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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학자에게 듣는 대학 어제와 오늘
혼란스러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대학의 기본 사명은 '가르치는 것'
대학전문적 자율성 확보 중요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그 구성원인 교수 학생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개혁과 경쟁, 평가란 말이 대학사회 유행어가 되고, 그 무게가 점점 더해질수록 대학인들은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봉착한다. 교육학자로 때론 대학행정가 총장으로서 평생을 대학과 함께 살아온 원로 교육학자 정범모 교수를 만나 오늘의 대학현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대학들 대기업처럼 문어발 식 경영을 해요. 대학을 분화되고 특성 있게 만들기보다는 모두 종합대학교를 지향합니다. 총장 능력은 건물 건립 수에 의해 평가되고 있습니다. 대학은 어떻게 하면 잘 가르쳐 능력이 배양된 학생을 만드는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정범모 교수는 외형적 규모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학의 현실을 질타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또 대학의 기본은 뭐니뭐니해도 '교육'이라며, 학생들의 '데모문화' '유희문화'에도 일침을 가했다.

"가르칠 시간, 가르치지 않아요. 학기말 시험이라고 해서 빠지고, 축제라 해서 수업을 안해요. 데모한다고 빠지고, 교수 휴강으로 안하고 그러다 보면 잘해야 한 학기에 12주밖에 강의를 못합니다. 대학의 놀고 먹는 문화 이거 바꾸어야 합니다."

정 교수는 기업이든 대학이든 국내 박사보다는 외국 박사를 선호하는 것이 다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 스스로 시시하게 교육하고 있는 것을 아는 입장에 실력을 믿을 수 없는 국내 박사를 뽑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지금 대학교육은 엄밀히 대중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50년대 대학인구는 우리 나라 전 인구의 5%도 안됐다. 1960년대∼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인구는 20만명 미만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생 수는 3백50만 명이 넘는다. 또 국

민 가운데 30%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대학이 지식을 전수하고 소수의 사회지도층을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 대학교육은 진리탐구 보다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인 배출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가끔 대학이 상아탑을 상징하는 지식 전수장이냐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냐를 놓고 벌이는 정체성 논쟁은 아마도 이런 한국 대학사 맥락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어쨌든 1978년을 기점으로 대학은 급격히 외적팽창을 했다. 경제 발전에 따라 고등교육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당시 대학 정원을 대폭 늘린 것이다. 대학정원 확대는 대학교육의 대중화를 촉발하며 대학의 양적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대학교육의 내적 부실을 촉진하는 계기도 됐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근 '개혁'이 화두 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의 주체인 대학구성원들이 마지못해 하고 있다는 겁니다. 개혁을 하는 목적이 활기 있고 건강한 학교를 만들자는 것인데, 오히려 지금의 대학 분위기는 반대입니다. 대학에 자율을 주어야 합니다."

정교수는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초창기인 1950년대는 비록 모두 가난했지만, 가장 발랄하고 생기가 최고조인 시기로 기억했다. 물론 경제적 상황 등 당시가 지금보다 나은 것은 없었지만, 그 때는 대학이 자율을 최대로 누렸다.

이른바 운동이란 이름으로 교육과정 운동, 교육평가 운동, 민주시민교육 운동이 모두 일선 교육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1958년 서울대가 대학입시를 스스로 치뤘는데,

당시 서울대 당국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중고교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 많은 고민했다고. 정교수는 당시 상황을 "이승만 정부는 학생정원만 간섭했지 무슨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고까지는 간섭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정부의 대학 간여는 빈곤에서 탈출하겠다는 박정희 개발 독재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몰라도 교육만큼은 개발 독재가 필요 없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위기의 한국 대학교육을 살리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정부 권한을 대폭 줄여 대학이 전문적 자율성을 진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유수의 대학 중 세계 1백 위 권에 드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또 대학시장 개방과 2003년 학생수 감소라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여기서 정 교수가 제시하는 방안을 귀담아 들어 보자. 정 교수는 우선 대학 표준을 높일 것을 지적한다. 적당히 공부해 졸업하는 대학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 규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점이 안될 경우 낙제시킨다고 했으면 낙제 시켜야 한다. 규정상 정해져 있는 16주간 수업도 정확히 지켜야 한다. 대학이든 교수든 학생이든 마땅히 지켜야 할 규율이 있으며,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육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영어교육시 적어도 실용회화는 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정범모 교수는 인터뷰의 상당부분을 '교육' 부분에 대한 중요성 강조에 할애했다. 대학의 3대 기능 중 연구도 사회봉사도 결국은 교육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대학구성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원론적이긴 하지만, 구호처럼 되뇌이는 대학경쟁력 강화보다 열심히 강의하고 공부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1-10-13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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