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부총리는 교육부 다음으로 대학관련 사업이 많은 과학기술부의 수장이다. 대학총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참여정부의 가장 큰 모토인 과학기술혁신과 지역혁신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 부총리로부터 대학혁신이 과연 이러한 모토와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는지, 또 과기부의 부총리부처 승격에 따라 올해 과기부의 대학 지원 사업에 어떻게 변화가 있는지 들어보았다.
- 2005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과기부 입장에서 볼 때 지난 한 해는 매우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부총리께서도 개인적으로는 최근 취임 1주년이 지났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엊그제 부임한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지난한 해는 변화가 많이 있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과학기술계 숙원사업이 한꺼번에 해결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부총리제 도입, 혁신본부 구성, 관계장관 회의도 시작됐습니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참 많은 일을 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유엔안보리까지 거론되던 우라늄 사건이었습니다. 자칫 잘못 대처했다가는 북한 이란 등과 함께 불량국가가 될 뻔했지요. 아주 황당했던 이 사건의 수습을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부총리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보람있는 한해였습니다.”
- 과기부가 지난 한해 했던 사업 중 가장 핵심적인 사업으로 꼽은 것이 과학기술혁신본부 설립이더군요. 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업무의 기획조정평가를 담당한다고 하는데, 타부처에서는 벌써 볼멘소리가 들리던데요.
“아마도 과기부가 부총리부서가 되다보니 타 부처의 저항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이로 인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부총리 산하에 있을 뿐 과기부와는 완전히 새로운 조직입니다.
처음에 구상했던 대로 객관적으로 조직이 구성됐습니다. 혁신본부장만 하더라도 타부처(기획예산처)에서 큰 사람이 훈련을 받고 왔습니다. 국장급 6명도 외부에서 오셨습니다. 재경부 산자부 교육부 등 타부처 출신 직원과 민간 출신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이로 인해 과기부 내부에서는 심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조직을 만든 것이죠. 더욱이 이들 인력은 타부처에서 보낸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이어서 더욱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올해도 일이 잘될 것 같습니다.”
- 과기부가 부총리 부처가 되면서 정부는 3분의 부총리를 두게 됐습니다. 특히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공계 연구지원과 과학교육 관련 업무를 하는 과기부와 대학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와의 역할 분담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잘 구성됐지만 사실 양부총리하고의 관계 설정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재경부의 경우 거시는 재경부가 미시영역은 과기부가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와는 인적자원개발과 과학기술인력양성문제의 성격을 정리했습니다.
우리는 수요자입장에서 교육부에 요청하고 교육부는 이를 양성해주는 플랜을 짰지요. 과학기술인력양성을 위해 교육내에 전담부서가 출범했고, 우리부에서 간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장관회의를 통해 깊이 있는 논의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드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올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아주 기본적인 얘기이지만 안 여줘볼 수 없어서. 부총리께서 보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어느 수준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지난 3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외국의 기술과 핵심부품·소재 도입 및 기술혁신을 통해 반도체, CDMA, TFT-LCD,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기초연구분야도 SCI논문 발표수가 세계 14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우리나라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해 생명공학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수준과는 아직 격차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실시한 99개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는 세계최고 기술수준의 65.1% 수준입니다. 또한 기초연구도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질적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논문인용지수가 세계 34위 수준입니다.
과기부는 앞으로 창의적인 고급 과학기술인력양성, 연구시설 및 연구관련 정보 인프라 구축, 산·학·연 협력 및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국내 과학기술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 우리나라 연구개발 자원분포를 보면, 박사급 이상의 고급인력은 대학에 70% 이상 있으나, 투여되는 연구비는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몰려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박사급 이상의 인력현황만으로 연구비 배분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우 박사급이하를 포함하는 총 연구원수를 보면, 공공연구기관이 7.3%, 대학이 30.1%, 기업이 62.6%로써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총 연구개발재원의 약 75%를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또 정부예산의 경우에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연구기관은 우주개발사업, 원자력 연구개발사업 등 대학이나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대형국책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므로 개인 또는 소규모 실험실 위주의 대학연구에 비해 막대한 연구비가 투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에서는 산`학`연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예산도 2007년까지 총 R&D예산의 25%로 증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말씀처럼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최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진연구자들에 대한 연구지원은 배출되는 신진연구인력 수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과학기술력의 확보라고 한다면 과학기술력의 핵심은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의 양성과 활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신진연구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체제의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국민적 여론과 함께 우리부에서는 이공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젊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도 핵심 정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실시한 ‘해외 석박사학위 취득지원사업’, ‘해외 공동연구지원사업‘, ’대통령과학장학생지원사업‘ 등은 2002년 7월 대통령께 보고한 ’청소년 이공계 진출 촉진방안‘에 따른 대표적인 신진연구인력 지원사업들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2005년에 신규로 추진하게 되는 ‘국가특별연구원지원사업’은 박사학위 취득 2년 이내의 젊고 유능한 연구원을 엄선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의욕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 우리나라 이공계 배출 인력 수는 선진국에 못지않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공계 위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이공계 문제의 발단은 외환위기 당시 이공계 연구원들이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연구원들의 노력과 사회기여도에 비해 사회‧경제적 보상이 낮은데 기인합니다. 지금까지 이공계 문제는 이공계 수능 응시율의 저하 현상 등 주로 양적인 측면에서 지적돼 왔으나 지적하신대로 실제 우리나라의 대학졸업자 중 이공계의 비중은 41%에 이릅니다.
