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을 출발, 판문점으로 향하는 5백1마리의 소떼 행렬에 동행하던 각 언론사 취재진은 순천향대(충남 아산) 앞에 이르러 일순간 멈춰섰다. 방북행렬을 환송 나온 이 대학 풍물패 학생들의 공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이 덕분에 순천향대는 국내 일부 방송에 학교를 홍보하는 기 회를 갖게 됐다.
이날 순천향대 학생들의 공연은 대학 홍보를 위한 '작전'의 성격이 강했다.
'무료 방송광고'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 대학 이천수 총장(56)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머리라기 보다는 뒷주머니에서 나왔다는 표현이 더 옳다.
"지난 97년 총장을 맡은 후부터 머리 속에서 우리대학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가 사소한 것에서부터 주요 정책사항에 이르기까지 항시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지요. 당시의 풍물공연도 '1차 소몰이 방북' 행렬을 TV로 시청하면서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메 모해 뒀던 사항입니다."
지난 6일 오후 순천향대 총장실에서 만난 이총장은 이렇게 얘기하며 자신의 뒷주머니에 늘 넣어
가지고 다니는 메모지를 꺼내 보였다. 그 메모지에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안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 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아이디어의 보고'라 할 만한 그의 뒷주머니에서 나온 활동내역은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말에 개소한 '이순신연구소'. 순천향대가 충무공 이순신의 고향(충남 아산) 에 위치해 있다는 인연도 있지만, 이총장이 연구소 건립을 구상하게 된 동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충무공에 대한 기존연구는 단지 군사적인 부분에만 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순신 장군 의 리더십이나 인간상, 경영전략 등에 초점을 맞춰서 이순신 연구의 새 지평을 열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봤지요."
이밖에 자긍심 고취를 위해 대학의 교수·직원 전원에게 학교배지를 달게 한 것(배지는 총장이 직접 구입했다)이나 학내행사를 치르고 남는 음식을 운동부 및 고시반 학생들에게 주도록 한 것 등도 모두 이총장의 뒷주머니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아이디어맨의 일반적 특징이랄 수 있는 날카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그는 또한 교육부 차관,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 한국멀티미디어교육협회장 등을 역임했던 비교적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 결코 귄위를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학내에 정평이 나 있다.
"총장이 귄위를 내세우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교수·직원·학생 등 구성원들의 협조와 이해 가 없이는 그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고 봐요."
취임 초기에만 해도 교육부 차관 출신이라는 데 거부감을 많이 가졌던 교수·직원들도 이제는 이 총장의 겸손함과 소탈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이총장이 늘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 총장이 직원·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해 소주나 막걸리는 나누는 보기 드문 풍경을 순천향대 내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우리대학이 올해 처음으로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에 선정됐습니다. 지난 2년간 연거푸 낙방했던
터라 기쁨이 커요. 모두가 대학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해 준 덕입니다."
깔끔하고 정갈한 캠퍼스 분위기와 더불어 총장의 소탈함이 순천향대의 밝은 미래를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