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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통폐합이 서울대 독점 해소의 첩경
최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한국의 교육제도가 지나치게 경쟁

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잠재력을 기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다.

맞는 말이다. 14살인 중학교 2학년생의 수학과 과학 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 가 가운데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이는 단지 지나친 경쟁이 초래한 결과일 따름이다.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학생의 잠재력 계발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 다. 이는 '서울대'로 상징되는 삐뚤어진 경쟁체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쏟아내는 수많은 대학개혁안들은 후안무치일 따름이다. 서울대가 연구중 심 대학이 되면 학문발전이 가능하리라고 믿는가. 대입 무시험전형과 고교장추천 입학을 시 행하면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 보는가. 모두 다 서울대 독 점체제의 본질적 문제를 비켜 가고 있기 때문에 별로 기대 할 것이 없다.

부득이 서울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사회적으로 볼 때 서울대는 가난한 학생들이 사회의 상층부로 편입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계층간의 격차와 불평등 구조를 심화,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고 르기 평가'와 '모범답안 암기식 평가'는 아무래도 가정 형편이 부유한 학생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부잣집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부유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국가의 재정지원을 더 많이 받고 있는 셈이다.

둘째 그런 서울대를 졸업한 출신들이 사회의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서울대독점은 재벌독 점이나 지역독점, 남성독점에 못지 않게 반민주적이다.

셋째, 서울대는 졸업(output)후의 사회독점 뿐만이 아니라 입학(input) 과정에서 우수한 고 등학생을 독점하여 초·중등교육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본질적 원인이다.

넷째 서울대의 교수 동종번식(inbreeding)은 인재검증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수임용이 얼 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같은 대학에 은사, 제자, 선후배끼리 모여 앉아서

는 학문발전을 위한 내부비판이 불가능하다. 본교출신 교수비율 95.6%라는 수치가 바로 서 울대 병폐를 가늠하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서울대 병폐를 해결하는 첩경이 다.

다섯째 서울대라는 경쟁구조는 한국교육의 잠재력을 증진하기보다는 독과점으로 말미암아 대학간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서울대가 한국의 인재와 정부지원 및 사회적 대

우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세계 1백위권 밖으로 밀려난 정확한 이유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이렇듯 서울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서울대 독점체제가 끼치는 사회적, 학문적, 교육적 병 폐를 고쳐 국가의 학문과 교육을 발전시키자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연구중심대학론', '민영화론', '국·공립대 통폐합론' 등이 거 론되고 있다. 이 중에서 학문별, 지역별 특성화를 위한 국·공립대 통폐합이 현실적인 대안 이라 본다. 물론 이 특성화조차도 도 다른 서열화이기는 하지만 대학서열화를 극복하기 위 한 과도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서울대 전체를 민영화하는 것보다는 법대, 경영대, 의대 등 소위 인기학문, 응용학문을 사립대로 이전하는 것이 보다 더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서울대의 연구중심대학 개편은 잘못하면 오히려 서울대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 연구중심대학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학부과정이 없는 대학원대학의 의미와 학부를 두면서 연구에 중점을 두는 대학의 의미가 그것이다.

서울대를 학부과정이 없는 대학원대학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바람직하지 않다. 아마도 모든 대학졸업자가 서울대대학원으로만 진학하고자 경쟁을 벌이는 폐단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대학의 대학원은 모두 없애고 서울대에만 대 학원을 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대학이란 학부와 대학원이 유기적 과정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학부와 대학원을 함께 두되 연구중심 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서 울대의 독과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고자 하는 새로운 수사에 불과하다고 본다. 어 떻게 해서든지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나온 것이 3개 내지 5개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원으로 개편한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 해도 서울대의 '싹쓸 이'식 독과점은 여전할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치원 교수<강원대 사학>

신일용 기자 (news@unn.net) | 입력 : 99-01-06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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