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락원(失樂園)'이라는 성인 영화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불륜이 지나치게 미화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느끼게 되는 점은 남자는 이혼했고 여자도 남편과 공식적 별거를 선언한 마당에 꼭 죽을 필요가 있었을 까, 또 그것이 문제 해결일까 하는 점이다.
이 영화의 등장 인물 모두가 피해자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버림받은 아내인데 왜 그녀는 남편의 오랜 불륜을 알면서 침묵했는가를 납득할 수 없었다.
무작정 우아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내의 도리는 아닐텐데 결과적으로 그녀는 불륜한 남 녀가 죽게 하는데 일조를 한 것이 아닐까.
그동안 지방대들은 마음이 멀어진 남편을 무작정 기다리는 아내와 같이 교육정책들을 별다른 반 발 없이 수용해 왔기 때문에 현재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동안 교육부의 여러 가지 정책들은 지방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외견상 '열린 교육'의 이상을 실현
하는 듯한 야간정원 확대, 사회교육원 활성화, 시간제등록 확대 등의 정책 덕분으로 수도권 대학
들은 유사이래 최고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지만 지방대학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이제 누구라도 서울에만 오면 대학은 무슨 수로든지 쉽게 졸업할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서울 로 서울로 몰리는 것이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전국의 무려 40배로 '좁은 국토를 최대한 좁게 살려는 한국인들의 이상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수도권의 젖줄인 팔당댐의 물은 수도권 인구의 4일분에 불과하고 서울의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은 전국 평균의 16배가 넘는다.
이렇게 열악한 서울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대학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학들의 번영은 바로 이 오염되어 가는 총체적 서울의 환경을 자양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슬픈 일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기업들만큼이나 정치에 오염되어 있다. 대학이 가진 정치력이야말로 세금을 재 원으로 하는 대학재정 지원을 선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서울 에 있고 교육부가 서울에 있으니 수도권 대학들의 운신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서울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대학들에게 불황이란 없다.
그러나 지방대를 운영하려면 '기숙사'도 있어야 하고 풍치도 좋아야 하고 '학생 복지시설'도 더 좋 아야 하니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C모씨는 '과거 의 좋은 시절만 믿고' 지방대를 인수하더니 급기야 수십억원대의 재단 자금을 유용한 후 해외로잠적하였다. 이것은 아마 시작일 것이다.
교육정책도 지방대의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슬퍼런 수도권정비법을 '유독 교육부문만은' 방 만히 운영해 수도권에 대학을 마구 늘리고 재정 지원은 수도권 몇 개 대학에 거의 집중시키고 있다.
수도권에 정원을 억제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의 기본인데 지금까지의 정책을 보면 원칙이 없어
진지 오래다. 더욱 문제는 이것을 문제삼는 지방대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우 리 모두에게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지방대학의 붕괴는 극도의 수도권 집중화, 교육 고비용화 및
사교육비의 증가, 지방 경제에 타격, 전반적 국가경쟁력 약화 등의 일련의 사태를 초래하게 되고그 결과는 우리 국민 모두가 짊어져야 할 짐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