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을 교수와 학생간에 격이 없는 토론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현재「역사문화아카데미」의 대표이자「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교육정책특위 위원장인 강치원 교수(45, 강원대 사학). 강교수는 교육학자가 아니면서도 교육개혁에 대한 남 다른 의지를 갖고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교육방법은 원탁토론식 수 업이다. '원탁의 기사'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그는 지난 93년「역사문화아카데미」를 설립, 원탁토론식 수업방법의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역사문화아 카데미」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평소의 교육철학을 피력했다.
-. 새정부가 들어서도 교육개혁이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근본 문제가 어 디에 있다고 보나.
"무엇보다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우 리나라 교육정책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에 지나치게 경도 되어 있다. 독일의 대학 등이 박사과정까지도 등록금을 받지 않는 등 사회가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교육을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 일각의 주장이다. 이를어떻게 생각하나.
"교육에도 경쟁이 필요하지만 무원칙하게 시장경제 논리를 도입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발상이다. 특히 내년부터 전면 실시될 예정인 학부제는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논리에 입각한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무한경쟁의 논리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소수만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의 가능성을 박탈하는 것에 다름 아니 기 때문이다"
-. 교육방법의 개혁에 남다른 연구와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교육개혁은 정책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교육개혁이 거듭 실패했던 원인은 단지 정책만을 바꾸려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개혁의 본질은 교육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은 원탁토론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열 권이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함께 읽고 문답, 대화, 토론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를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결코 명강의나 설교가 아닌 문답, 대화, 토론인 것이다. 강의에 의존하는 교육은 교수나 강사의 권위와 일방적인 것에 의해 이뤄지지만 원탁토론은 교수와학생 쌍방이 함께 주도하는 참된 교육방법이라고 확신한다"
-. 현재 대학 강단에서 어떤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지.
"내가 진행하는 모든 수업은 원탁토론 형식이다. 학부나 대학원 모두 마찬가지이다. 특히 '중세사'나 '프랑스 혁명사' 등의 경우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참여하여 토론수업을 하 게 한다. 이때 학부생과 대학원생간의 수준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질 않는다. 수업의 수준은 구성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 로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 별도로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떻게 학생들을 평가하나.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수업 시간에 할 수 있으므로 따로 시험을 치르지는 않는다. 단 학생들에게 학기당 하나씩의 과제물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학생들이 지켜야 할 원칙은 그 과제물이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창의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는 교수만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동료들을 평가하게 하고이를 학점에 중요한 비율로 반영하고 있다"
-. 오는 24일「역사문화아카데미」가 주관해서 열리는 '제2회 대학(원)생 토론광장'은 어 디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
"학생들의 문답, 대화, 토론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제는 '교육개혁'으로 정했다. 참가 학생들은 민주적인 원탁토론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개혁이 지향해 야 할 훌륭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으리라 본다. 이는 일방통행식 교육방법에만 찌들어있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역사문화아카데미」란
'학생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방법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강치원 교수는 이같은 고민에 따라 3년여 동안의 연구와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93년 5월「역사문화아카데미」를 설립, 이를 통해 교수와 학생간의 문답, 대화, 토론에 의한 원탁토론식 수업방법을 확산시키고 있다.
「역사문화아카데미」는 지난해 12월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주제로 한 '제1회 전국 대학
(원)생 토론광장'을 개최했으며 오는 24일에는 본사와 공동주최로 고려대 언론관에서 '교육개혁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 '제2회 전국 대학(원)생 토론광장'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앞으 로도 '실업대책' 등 다양한 주제를 설정, 대학(원)생 토론광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 다.
이 단체는 지난 96년부터 4차례에 걸쳐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토론광장을 개최하여 환경, 통일, 선거문화, 교육개혁 등을 주제로 한 원탁토론을 갖기도 했다.
현재「역사문화아카데미」내에는 교수모임, 대학(원)생 모임, 학원강사 모임, 교사모임, 학 부모 모임 등이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다양한 교육방법을 연 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