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현직 주교로 몇 안되는 존경받는 국가원로인 김 총장으로부터 오늘의 화두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교문처럼 아담한 성공회대 정문을 들어섰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굽어진 길을 따라 대학본관을 찾고 있을 무렵, 한 여학생이 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여학생 뒤에서 백발을 한 교수(?)의 “어딜 그리 급하게 가나, 넘어 지겠다” 는 친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학생은 수줍은 듯 웃으며 뜀박질을 멈췄다. 여학생에게 본관 위치를 물으니 방금 전 교수가 들어간 건물이다.
혹시나 하는 예감은 정중했다. 열려 있는 총장실에는 아까 본 교수가 있었다. 바로 김성수 총장(72) 이었다. 총장실은 손님과 마주할 수 있도록 소파를 나란히 배치했고, 책상 위에는 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연탄길’라는 소설책이 놓여 있었다.
- 총장과 교수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손사래를 치며) 그런 얘기라면 상대를 잘못 찾았어요. 문제되는 얘기하지 말고 잘되는 것 이야기해요. 언론도 부정적인 점을 지적하기보다 잘된 것을 주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김 총장은 성공회대를 예로 말을 이어갔다.
“성공회대는 전체 학생 규모가 2천5백여 명으로 작은 대학이에요. 보통 한 강좌 당 15~20명이 공부를 합니다. 한 강좌 인원이 최고 50명을 넘지 않아요. 교수가 학생 이름을 알고, 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요. 5백~6백 명 학생을 대상으로 마이크 강의를 하면서 스승을 얘기할 수 없죠”
스승의 권위가 떨어진 이유인 즉, 대학의 규모가 커지면서 교수가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총장의 설명이다. 사실 총장 얼굴 한번 못보고 졸업하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가. 교수 중 과 학생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더구나 요즘은 학생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교육소비자 개념이 대학사회를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2분법적 사고예요. 시장원리가 대학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대학사회에서 학생과 대학(교직원)은 동반자 관계입니다.
요즘엔 소위 경영자 총장이라는 말이 유행이에요. 그런데 왜곡돼 있어요. 우리는 외부에서 돈을 잘 끌어 모으는 사람만을 일컫지요. 하지만 진정한 경영자 총장은 행정능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각종 평가 제도가 난무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도들은 교수를 옥죄는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 큰 평가는 학생들이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서류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죠.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교수 계약제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 교수가 노동자로 자처하는 시대입니다. 디지털문화로 점점 사람들은 점점 개인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스승상 또한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노조가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내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지 노조보다는 교수협의회, 교수회 등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경영자 총장에 대해 말했지만, 나는 총장만이 CEO가 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학교 교직원 모두 CEO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학교는 외형상 어려운 대학으로 교직원들에게 평균 이상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선해서 해주는 것이 정말 고맙지요”
- 그럼 사회적으로 교권을 추락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가정교육 잘못이 가장 크다고 봐요. 바쁜 직장생활로 아버지를 친숙하게 느끼지 못하고 자란 학생이 선생을 친근하게 생각할 리 없지요.
요즘은 좋은 컴퓨터 사주는 것으로 부모 마음을 대신하지만 잘 생각해봐요. 사람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교육을 하는 거예요. 돈도 문제에요. 옛날에는 교실에서 다같이 도시락을 먹었거든. 모든 것이 공평했어요. 도시락 문화가 없어지고 위화감이 생겼어요.
돈 있는 학생은 자동차 타고 다니고, 없는 학생은 전철타고 20~30분 걸어와요.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눔이 보편화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도중 양권석 부총장(신학)이 들어왔다. 그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기관지 7주년 행사 축사를 해달라는 부탁이 왔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학생들과 약속이 있어 어렵다고 했다. 실무자들이 사회단체 중요행사이니, 학생약속을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압력(?)을 가했다. 김 총장은 “아이들과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궁금증이 풀린 마당에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미안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에게 질문을 했다.
-스승의 날 가장 받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나는 지금까지 무조건 받기만 했어요. 내가 준 것은 얼마 안돼요. 또 총장이라고 책도 가져다주고, 차도 타줘요. 이젠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정 내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줬으면 해요” ssanun@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