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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공계 교과과정 시류에 처져 뒷북
기술융합 등 빠른 변화에 안일한 대응
대학 이공계 교과과정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을 따라잡지 못한 채 뒷북을 치고 있다.

대학의 교과과정 채택은 희망 개설 학기 6개월 전에 신청해 교과과정 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돼 아무리 빨라도 6개월 가량의 시간적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대학에서 한번 짜여진 교과과정을 변경없이 몇 년씩 진행시키고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류에 늘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문제되는 부문은 학문의 엄격한 영역구분이다.

23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2003학년도 1학기 기계항공공학부 교과과목에 ‘초음파 응용 및 진단’, ‘의료기기 설계’, ‘마이크로 나노 기계공학’, ‘확률 및 확률과정’ 등 기존의 공대과목으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과목이 올라와 타 대학교수들의 의견 조회를 기다리고 있다. ‘생체유동’이나 ‘의료기기 설계’는 의대 쪽 과목의 성격이 짙고 ‘확률 및 확률과정’은 자연대, 디자인스케치는 미대 과목으로만 여겨져 왔다.

의견 조회는 공대과목 이들 과목을 채택하기 위한 학문 영역과 담당 교수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조치로 일단 반대 의견이 나오면 양대 부학장들이 조정에 나서게 되며 조정에 실패하면 과목선택이 철회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미루어볼 때 이들 과목을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채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첨단 산업의 화두는 기술융합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기술이 융합되는 ‘디지털컨버전스’를 2010년의 비전으로 설정하고 일류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메라 한대 생산에 기계공학·광학공학·전자공학·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결합되어 만들어지게 된다. 휴대폰 기술에도 금속공학·전파공학·화공학·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여전히 전공과 학부로 영역구분이 명확해 기술융합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교학과 관계자는 “이공계 교과과정의 경우 빠르게 변해가는 과학기술 시류를 따라 적적히 변화하는 교과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시류에 뒤처진 공부를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양대 학사과 관계자도 “예전에는 교과과정을 2001~2004년식으로 4년치를 마련했으나 요즘은 학문의 급속한 변화로 수시개편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관계자들은 이공계 살리기에 앞서 이공계 교과과정이 보다 빠르게 시류를 따라 갈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승준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8-17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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