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말 정부는 공기업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초대 비상임 이사 내정자에 외국인 1명을 포함, 8명을 선임함으로써 한국통신,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 4대 공기업의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제 도입 절차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일부 민간기업에서 공채사장을 선발한 적은 있었으나 한꺼번에 4개 공기업이 최고경영자를 공모하는 것은 사내외의 관심을 모으는 일. 특히 그룹 오너 총수의 1인 경영체제를 탈피하고 전문경인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국내 기업풍토에서 공기업 사장 공채의 의미는 크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현재 이들 공모 에는 전현직 임원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대거 지원, 사장 선임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대림그룹은 지난 6월 전임 이준용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김병진 부회 장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 30대 그룹 중 오너나 그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 그룹 회장은 기아그룹을 제외하면 대림그룹이 처음. 특히 김회장은 전문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74년 대 림에 입사한 '내부 승진' 사례라는 면에서 많은 샐러리맨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어 대 상그룹으로 이름이 바뀐 미원그룹도 지난 8월 창업주의 장남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경영권을 승계함으로써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총수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또 LG그룹은 올해 설립한 계열사 LG인터넷의 사장을 공채, 30대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
자로 탄생시키기도 했다. 정보통신분야에는 젊고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만큼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 이같은 전문경영인 영입은 중소 규모의 지방 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전의 중앙상호신용금고는 올해 초 지방 제2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공채, 화제를 모았다. 지난 95년부터 신용관리기금의경영 관리를 받아온 중앙상호신용금고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경영정상화 및 기업 이미 지 쇄신을 시도했다.
이처럼 '한국식 재벌 지배구조'가 약화되고 있는데 대해 재계에서는 기업 내부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유부터 경영까지 총수 한 명이 좌지우지하는 방식으로
는 21세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은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회사보다 대체로 재무 내용이 우수, 전문경영
인 체제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확산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최
근 4백39개 상장사를 대주주가 상근이사로 있는 오너경영 기업과 전문경영 기업으로 분류해 영업실적을 비교한 결과 오너경영 기업의 재무내용이 상대적으로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 다.
이밖에 샐러리맨의 '꿈'을 이사에서 사장으로 한 단계 끌어올려 현실화시키는데도 전문경
영인 제도는 큰 몫을 하고 있다. 연세대 김진수군(경영3)은 "학문적으로도 전문경영인 제도 가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졸업 후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게 되면 목표는 당연히 최고경영자가"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아코카 신화'가 실현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