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정치라는 행위는 정치인들 만에 의해서 연출되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의 기반위에서 그 시민들의 수준에 맞게 전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언론에 의해서 비판되고 고무되고 홍보되며 유도되고 있다.
즉 정치란 그 사회의 구성원인 시민과 시민에 의래서 뽑힌 정치인 그리고 언론이 함께 어우러져서 만들어 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의 정치와 언론의 수준은 곧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의 수준” 이라고 누구인가 말했던데...
원로 언론인 조용중 선생과 한국대학신문 이인원 회장이 본사 회장실에서 ‘언론과 권력’을 주제로 현 정치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이인원 : 선생께서 얼마 전 책으로 펴낸 ‘저널리즘과 권력’을 읽었습니다. 언론과 권력, 과연 어떤 관계여야 하나요.
조용중 : 이들은 현대의 막강 파워집단이죠. 여기서 말하는 권력이란 선출된 국가권력을 말하며, 저널리즘은 선출되지 않은 사기업이 국가권력 못지않은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 대비됩니다. 특히 권력이 가지고 있는 실상과 허상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습니다. 이를 대비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제목을 정했지요.
이인원 : 어떤 괴리가 있을까요. 언론은 권력을 견제한다고 하지만은.
조용중 : 견제를 하는 실제면도 있고 해야 한다는 당위면도 있겠지요. 권력이나 저널리즘은 당위적인 측면보다는 그렇지 않은 면이 많지요. 가령, 미국 고위관료는 신문을 “아주 자기 이해에 집착하고 되지도 않은 잔소리를 하며, 트집 잡고 권력에 선입견을 갖는다.”고 비난을 합니다.
이인원 : 권력 이상의 힘을 가진 ‘언론’은 그럼 누가 견제해야 하나요.
조용중 : 지금 지적하신 점이, 한국만이 아니라 오늘날 언론이 처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 그로인해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결과입니다. 그럼으로 투표 한 사람의 의사를 반영하고 견제 받을 수 있습니다. 언론은 선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방종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권력이 나서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최근 권력에 의한 세무사찰 실패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죠. 본질이 훼손되는 결과로 나타났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언론을 견제하고 감독하려는 권력이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언론도 같은 논리의 적용이 가능합니다. 언론도 어디까지나 사기업입니다. 순수하지 못한 권력과 결탁한다든지, 자기들 이해관계에 의해 충돌하면 국가권력의 실패와 같은 결과를 맞을 겁니다.
이인원 : 언론 자신이 사기업이면서도 행사하는 사회적인 영향력은 권력 그 이상입니다. 이런 이유로 언론 역시 어떤 장치에 의해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독자 이외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조용중 : 사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모범 답안으로는 모자랍니다.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은 옳은 얘기나 실제는 아니죠. 견제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언론 자율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만약 여기에 국가권력이 관여하면 또 다시 권력과 언론의 관계가 왜곡될 것입니다. 언론이나 권력이나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독자나 신청자 신뢰도 제고 입니다. 언론매체 공동으로 해결 할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개개의 언론사가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인원 : 언론의 양식에 맡기자는 말씀입니까.
조용중 : 결국 그렇게 돼야 할 겁니다. 권력이 참견하면 결과는 멀지 않은 역사에서 실패의 경험이 되풀이 될 테니까.
이인원 : 외국의 경우 정치평론가 비중이 대단합니다. 우리나라는 정치 평론가들의 평론에 정치인들이 무감각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 평론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용중 : 가령 이상적인 상황은 ‘아무개가 oo일자 00매체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하는 상호토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좋던 나쁘던 스타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특출한 학자가 있어 소수의견을 내서 공격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묵살’이라는 관용을 배풉니다. 또 하나는 정치평론을 할 수 있는 매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평론의 경우 신문사에서 사이드로 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당론’도 문제입니다. 세상없는 탁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시하면 된단 말입니다.
이인원 : 그런 것을 교정하는 것이 정치평론 아닌가요.
