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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교수임용비리 - 상아탑 '총체적 비리'에 흔들
[교수사회의 비도덕성]

교수들이 논문, 저서를 집필하면서 표절을 하거나 몇 권의 책을 짜깁기하는 일은 다반사다. 남의 지식을 훔치는 범죄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

이렇듯 도덕적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어야 할 교수들이 일반인들보다 +나을 게 전혀 없다. 교수임용 비리도 교수사회의 도덕 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 K대 의대 출신 개업의 W씨(39)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교수 임용을 둘러싼 의대의 비리는 밑도 끝도 없다고 봐야할 겁니다. +임용 열쇠를 쥐고 있는 한 분과장이 교묘한 수법으로 대상자들에게 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과장은 임용을 앞둔 시점에서 속칭 고스톱판을 자주 벌였습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를

대상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그는 아마 수천만원은 거둬들였을 겁니다. 이는 일부 공무원이나 사이비 기자들이 업자 등에게 돈을 갈취하는 수법과 다를 게 없는 것입니다"

교수임용 비리는 필연적으로 교수들의 상하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상식 이하의 폭력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망년회 자리에서 지방 D전문대 산업디자인과 L교수는 선배

대우를 요구하는 같은 과 H교수로부터 맥주병 등으로 심하게 폭행을 당해 +생명을 잃을 위기까지 갔다. L교수는 당시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었다.

H교수는 평소 L교수에게 매일 아침 문안 인사를 할 것, 퇴근시 정문까지 배웅할 것, 주말마다 안부전화를 할 것, 명절 때마다 선물을 할 것 등 터무니없는 일들을 강요했다고 한다.

교수의 자질이 의심되는 H교수는 그 지역에서 큰 병원을 하는 개업의의 +아들로 석사학위 취득이 안된 상태에서 교수로 임용됐으며 산업디자인과 학과장과는 친인척 관계였다.

임용 자체가 막강한 뒷배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임용 후에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지방 사립대 문제 심각]

교수임용 비리는 지방대로 갈수록 훨씬 심각하다. 현재 임용비리와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지방대는 경산대, 조선대, 광주여대, 순천대, 대불대, 서남대 등이다. 또 강릉대, 원광보건전문대 등도 교수채용 비리의혹이 제기돼 학내분규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교수임용 비리는 지방대, 특히 사립대에서 더욱 심하게 자행되고있다. 그 뿌리는 너무 깊어서 어디서부터 파고 들어가야 할 지 +막막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방 사립대의 경우 적잖은 교수들이 재단에 금품을 주고 임용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 비리의 실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대학이 지방의 토호세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수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의 관계자는 "지방대는 검.경,

언론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지역 마피아'라고 불린다"며 "이 같은 구조적 비리사슬 때문에 그 실상이 밝혀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에 예를 든 지방 D전문대 H교수의 경우 지역내 법조계 등과 상당한 유착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폭행사건을 축소, 은폐할 수 있었다.

한편 광주여대도 지난해 4년제 대학으로 승격하면서 재단의 금품수수 문제가 불거져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이 대학 교수로 있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지난달 재임용에서 탈락한 K교수는 "92년 초 대학에 2천만원을 줬는데, 검찰이 임용비리를 수사할 무렵인 93년 4월 되돌려 받았으며 대학쪽이 +3개월 뒤 다시 돈을 달라고 요구해, 3년 뒤인 96년 다시 무통장입금으로 주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H씨도 93년 3월 3천5백만원을 학교 쪽에 줬는데, 대학이 +94년 7월 되돌려주고는 재임용하지 않아 다음해 2월 사직했다.

J씨는 94년 9월 이사장 땅을 사달라는 요구에 거액을 들여 친.인척 등의

이름으로 사줬고, 또 다른 J씨도 1억여원을 싼 이자로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광주여대는 전문대였던 지난 93년에도 교수 채용자 10여명으로부터 총 4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수사를 받은 바 있다.

[내사람 심기 등 만연]

교수임용 비리는 대학사회 어느 곳에나 있지만 가장 심한 곳은 의과대와 예.체능계 대학이다. 특히 '내사람 심기' 등 불공정 행위는 극에 달해 있다.

의대의 경우 교수와 제자, 선.후배 상하간의 위계 질서는 가히 군대를

능가한다. 윗사람에게 한 번 눈밖에 나면 교수채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개업도 하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사람 심기'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같은 군사문화적 분위기는 또 다른 비리를 낳는 씨앗이 된다.

의대의 경우 빈번한 의료사고를 내부에서 무마하기 위해서는 자기사람을 두는 것이 관건이다.

또 예.체능계는 입시부정과 연관된다. 입시부정은 학과 내의 모든 교수들이 담합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과 단위에서 매우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사람'을 교수로 채용해야만 한다.

이같은 관계에서 선배교수는 후배교수의 비리와 약점을 파악하여 +통제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내사람 심기'는 교수사회를 비리사슬로 일체화하는 일등 공신인 것이다.

[재단횡포 경쟁력 약화]

재단의 임용비리는 결국 대학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재단의 횡포로 대학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한 예.

미국 LA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던 모씨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한다고 통보해와 서둘러 귀국했다. 그러나 대학에 가보니 상황은

반전돼 있었다. 재단 이사장의 사위가 교수로 임용돼 있었던 것. 대학측은

1년 뒤에나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해서 모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면서 이 나라 대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학을 망치는 또 다른 재단의 전횡 사례를 전하는 Y씨의 얘기.

그의 동창인 L씨는 지난해 자신이 전공한 분야를 모집하지 않는데도 모 지방대학 교수 신규채용에 응시했다. Y씨가 의아해하자 L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재단 이사장과 친밀한 관계라 걱정없다고 자신만만했다고 한다.

당시 대학측은 적절한 LA용 대상자가 없다하여 교수 채용을 하지 않았다. +Y씨는 의당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러나 몇 개월

후 Y씨는 L씨가 그 대학 교수로 채용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기모집에는 +교수를 채용하지 않다가 추가모집 공고를 다시 해 L씨를 채용한 것이었다.

"설마 했는데 결국 교수가 되더군요. 이사장과 아는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수가 되다니 어디 연줄 없는 사람은 교수될 꿈이나 꾸겠습니까? 그러나 그 대학은 정작 필요한 전공 분야의 교수는 뽑지 +않았습니다. 재단 측은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생각지 않는 모양입니다"

Y씨는 결국 재단이 스스로의 무덤을 판 것이라고 분개했다.

신일용 기자 (news@unn.net) | 입력 : 98-03-09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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