관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부는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초, 중, 고, 대학을 하나로 이을 수 있는 연계프로그램을 만들어 야 한다.
이 서기관 : 재정지원은 모집단위의 광역화를 위해 교육부가 실시하는 여러 가지 정책중 의 하나이다. 정부가 학부제 시행을 위해 차등지원만을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 된 일이다.
이 처장 : 교육부는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고, 학부제가 뿌리내릴 때까지 다양한 경쟁을 유 도하며, 대학간의 정책 배려도 해야 한다.
| <표> '집중토론! 한국의 대학' 방영순서 | ||
| * 방영 :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50분 / 재방영 : 매주 일요일 오후 4시40분~5시40분 | ||
횟수 | 주 제 | 방영일자 |
1 | 대학구조조정 어떻게 할 것인가? | 98년 12월 4일 |
2 | 학부제의 문제점과개선방안 | 12월11일 |
3 | 총장직선제와 대학의 민주화 | 12월18일 |
4 | 2002학년도 대학입시 개선안 | 12월25일 |
5 | 대학원 중심대학 육성방안 | 99년 1월 1일 |
6 | 교육부와 대학개혁 | 1월 8일 |
7 | 한국국립대학의 문제 | 1월15일 |
8 | 한국사립대학의 문제 | 1월22일 |
9 | 교수임용제도 무엇이문제인가? | 1월29일 |
10 | 교수업적평가제 | 2월 5일 |
11 | '산학협동' - 대학과 경제를 살린다 | 2월12일 |
12 | 대학평가제 어떻게 할 것인가 | 2월19일 |
13 | 소규모 영세대학의 생존전략 | 2월26일 |
14 | 고학력 실업난과 대학의 역할 | 3월 5일 |
15 | 교원양성제도 이대로 좋은가? | 3월12일 |
16 | 전문대학의 미래 | 3월19일 |
17 | 평생학습사회와 방송대학의 역할 | 3월26일 |
18 | 대학정보화와 가상대학의 활성화 방안 | 4월 2일 |
19 | 의료법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 대학원 제도 | 4월 9일 |
20 | 한국의 대학, 경쟁력 어디까지 왔나? | 4월1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