조용중 : 그렇죠. 우리나라 평론가의 좋지 않은 행태중 하나는 실제로 평론하는 사람들이 반쯤 정치 쪽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기자할 때 정치부 쪽에 많이 있었는데, 그쪽에는 정치부 기자, 정치 기자가 있었습니다. 정치기자는 실제로 정치를 합니다. 나중에 보면 그런 사람일수록 예외 없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으로 갑니다.
이인원 : 정치와 권력의 관계를 얘기했는데 정치나 언론수준은 최종적으로 시민수준과 연결돼 있지 않을까요.
조용중 : 그것을 민도라 할 수 있는데, 결국 투표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을 뽑느냐에 의해 그 나라 정치수준이 정해진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죠.
이인원 : 정치인을 다룰 때 도덕적 기준을 주장 하지만, 선거의 경우 엊그제 부정행위로 교도소 갔다 온 사람을 선출하기도 합니다. 사실 장상 총리의 경우 너무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매달리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조용중 : 정치인의 이해관계와 정치가 가야할 방향과의 차이 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불가피한 점이 있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지향해야 할 이상은 무엇인가 피차가 생각해야 할 겁니다. 언론도 권력을 감시하는데 있어서 ‘아젠다’ 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 실제 그동안 신변잡기를 다루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인원 : 언론인으로 정치평론가로서 우리 정치의 발전적 모델로 과연 어느 나라가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조용중 :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미국을 모델로 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문권 사회에 주목합니다. 중국 한국 일본의 공통점 같은 것 말입니다.
이인원 : 정당지도자들과 많은 인터뷰를 해본 경험으로 보건데, 우리 정치인들은 돈 안 드는 선거를 하겠다는 인식이 약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부패와 결부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조용중 : 미국정치는 돈 가지고 승부하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미국만큼 투명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경우 돈 잘 끌어들이는 정치인이 유능한 보스입니다. 일본패턴과 똑같죠. 단절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달라져야 하고, 유권자가 돈을 거부해야 합니다. 금년의 경우 선거공영제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정부나 정당이 소극적인 것은 수수께끼입니다.
이인원 :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젊은층 특히 대학생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요. 선생께서 우리 대학생들의 행태를 볼 때, 우리 미래는 어떨 것이라고 보는지요.
조용중 : 지난해 학생들과 1년간을 보냈습니다. 단적으로 느낀 것을 말하면, 젊은이들이 의욕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취직 등의 문제로 좌절감이 심합니다. 젊은이들 자신이 새로운 개척을 하려면 기성세대를 뛰어넘어 창의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상당히 약합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좀더 적극적 젊은이들을 도와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인원 : 요즘 정치 분야에서 진보 보수 얘기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진보라 하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반면, 보수적인 사람들은 폐쇄적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른 것 같습니다.
조용중 :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경우 신좌익이라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결국 자기가 어떤 위치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이인원 : 우리나라 보수 진보 양 진영의 국가 목표가 다른 것으로 보십니까.
조용중 : 사회주의 체제가 기승을 부릴 때는 국가 목표까지 달랐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현상 타파 쪽이지 않을까요.
이인원 : 해방 후 57년 동안 우리의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그래도 그때그때 최선을 다한 것 아닙니까.
조용중 : 우리 각자가 국가 사회목표를 세워 능동적으로 노력했다고 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사회발전의 결과라고 봅니다. 특히 정치면에서 3선 개헌, 사사오입 등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는데, 당시 권력의 중추세력이 그것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식인 등 대안세력이 대안을 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이인원 : 대통령 선거가 다가옵니다. 정치평론가로 언론에 평생을 바쳐온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용중 : 민심이 조석변입니다. 현 여론조사결과로 보면 앞으로의 대통령은 경영마인드, 준법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민주화 반독재 이슈는 중심이 되지 못합니다. 민주제도라고 독재가 없으란 법이 없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이란 말은 바로 그런 애기입니다. 결국 선거란 것은 우수한 후보 몇 사람을 놓고 뽑는 것이 아니라, 못난 사람 중에서 덜 못난 사람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이인원 : 글은 언제까지 쓰실 예정인가요.
조용중 : 주문생산이니까. 또 저는 누가 부탁하는 것을 잘 거절 못합니다.
이인원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리 / 송찬영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