다시 말해 근본적인 문제는 우수인력이 이공계를 진학하지 않고,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는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로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처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이공계 교육의 내용과 질을 개선하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원들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연금 등 복지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인 공제회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고 과학자 선정 및 파격적 연구비 지원, 우수연구자를 평생 지원하는 ‘과학기술공로연금제’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또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근무기간을 현재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대통령과학장학생의 선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산업계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또한 연구중심대학원과 기술경영대학원 등을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 참여정부의 지방혁신 정책의 핵심은 대학을 R&D거점으로 삼고, 이를 지역발전과 과학기술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대학 R&D 기반 확충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요.
“정부는 지방대학을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핵심 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우선 지방의 우수 이공계 대학을 지역 특화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지역특화분야의 이공계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형태의 ‘지방연구중심대학사업단’을 총 10개 권역에 설치·운영할 계획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차세대물류 IT기술 연구사업단(부산대), 헬스케어 기술개발사업단(전북대학교)이 시범적으로 운영됐습니다. 또 지방대학, 기업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지역 연구개발 클러스터 구축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역혁신협의체에서 도출된 전략 분야를 대상으로 지역 혁신주체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장기`대형 연구
개발사업을 지원함으로써 광역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2008년까지 20개의 클러스터를 확충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방대학의 우수 인력양성 및 지역특화 산업 육성을 위해 2007년 1백 개의 지역협력연구센터(RRC)를 육성할 계획입니다.”
- 대학관련 많은 업무가 교육부와 산자부 등으로 이관됐습니다. 이에 대한 업무의 일관성 등에 대해 우려가 높은데요.
“지난 5월 정부는 기초연구 육성지원을 담당하는 출연기관의 기능을 조정해 한국과학재단은 탁월성과 수월성 위주의 특정기초연구 분야를 지원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은 보편성과 일반성 위주의 순수기초연구를 지원토록 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두 기관의 통합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능 조정을 통해 그 동안 두 기관이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기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두 기관의 기초연구사업 수행실적을 종합 평가하고 조정함으로써 일부에서 제기되는 기초연구 지원사업의 약화 우려를 해결하겠습니다.”
- 얼마전 대덕 연구단지 한 연구실에서 안전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대학연구실의 경우 기업연구실보다 열악한 환경인데요. 안전사고 예방과 적절한 사후처리방안을 가지고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과기부는 연구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규정’을 개정해 인건비의 2%를 안전관리비로 계상, 안전사고의 예방과 보상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토록 하는 등 실질적인 연구실 안전의 확보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의 실험실을 포함해 연구실의 안전사고 예방과 적정한 사후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노동부`교육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관계법령 개정 등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노벨상을 수상한 러플린 박사가 카이스트 총장에 임명됐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최근 러플린 총장이 기자들에게 발표한 카이스트 사립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난해 8월 카이스트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외국인 총장이 취임한데 대해 언론을 비롯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카이스트를 포함, 우리나라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정부출연기 관에 전례 없이 외국인이 기관장에 임명되기 때문이죠.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공계 위기론, 대학 개혁론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노벨상을 수상한 훌륭한 분을 모셔왔기에 러플린 총장에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러플린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일조할 것입니다. 저는 러플린 총장이 선진적인 교수선발 및 평가 시스템의 도입,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교육 등을 카이스트에 정착시켜 우리나라 대학운영 모델을 제시해 줄 것을 희망합니다.
언론보도된 러플린 총장의 카이스트 사립화 방안은 잘못 전해진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총장의 발언을 두고 주무부처 장이 이를 언급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