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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교육시장 개방으로 세계대학과 어깨 나란히 해야
행정전문관료 출신, 원칙 중시하는 성품이 장점
실용교육 특성화로 취업률 100%
자율성 확보, 이공계 활성화가 대학경쟁력의 기초
‘작지만 경쟁력 있는 대학’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표방하는 모토다. 규모 보다는 내용이, 양보다는 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지털 시대의 패러다임을 일찍 간파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개교한지 12년. 한국과학기술대(한기대)는 ‘실사구시’라는 설립 이념을 철저하게 교과과정 속에서 실현, 8년 연속 취업률 100%라는 경이적 기록을 낳고 있다. 또 교육부 정통부 대교협 등 각종 대학평가에서 연속으로 최우수대학에 선정되고 있다.

한기대 문형남 총장을 만나 후발대학으로서 경쟁력 제고 노하우, 한국 대학사회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병천 순대 모르나?”

한기대 위치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기자를 보고, 한 선배가 힌트라며 던진 말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약도를 인쇄, 우선 천안행 고속버스를 탔다. 초행길이라 천안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니 운전사가 이 대학 자랑을 늘어 놓는다.

“서울지역 학생도 많지만, 취업이 잘돼 충남지역에서 최고로 머리 좋은 학생들이 가는 대학”이란다. 동문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터미널에서 40분여를 달려 도착한 대학 캠퍼스는 아담했다. 총장실 문을 들어서니 넉넉한 웃음을 머금은 문형남 총장(56)이 맞았다. 불교신자인 그는 ‘좋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보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아침 집에 있는 돌부처를 본다고 했다. 그 돌부처는 어떤 날은 바로 웃고 또 다른 날은 5분 있어야 웃는다고 했다.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것이다.

행정전문 관료 출신 총장

문형남 총장(56)은 한기대 제4대 총장이다. 초대 이낙주 총장, 2대·3대 권원기 총장이 학자출신이었던 반면, 문 총장은 노동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문 총장은 지난 1975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 1996년 부산지방노동청장, 1999년 노동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2001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대학 구성원들은 그에 대해 “30년에 이르는 행정조직 경험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원칙을 중시하는 성품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취임 1년 소감을 물었다.

“아직까지 대학의 속성을 다 알았다고는 할 수 없고..., 대학에 오래 몸담고 계신 분들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대학이 자꾸 틀에 얽매이고, 변하는 세상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한국의 대학사회에서 교수의 신분보장과 학문 자율성을 보장하는 궁극 목적은 결국 사회 다른 분야를 이끌어 가기 위함인데, 오히려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 문 총장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문 총장이 이끌고 있는 한기대는 어떨까. 최근의 각종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문 총장은 우선 한기대의 성공 비결을 ‘정부 출연의 설립목적이 분명한 대학’으로 설명했다. 한기대는 노동부가 대학 설립비 전액을 출연한 대학으로 설립 목적이 ‘전문적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할 교사·교수 및 현장교육 담당자 양성’이라고 했다.

“일반예산, 대학경상비는 산업인력관리 공단에서 지원합니다. 매년 노동부 산하 능력교육개발연구원에서 재교육을 실시하면서 나오는 금액도 있고요.”

국내 타 대학 보다 여유 있는 재정은 한기대의 교육여건을 향상시켰다. 국립대 수준의 저렴한 등록금(1학등 등록금 1백3십여만원)과 재학생 80%를 수용하는 최신 기숙사, 교수 1인당 학생수(22명), 다양하고 풍부한 장학금 지원제도로 유능 학생 유치가 용이했던 것이다.

문 총장은 이와 함께 한기대의 두각 이유를 실용교육의 특성화로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교수현장연구학기제. 일체의 강의부담 없이 3~4년마다 한 학기씩 산업현장에 나가 기업체와 공동연구를 하면서 기술자문을 해주고 이를 분석하여 다시 교육에 반영하는 이 제도는 대학과 기업의 끈을 돈독히 해 기업의 대학지원뿐만 아니라 졸업생 취업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또 하나는 학생들이 직접 산업현장에 파견돼 4주 동안 현장을 경험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현장실습제도와 졸업연구를 통한 실기작품 제작 의무화. 실험실습교육을 통해 익힌 실천적 기술을 바탕으로 직접 계획하고 설계 제작한 작품을 전시회를 통해 발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반 공과대학보다 많은 졸업이수학점(150점), 국가기술 자격증 취득의 졸업의무제 시행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제가 정부에 있을 때,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그럽디다. 사원 1인당 재교육에 8천만원 든다고. 이런데 어떻게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 안할 수 있습니까. 우리 대학이 취업률 100%를 달성하는 가장 큰 이유죠.”

문 총장의 이야기가 대학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그는 우선 교육시장개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대학이 너무 침체돼 있어요. 시장 개방해야 합니다. 이제 국내에 기준을 맞추기보다 세계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합니다.”

문 총장은 대학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경쟁력을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 확보와 이공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도 정부에 있었지만, 교육부가 너무 대학에 개입합니다. 작은 것까지 보고하라고 합니다. 가볍게 팬티 런닝 입고 뛰어야 하는데 꼭 뭘 씌우는 것과 같아요. 요즘 이공계문제와 관련 인력부분만을 이야기 하는데, 장비도 너무 낙후돼 있어요. 이를 위한 각종 지원들이 절실합니다.”

그는 대학 경쟁력의 핵심인 교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각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교수 연봉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경쟁 메카니즘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대학은 근무 연한보다는 활동사항을 가지고 평가합니다. SCI 게재 논문 발표자의 경우 전폭 지원합니다. 승진에 있어서도 산업체 링크 역할을 하는 교수에게 가산점을 주죠.”

그는 마라톤 주자가 완주 뒤 탈진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대학사회 발전을 위해 자신도 임기동안 모든 정력을 쏟아 붇겠다고 다짐했다.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6-16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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