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한국의 대표적 대학 브랜드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으로부터 그 해법의 단초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취임하신지 한달 정도 됐다. 일반 교수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학교 일에 얽매이다 보니 사생활이 없다. 특히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강의 시간이 없어져 매우 아쉽다. 강의는 내게 일이었지만, 하나의 운동이자 취미였다.”
- 평소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씀은 무엇인가.
“수업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외부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대학 강의 클래스 사이즈는 적어 교수와 학생이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한번의 결석도 학생에게는 큰 손해다. 그래서 나는 한 학기 4회 이상 무단 결석하면 무조건 ‘F 학점’을 준다. 나는 학기 첫 수업때 칠판에 한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쓴다. 그리고 무슨 뜻인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여러 대답을 하지만, 사실 이 뜻은 영어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전공이외에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말해 학생들에게는 강의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 총장께서는 현재 포항공대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얼마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위를 했다. 우리 대학의 교수, 학생, 직원 모두 우수하다고 자부한다. 또 대학 구성원들이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 그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 포항공대는 역사는 짧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대학이다.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다소 침체된 모습이다. 이번 총장선임에도 법인과 교수들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17년전 설립당시 원대한 포부를 가진 박태준 이사장과 김호길 초대 총장의 열정은 다른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창출했다. 나는 우리 대학이 여러 분야에서 대학 교육의 모티브를 제공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지난 1년동안 총장대행체제로 운영되다보니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것은 사실이다. 교수들은 이번 총장 선임과정에서 외부의 훌륭한 총장이 오기를 바랐다.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나는 총장 선임 후 ‘화합’을 가장 큰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교수들은 현명하기에 잘 이겨 나갈 것이다.”
- 외부적인 요인은 없나.
“방금 말씀드린대로 국내 다른 대학들은 우리 대학을 모방하고 추월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 기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특히 수도권 대학들이 우리 대학의 우수한 교수들을 데려간다는 것이다. 사실 자녀 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일부 교수들은 수도권으로 가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수도권 대학들이 교수들을 데려가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 대학은 교수 한 사람 임용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포항공대 교수는 검증이 된 분이다. 수도권 대학들이 불로소득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하여튼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창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특히 교수와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재임기간동안 역점 둘 사업은 무엇인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대학은 현재 10개학부, 11개 대학원 전공이 있으며, 모든 구성원이 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세계 일류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 대학의 강점 분야를 선택 집중해 세계 일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수 평가의 다원화다. 교수 평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학발전을 좌우하는 교수진의 승진과 연봉 책정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교수평가는 SCI논문수에 비중을 뒀다. 물론 SCI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포항공대가 이름은 공대지만 내부적으로 이과(理科)와 공과(工科)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SCI의 논문 등재만을 본다면 이과와 공과가 연구 주제나 과정상 다를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 일률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교수 평가는 어떤 기준에 의하되 공평하고 공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과대 교수들은 연구 프로젝트를 많이 수주하는데 비해 SCI 논문을 쓰기 어렵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 나는 앞으로 교수들에 대해 최소한 평가기준을 이원화해 연구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는 교수들은 또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밖에 나는 행정의 효율화, 국제화, 재정확보 등을 위해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재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재정문제 중요하다. 현재 포스코가 내놓은 재정 출연금이 꽤 있다. 이자율이 좋았을 때는 정말 괜찮았다. 그런데 금융이자가 낮아지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 연간 3백50억 정도의 과실금이 들어오는데 자꾸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1년예산 1천5백억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연구비 오버헤드로 이를 충당할 계획이다. 뛰어난 연구력을 바탕으로 포스코 연구비, 대형 국책과제를 유치할 것이다. 이 외에 기부금 확충 노력을 할 것이다. 지금은 경제 사정이 안좋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지만, 동창들도 나서서 기금을 만들어 학교에 보탬이 되겠다고 한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동문들이 많은데, 아주 고마운 얘기들을 한다.”
- 다른대학도 마찬가지지만 포항공대의 경우 세계를 지향해야 하지 않은가.
“우리 경쟁상대는 국내 대학이 아니다. 세계로 진출할 것이다. 내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국제화다. 우리대학은 이미 13개 나라 50개 유수 대학과 연계 돼 있다. 동아시아 17개 연구 중심대학이 참여하는 총장회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이스트 서울대와 포항공대 3개대학, 일본은 동경대 교토대가 포함돼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대학과 교류하면서 우리대학 학생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학이 바탕돼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졸업시까지 토플 550점이상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또 많은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외국인 학생도, 포스닥 연구교수도 많이 유치하고 있다."
- 국제화 인프라는 어느정도 인가.
“우리는 거의 다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새로 건립된 청암학술정보관을 통해 세계 어느 도서관과도 연결할 수 있다. 또 세계적인 석좌교수도 모셔올 생각이다. 아무래도 외국인 교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요즘 국내 석좌교수는 본래의 의미가 많이 변질되었다. 석좌교수는 굉장히 권위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월급도 기존 교수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한가지 숙제는 국제회의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포항에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만한 국제회의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경주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창피한 얘기지만 포항공대에는 교수휴게실도 없다. 국제회의장에 교수회관과 숙박시설을 갖추고, 개교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
- 우리나라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초과학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동안의 문제점이라면 빨리빨리 써먹을 수 있는 것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응용만 있고 기초가 없던 것이다. 기초과학을 무시하면 안된다. 산업체도 연구비를 줄 때 기초를 중시해야 한다. 기초와 응용이 융화를 이루면서 중장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대학 경쟁력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정부가 대학을 어떤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가.
“노무현 정부는 지역대학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했다. 산학협력단을 만들고, 과학기술중심사회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아주 좋다. 문제는 실천이다. 산학협력단의 경우 우리 대학은 이미 실행을 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대, 칭화대의 경우를 보면 산학협력에 대한 학교 자원이 대단하다. 사회주의 국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산학협력을 공고히 해 왔다.
그러나 산학협력단은 교수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경영의 경험을 가진 분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의 생명과학연구센터에서는 그런 분을 모셔왔다. 또 하나는 연구비의 오버헤드 비율을 현실화했으면 좋겠다. 대형 국책과제의 경우 정부 부처에 따라 5%~18% 된다. 이 정도로는 대학 운영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우리가 자체 조사를 해보니 29% 정도가 손익분기점이다. 어려울 때가 많다. 또 하나는 교육은 장기적 안목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즉흥적인 시책등은 곤란하다.”
-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대학이 무엇을 해야하는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학이 학생들에게 우리 민족과 국가, 나아가 세계의 인류 복지, 행복을 생각할 수 있겠끔 이끌어 줘야 한다.”
-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축하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
“한국대학신문을 애독을 한다. 지난번 대교협회의 때 배포한 ‘대학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 책자도 잘 봤다. 한가지 언론은 사실을 과장하면 안된다고 본다. 정확한 사실 보도로 대학이 발전하는데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 창간 15주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