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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교육개혁 시리즈 (9)> 대학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 지방대 위기의 본질과 대책 - 김운회(동양대 경영학부 교수)
'위기의 지방대'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게 들리지만, 대부분 교육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정확 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해결책이나 대안도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3월 1일 서둘러 발표한 '지방대 육성 방안'은 지방대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방대 위기가 제도적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간 과하고 있어 대안이 되기 어렵다.
교육부는 그동안 '지방대 위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무원 6∼7급 특채', '모집정원 완전 자율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은 교육부가 지방대에 가진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특히 지방사립대의 정원을 완전 자율화해서 지방대를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수도권 정원 자 율화 조치만큼이나 큰 타격을 비대도시권에 가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대 위기'라 하면 '비대도시권 사립대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비대도 시권 대학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75%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 전체의 3분의 1로서, 고등교육의 중추적 조직이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지방대'라는 하나의 범주로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지 방대라 하더라도 대도시권 대학이나 국립대의 경우는 학생 모집 자체에 문제는 발생하고 있 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대, '특성화'로 살아나갈 수 없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지방대의 위기 해소를 위해 "특성화만이 살길이다"라는 논리를 펴는데,

이는 지방대 교육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특성화란 대학 입지 및 연구 인력과 관련이 있는데, 농·어촌에 위치한 30∼40개의 대학들이 농·어업에 특 성화를 해서는 미래에 존립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이 잡화점 형태로 이미 굳어져 있고 특성화도 부가가치 생산

성이 높은 분야로 몰리고 있어 '제대로 된 특성화'를 하고 있는 대학들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비대도시권 사립대의 위기심화는 근본적으로는 교육 정책상의 소외가 원인이다. 교육부 정책은 물론이고, 그동안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비대도시권 사립대에 대한 연구를 사실상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를 반증하고 있다.
현재 비대도시권 대학 위기의 책임은 편중된 재정지원정책과 수도권에 직·간접적으로 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신학대나 단과대들을 무분별하게 종합대로 승격시켜준 교육부에 있다.
그리고 그동안 교육개혁 이론가들이 사용해 왔던 신자유주의적 개념은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구체성이나 실제적인 적용 가능성을 도외시한 소화불량의, 초보적이고 개념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다.

고등교육 부문에 있어서 '신자유주의'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경쟁의 '공정한 심판'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적으로 정착된 대학서열화,

정교유착(政敎癒着), 전사회적으로 만연한 부패 구조하에서 정부가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하 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동안 고등교육 부문에서 적용된 '신자유주의'가 '부익부 빈익빈'의 승자독식(勝者獨食) 논 리로 전화했던 과정들을 우리는 충분히 봐 왔다. 그 결과 교육 자원이 수도권과 대도시권으 로 집중하고 비대도시권 지역의 고등교육 전반이 피폐하게 되었다.

따라서 비대도시권 대학의 문제를 신자유주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지적주변성'(知 的周邊性)을 반증하는 것 이상은 아니다.

◆지방대학위기의 본질

일반적으로 '대학위기' 원인으로 △환경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소위 명문대 및 수도권 중

심으로 이루어진 편중된 교육정책 △신자유주의적 논리 △고등교육 인구의 감소 등을 지적 할 수 있다.
비대도시권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 가운데서도 고등교육 인구의 감소 및 재학생들의 이탈이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 중 5% 이 상 결원이 발생한 대학은 27개로 모두 비대도시권의 지방대이고 정원의 20% 이상이 결원인대학도 10개나 된다.

그리고 교육부가 이번 학기 일반대(4년제) 학생 변동 상황을 집계한 결과, 대학생 3명 가운

데 1명이 학교를 쉬고 있는 셈으로 특히 비대도시권 대학들의 학생 부족이 극심한 상태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비대도시권 사립대 위기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부의 지방대 정원 자율화 조치는 비대도시권 지방대 학생 모집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대도시권 인구와 자원의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조치이다.

둘째, 교육부는 대학의 자구노력을 기준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대도시권 사 립대들을 더욱 위기로 몰고 간다. 즉 자구노력 재정지원 기준지표(98년 현재)를 살펴보면, 산학연계 사회교육원이 30%∼50%를 차지하는데 비대도시권 지방대가 시행하기는 사실상불가능하다.

