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교수였던 권모씨는 2001년 6월 같은 전공 교수와의 잦은 갈등과 마찰로 학교로부터 해임되는 징계를 당했다.
권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육부에 재심청구를 냈으나 기각당했고 법원에 해임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는 권씨에게 개인 물품을 반출하고 연구실을 반환해 달라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는 한편 학교 총무과장을 통해 권씨에게 연구실 반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권씨가 연구실을 반환하지 않자 학교는 다음해 1월 권씨가 사용하던 연구실 잠금장치를 교체하고 연구실 물품을 창고로 옮겨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실에 있던 권씨의 물품들 중 6천600만원에 달하는 작품들이 분실됐고 권씨는 학교를 상대로 분실된 물품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염원섭 판사는 17일 권씨가 학교법인 S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천64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연구실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원고의 동의를 받거나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반환받아야 하지만 임의로 연구실에 있는 원고 소유 물품들을 반출하는 방식으로 연구실을 반환받았고 그 과정에서 원고 소유 작품들이 분실됐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로서도 해임처분을 받았으므로 스스로 연구실에 있던 물품을 반출하고 연구실을 반환하거나 연구실에 작품 등이 있다는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사실관계에 비춰 원고의 과실을 30%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권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아 위자료를 지급해 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작품 분실로 인해 받는 정신적 고통이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 메울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