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보면 40대 중반, 한창 업적을 쏟아낼 때이지만, 이들은 대체로 이미 20대에 문명을 떨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아가 활동 근거지 또한 '문헌과해석'으로 같다. 출신학교는 서울대(이종묵)와 연세대(안대회), 한양대(정민)로 각각 다르다.
물론 이들 외에도 동갑내기로 각 분야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이는 한문학 연구자도 많다. 그렇지만 이들이 일반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그렇기에 특히 출판계에서 선호하는 '작가'임은 부인할 수 없다.
가장 넓은 독자층을 갖춘 이는 정 교수. 시대가 용납하지 못한 조선시대 비주류 마니아들의 열전인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한시를 정감있게 풀어낸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보림), '살아있는 한자교과서'(휴머니스트) 등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독자층에 어린이까지 포섭한 셈이다.
연세대 대학원 재직시절인 26세에 '균여전'을 완역한 안대회 교수는 최근에만 해도 조선후기 평양기생의 삶을 다룬 자료를 발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문학 뿐만 아니라 역사학을 비롯한 한국학 전반에 걸쳐 의미 있는 자료를 다수 발굴해 내고 있다.
이런 활동과 함께 서유구 산문집인 '산수간에 집을 짓고'(돌베개),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미술사학자인 진준현 박사와 함께 풀어낸 '단원 풍속도첩'(민음사), 박제가의 대표작을 유려하게 옮긴 '북학의'(돌베개)와 박제가 산문집을 옮긴 '궁핍한 날의 벗'(태학사)처럼 고전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주력한다.
트로이카 중에서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거쳐 서울대에 안착한 이종묵 교수만큼은 상대적으로 이른바 정통 한문학을 고집하는 듯했으나, 그마저도 도서출판 휴머니스트의 집요한 설득 작업에 마침내 '굴복'했다.
조선왕조 500년을 빛냈다는 사대부 87명과 그들의 흔적이 남은 문화공간 이야기를 무려 4부작 시리즈로 정리한 '조선의 문화공간'(휴머니스트)를 최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근엄한' 한문학 전공자의 책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진작가 권태균 씨가 촬영한 원색 도판이 전편에 가득하다.
이들의 이런 행보에 대한 시각은 어떠할까? 일반에서야 대체로 신선하게 받아들이지만, 학계 내부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최근 들어 부쩍 '사람 냄새 나는 학문'을 강조하는 안 교수는 그 일환으로 박제가의 여성 편력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랬다가 대뜸 "이게 한문학이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대중성 짙은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이들 트로이카가 소위 '엄정한' 학술성을 요구하는 업적을 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느 누구보다 이 분야 연구도 활발하다.
학계 내부 평가가 특히 갈라져 있는 정민 교수는 늘 이런 말을 한다.
"10년 공들여 써낸 책은 팔리지도 않는데, 그런 공부 과정에서 습득한 '짜투리'들을 묶어냈더니, 반응은 딴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노력이 인정받고 싶어할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평가는 '엄정한 학술성과'에 대한 주변의 비평이라는 점은 정민 교수의 말이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