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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북한연구가 필요하다
고려대 아세아 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
북한연구는 북한처럼 저발전이다. 방법론의 부재가 지속된다. 북한 연구자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한다. 여전히 개념적 일반화에 서툴다. 몇 세대에 걸친 사회주의 연구 방법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960~70년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실증연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해방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연구는 늘고 있고, 의미 있는 연구 성과들이 나왔다. 1950년대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1960년대 중후반부터 연구의 공백이 너무 많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북한 자체에 대한 분석적 관심은 늘지 않는다. 왜 북한 연구는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첫째, 연구대상인 북한 자체의 역동성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 의지는 있으나, 정책으로 가시화되지 않으니, 당연히 북한을 둘러싼 담론의 성격 역시 정체다.

북한 변화론을 둘러싼 대립적 시각은 1989년 사회주의권 붕괴이후부터 녹음기처럼 반복된다. 북한 변화론 역시 북한자체의 움직임보다는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희망을 반영한다. 당연히 논쟁은 세계관의 상호확인으로 귀결된다.

둘째, 연구대상과 무관한 선험적 인식론이다. 연구대상에 대한 실체적 관심의 부족은 아무나 북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연구논문 하나 없는 사람들이 신문 칼럼을 쓰고, 방송대담에 나가고, 전문가 행세를 한다.

셋째, 여전히 각론 보다 총론위주의 담론이 지배적이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분야별 연구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문학 농업 과학기술(과학사) 분야의 경우 이미 독자 학문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연구 성과가 축적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북한연구 시장’의 주류는 총론이다.

어제도 오늘도, 북한과 관계없는 북한연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갖고, 이른바 ‘현황과 전망’을 한다. 아마도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남북관계가 안정적 국면으로 전환되면, 각론 연구자들이 주도할 것이다.

물론 아무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데는 북한 연구자들의 책임도 크다. 동네 축구처럼 ‘선수’가 아니니, 지나다가 아무나 들러서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연구도 질적 도약을 해야 한다. 북한은 인류역사에서 어쩌면 가장 흥미로운 학문 연구대상일지 모른다.

‘현실사회주의’ 80년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주의적 실험’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북한은 ‘고전적 사회주의’를 50여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특수한 사례다. 북한 체제의 특성과 지속성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면, 그것은 사회과학적 발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다른 학문과 다른 지역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북한 연구자들만의 서술적 용어가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석적 개념을 사용할 때, ‘북한적 현상’에 대한 추상적 일반화가 가능하다. 물론 북한의 역사적 현실과 거리가 있는 ‘사회주의 시민사회론’ 같은 동유럽의 일반 이론을 북한에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둘째, 비교 사회주의 연구가 필요하다. 지역연구에서 개념과 이론은 사례연구의 반영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현실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사회주의 연구의 이론 틀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주의 연구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코르나이의 저작도 한국에서는 번역되지 않는다. 비교연구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북한을 제외하고 ‘고전적 사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련과 동유럽의 체제전환이후 이들 국가의 ‘고전적 사회주의 시기’에 대한 연구는 단지 역사학이 되고 말았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에 대한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북한연구에서는 오히려 1950년대나 문화혁명 시기의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과 같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루마니아나 알바니아 등에 대해서도 몇 개의 논문을 제외하고는 없다.

북한에 대한 풍부한 사례연구를 토대로,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북한적 현상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규명하는 일이 북한 연구자들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북한 연구가 필요하다.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7-08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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