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애초 종교의식에 사용했다. 제사장이 자기 신체를 청결히 하는 동시에 위엄을 갖추는데 사용한 것. 고대사회에는 죽은 사람의 악취제거 방부, 살균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향류는 천연물이었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 사용이 왕과 귀족 등 특수 신분에 한정됐다.
향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천연 동물성 향료인 사향이다. 사향은 노루의 사향선을 건조시켜 얻는 분비물인데, 주로 발정기 때 생식기를 잘라서 얻는다. 사향은 영어로 머스크(Musk)라고 부르는데 발정과 흥분효과가 커 최음제로 사용됐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사랑의 노예로 만든 조세핀, 로마의 시저와 안토니오를 사로잡은 클레오파트라, 조선명종 때 명기 황진이의 비장의 무기는 ‘콧대’가 아닌 사향이었다.
오늘의 향수의 기원은 1370년 헝가리 왕비가 개발된 ‘헝가리 향수’. 이 향수는 향료를 휘발성이 강한 알코올에 용해시킨 것으로 당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 유럽의 귀족들이 애용했다. 향수의 대중화는 비로소 19세기 이후 유기화학 발달에 따른 합성향료의 개발로 이루어지게 됐다.
향수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오데퍼퓸’
향수는 향료가 알코올(+증류수)에 녹아 있는 정도인 부향율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분류된다. 즉, 향료의 농도가 가장 높은 향수를 ‘퍼퓸’이라고 하고, 향수에서 차지하는 알코올, 증류수 등이 첨가되면서 오데(Eau,프랑스어: 물)’라는 이름이 붙는다.
‘퍼퓸’은 원액에 가장 가까운 20-25%의 부향률로 한번 뿌리면 8-10시간정도 향이 지속된다. 향이 가장 풍부하고 완성도가 높지만 매우 진하고 강하기 때문에 조금씩 귀 뒤 목 팔목 등의 부위에 살짝 발라주는 것이 좋다. 가격이 매우 비싸고 향이 강하다.
‘오데 퍼퓸’은 퍼퓸에 ‘오데(Eau,프랑스어: 물)’가 붙어 농도가 옅은 향수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 보면 향의 확산성과 지속성, 깊이 감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향수를 자주 사용하는 향수 마니아들이 주로 애용하고 있다. 부향률은 15%전후로 오리엔탈 향수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오데 토일렛’은 영어로 ‘화장실’을 의미한다. 중세 유렵의 귀족들이 화장식에서 뒤처리를 깨끗이 하지 않아 향수를 뿌리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부향률이 10% 전후 정도로 사용 뒤 4시간 정도 향이 유지된다.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향이며, 보통 향수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데 코롱’은 ‘퀠른의 물’이라는 뜻으로 가볍고 밝고 산뜻한 느낌의 향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다. 퀠른 지방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 병사 시체의 부패가 심하자 나폴레옹은 악취를 가리고 병사들의 명복을 비는 의미로 많은 양의 향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오데코롱의 부향률은 3-5%정도로 사용 뒤 2-3시간 정도 향이 유지된다. 향수 초보자나 가볍고 은은한 향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샤워코롱’은 한국과 일본 등 가볍고 신선한 향기를 좋아하는 아시아 소비자 특유의 기호에 맞추어 나온 제품의 이름이 제품군의 보통 명사화 된 경우다. 향수라고 보기는 어렵고, 향이 좀 들어간 보습제 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난하다. 보통의 향수 사용법과는 달리 향액을 손바닥이나 물에 덜어 마사지하듯 다소 많은 양을 전신에 사용한다.
향수는 또 향기의 특성에 따라 계열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선 풀이 연상되는 향수,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향을 그린계열이라 한다. 바이올렛 에센스나 피스타치 아렌티스루스, 갈바뉼 등이 이에 속한다. 향수의 원료가 되는 꽃 향을 이르는 플로럴 계열도 있다. 향이 진하지 않고 거부감이 없으면서 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장미나 자스민 라일락 백합 히아신스 등이 있다.
시프레 계열은 지중해의 사이프러스 섬에서 느낀 향의 이미지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젖은 듯 하면서 그을린 나뭇잎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건강미 넘치고 개성적인 향이기 때문에 남성향수나 여름용 여성 향수에 많이 사용된다.
오리엔탈 계열은 식물의 수지와 돌물성 향료를 주조로 만들어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짙은 향이고 섹스어필 느낌을 주며 밤에 잘 어울린다. 스파이시 계열은 시나몬 정향나무 너트맥 후추 등을 연상시키는 향수다. 시트러스 계열은 오렌지 레몬 귤 자몽 등 감귤류의 향기로 상큼한 이미지를 준다. 가벼운 향이 특징이며 휘발성이 크다.
스프레이타입 스커트 단에 뿌리면 좋아
자신에게 맞는 향수를 고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용기로 향을 맡았을 때와 직접 피부에 닿았을 때의 향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향은 바로 맡지 말고 잠시 기다렸다가 알코올취가 휘발하는 3-4초 후에 맡으며 다시 3-5분 후에 체크하는 것이 좋다. 향수는 같은 것이라도 뿌리는 사람의 피부와 미묘하게 어우러져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난다.
따라서 향수는 사람의 체취와 그날의 날씨, 분위기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또 한번에 3종 이상의 향을 체크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유명 브랜드 등 유행을 쫓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은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같은 향도 다르게 느끼므로 몸의 컨디션이 좋을 때 구입한다.
향수 수명은 개봉 후 대략 3년 정도로 향수 액을 볼 때 마치 물과 기름처럼 두개의 층으로 분리됐거나 향수의 색이 옅어졌다면 이미 향수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또 향수병의 입구가 끈적거리고 더러워 져 있다면 버리는 것이 좋다.
향기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퍼지고 체온이 높고 맥박이 뛰는 곳일수록 확산이 잘된다. 따라서 귀 뒤나 팔 안쪽, 손목, 정강이 안쪽, 무릎, 손바닥, 목덜미 등이 향수를 뿌리기 좋은 부위다. 스프레이 타입이라면 신체의 넓은 부위나 스커트 단과 같이 일반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에 사용하면 은은한 향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