셋째, 재정지원 기준이 획일적이고, 그나마도 일부 대학에 집중돼 비대도시권 사립대가 지원

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에도 △1998년 총 1천억원의 학술 연구비가 11개 대학에 집중 지원됐고 △'두뇌한국(BK) 21' 사업 및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 지원도 비대도 시권 대학들에 돌아간 바가 거의 없었으며 △특수목적 사업별 지원도 비대도시권 지방사립 대가 지원을 받은 경우는 총 73개 대학 중 3개에 불과하다.

넷째, 교육부의 무원칙한 교육정책, 즉 사립대와 국립대에 대한 역할분담 등 분명한 경계가 없는 정책들이 비대도시권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립대가 지나치게 사립대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다섯째, 정부의 수도권 정책도 비대도시권 고등교육의 위기를 촉발했다. 수도권정비 계획법 령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수도권대학에 지속적으로 정원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의

애매하고 추상적인 예외규정 덕분으로 신학대의 설립이 쉬워져서 경기도의 경우 우선 신학

대를 설립해서 4년제 대학으로 변경하는 수순을 그대로 밟게 되었다.
현재 경기도에 소재한 대학 대부분이 '신학교 → 신학대 → 종합대'의 수순을 밟았거나 밟고있는 대학들이다.

여섯째, 교육부의 방만한 정원정책도 지방대 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동안 교육부의 방만한 정원정책 등은 △무분별한 편입제도의 시행(현재는 시정) 및 지난해까지 야간정원의 증가 △첨단인력 정원의 확충(현실적으로 총정원을 유지한 상태에서 기존학과의 정원을 줄이고 첨단 혹은 국제전문인력 학과 정원을 늘려야 함) △지방사립대 완전자율화 등을 지적할수 있다.

일곱째, 비대도시권 사립대들은 기숙사 설립 등으로 인한 재정압박 요인을 받고 있으며 값

싼 등록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근의 국립대와의 힘겨운 경쟁을 해야한다.

◆비대도시권 대학 발전의 논의영역 및 육성방향

비대도시권 대학의 발전 전략에는 △소극적 발전 전략으로 수도권의 정원 확대에 대한 반대

나 감시 활동을 하거나 재정지원을 확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적극적 발전 전략으로 지방 시대를 선도하는 비대도시권 발전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등으로 크게 나 눌 수 있다.
나아가 이 두 가지 전략이 동시에 수행된다면, 교육정책이 보다 현실적 방법론의 토대 위에 제대로 서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토의 균형 개발·발전의 개념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인 항목별로 분류해 보면, 실질적으로 비대도시권 대학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조치로 △편중된 재정지원 정책의 재조정 △교육부의 대학정원 정책에 대한 감시 체계 구성 △개발 지역의 기지로서 대학 기능을 강화 △특성화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의 연 구 및 지식정보사회에 있어서 비대도시권 대학의 역할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지방대에 대한 획기적인 재정지원 방식 도입 및 세법체계의 구조적 개선 △농·어

촌 사학진흥법의 제정 △지방의 현실을 보다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홍보할 수 있는 협의체의 구성 △농·어촌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수립의 기지로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 강화 등 의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비대도시권 대학과 지역발전

21세기는 소위 '세방화'(Glocalization)의 시대로 경쟁의 단위도 국가에서 지역으로 바뀌고 있

어 기존의 국가 단위 발전전략에서 지역 중심의 발전전략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

대이다. 이제는 발전전략의 무게중심을 말로만 지방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전략으 로 보다 구체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다시 말해서 수도권 억제와 같은 수동적인 전략이 아니라 발전 동인을 본격적으로 지방화시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 △인재할당제를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하거나 △사법시험, 의사·약사 등의 자 격시험을 권역별로 시행, 그 권역 안에서만 자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일류 대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방에 분산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비대도시권 지역의 대학들은 설립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비대 도시권에 4천명 규모의 미니대학이 들어설 경우, 해당 지역에 월평균 유통가능 화폐량은 대략 32억원 정도 되고 대학이 직·간접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인원은 2만5천∼5만명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같은 직접효과 이상의 간접효과와 펌프효과(pumping effect), 승수효과 등을 발생시키게 된다.

비대도시권 인구의 이탈 방지는 어느 나라나 '국가적 과제'이다. 특히 정보화 시대에서 도시와 지방은 더이상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오늘날 정보화의 총아로 꼽히고 있는 스칸디나 비아제국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 나라의 경우 비대도시권의 인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지역정보센터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 운영했던 점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비대도시권 지역, 즉 현대 사회 의 변화로부터 소외된 지역에서 오히려 우리는 현대 문명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 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일용 기자 (news@unn.net) | 입력 : 00-05-19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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