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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타파 방법없나 - '학벌' 한국사회 좀먹는다
'한국판 카스트제도' 국가경쟁력 향상 저해
국무위원 15명 서울대 출신 '출세의 지름길' 인식
사교육 조장·파벌형성·권력 집중 등 폐해 심각
학벌을 두고 한국판 카스트제도·현대판 호패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번 얻은 학벌은 무덤까지 따라 간다'. '졸업한 대학이 어디냐'에 따라 4년 동안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입사원서를 구경하지도 못할 수 있고, 어렵사리 입사했다고 해도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출신 대학을 기초로 조직화된 패거리 학벌 때문이다.

이 학벌주의 최 정점에 서울대가 있다. 서울대는 세계 1백대 대학 안에 한번도 올라본 적이 없는 미국의 중하위 주립대학 수준이다. 동남아의 필리핀·홍콩·싱가포르 등이 세계 1백대 대학을 1개 이상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이제 조금의 다양성마저 상실하며 서울대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오랜 전통을 가진 사학명문과 서울대, 육사 출신자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다소간 균형을 이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대는 다른 학벌을 누르고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층'을 구성하고 있다. 국무위원 21명 가운데 15명이 서울대 출신이며 국내 1백대 기업 대표이사 1백56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68명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판·검사 등 법조인과 국회의원도 서울대 출신이 과반수를 넘는다.

이같은 사회 지도층의 학벌 편중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서울대 간판을 따야 한다는 생각을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 김상봉 운영위원은 "학벌차별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전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조직의 경쟁력을 키우고 개인이 자신의 적성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학벌이나 출신 집단보다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한국교육을 살리려면 모든 대학을 평준화해서 입시경쟁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에 편중되지 않게 모든 국립대를 골고루 지원해서 대학별로 특성화하고, 국립대 사이의 문호를 개방해서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한다면 국립대는 질적으로 평준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경영대, 법대, 의대 등을 독립시켜서 대학을 작게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권력은 그 사람이 어느 정도 큰 패거리에 속해 있을 때만 생기기 때문에, 학교 크기가 작으면 학벌에 따른 권력이 생길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미국에서는 주요 사립대나 주립대 정도 합격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축하해준다. 이런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20%다. 우리의 경우 서울대나 연·고대 등에 들어갈 확률은 3~4%에 불과하다. 명문대를 그렇게 제한적으로 생각하는 한 입시지옥을 없애지 못한다.

미국은 전문대 입학했다가도 주립대학 등으로 옮겨 공부하는 등 2·3차의 기회를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면 대부분 졸업하고 입학 때 어떤 대학 들어갔느냐가 평생 신분처럼 따라붙는다. 선발 방식이 여러 단계로 나눠져야 하며 또 한번의 선발이 치명적으로 되는 지금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일본 등 동양권을 빼고는 시험 기준으로 선발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도 일정한 점수 이상이면 그것으로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 있다고 본다. 영국도 상위 10% 정도의 시험성적 기준이면 어느 대학에도 들어갈 요건은 된다. 이들 대학은 성적도 좋으면서 특별활동을 열심히 하고 자기의사를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학생을 높이 평가한다. 시험의 소수점 단위까지 적용해 뽑는 것은 불합리하다. 외국에서는 선발 때 학생의 성장 잠재력도 많이 본다. 그래서 어려운 여건 속에 공부한 빈곤층의 자녀에 많은 배려를 한다.

이제 서울대와 연·고대는 학부를 축소하고 대학원에서 경쟁해야 한다. 전문대학원 체제로 가면 학생들이 대학원 진입 단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그 동안 개별적으로 '학벌철폐'를 외쳤던 교수들이 이를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마련한 홈페이지(www.antihakbul.org)는 지난 10월에 문을 연 이후 학벌로 인해 생긴 폐해들과 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들의 학벌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폐지론’ 공개 주장 건국대 정영섭 교수

- 천재와 수재 다 끌어다가 지배계층과 학벌 양산

- 투명한 경쟁질서 위해...세무대학 폐교 적용해야

지난 6월 ‘국립대의 역할과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교육정책포럼에서 건국대 정영섭 교수는 서울대 폐지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가 소외된 사람을 모아 교육을 잘 시켜서 오늘 같은 업적을 냈다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지만 지난 50년간 국가의 특혜를 받았음에도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천재와 수재를 다 끌어다가 지배계층과 학벌만 만들어 우리나라의 슬기와 지혜를 서울대라는 제도가 말살했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은 국민의 세금을 받아 설립·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수월성이 낮고, 실용성도 희박하며 면학분위기도 양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조직과 운영도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국립대학인 서울대는 최근 최고자문위원단으로부터 미국의 중하위 주립대학 수준으로 자리매김 됐다.

그는 서울대 캠퍼스는 고시열풍에 휩싸였고, 강의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의 입시경쟁을 완전 독점하고, 우리나라 중등학교의 교육을 병들게 하고, 엄청난 규모의 합법·불법 사교육을 창궐케 하는 원인을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학교의 의미는 평준화 비평준화를 막론하고 서울대 입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고, 고등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대 생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교육정책의 현실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는 등록금을 사립대의 2분의 1만 받고, 자동적인 국고지원이 따른다. 게다가 전통적인 관존민비 사상까지 겹쳐 우수한 학생이 사립대에 비해 더 많이 몰린다.

이에 따라 결국 학생들은 졸업 뒤에는 강력한 학벌을 형성하고, 피라미드형 서열체계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서울대는 압도적인 ‘지배학벌’로 군림하며 학벌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으로 둔갑하고, 국가의 이익마저 초월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불공정 경쟁이 대학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약화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국립대학은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이나 고등교육법상 대학의 목적에도 위배돼 국립학교 설치령과 서울대학교 설치령의 법적·교육적 근거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대표적 대학의 출현은 공정한 경쟁질서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세무대학의 폐교에 적용됐던 정부의 정책결정과 헌법재판소의 법해석이 서울대를 비롯한 일반 국립대학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가 폐교되고 국립·사립대학간 공정조건 내지 역할분담이 이뤄지면 대학서열이 고착된 예각의 삼각형이 아니라 유동적인 사다리꼴의 형태를 띠고 대학 간의 경쟁도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순전히 정부특혜에 의해서 일등이 된 서울대는 출발조건에서부터 여타 대학과 비교될 수 없으며 이러한 특혜없이 오늘 같은 서울대의 등장 및 재등장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백승준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11-11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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