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식 정보 기술 창출이 주로 대학교육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학정책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그러나 경쟁력과 거리가 먼 양적 성장에 치중해 대학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 한 본 제대로 펴본 적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비해 대부분 선진국은 국가 사회가 합심해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오늘과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탄생했고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대학들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2001년을 맞는 우리 대학가의 현실과 문제점을 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진단해 본다. -편집자-
왜 우리 대학은 경쟁력이 약한가?
이같은 물음에 대학의 원로교수들은 우리 대학의 과거 교육여건은 현재보다 더욱 열악했으며 그간의 경제성장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국가 경쟁력의 신장을 위해서라도 대학경쟁력을 높여야 할 단계가 됐다고 단언한다.
실제 한국의 대학교육은 양적팽창에서 놀라울 만한 성장을 보였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은 지난 48년 42개 대학 2만4천여명의 학생에서 80년대 급격한 양적 팽창을 거듭한 이후 2001년에 1백92개 대학 1백93만1천여명의 학생으로 늘었다.
양적으로는 세계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질적인 성장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외국의 대학들과 확실히 다르다.
입시로부터의 해방감에서 한 두 해 들떠 지내다 보면 이제는 입사시험이라는 또 다른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따라서 상아탑은 고시준비와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양성소로 전락하게 된다.
대학의 경쟁력이 입학 때의 성적보다는 졸업 때의 성취에 좌우되어야 함에도 우수한 두뇌를 뽑아다가 4년 뒤 '바보'로 내보내는 '교육의 틀' 아래서는 나라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잘못은 그럴 수밖에 없는 대학의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대학은 선진국 대학보다 학습량이 상당히 적고 교육시설이 빈약한데다 토론문화 나 경쟁문화가 없어 질적으로 미숙하고 연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외국인 교수나 외국인 학생 유학생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교환학생으로 서울대 3년을 마치고 도쿄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안 모군은 "시험 과제물이 많은 데다 매주 강좌당 2∼3권의 독서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과목별 스터디 그룹을 유지해야 겨우 따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번 교수에 임용되면 평생보장 되는 체제속에 불성실한 강의준비가 학생들과 자주 마찰을 빚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출신 교수들이 모교에 몰려 있어 능력보다 학연에 의해 교수가 임용되고 비판 토론 문화가 사라져 창의적인 연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본교 출신 교수 비율은 서울대 95%, 연세대 80%, 고려대 60%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같은 대학별 본교 출신 교수비율은 선진국의 2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대학간의 자유로운 학문교류가 크게 제약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의 국가 경쟁력은 세계 주요국가들 중 최하위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과 신흥공업국 18개국 등 47개국의 '2000년 세계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최 하위권인 43위이다. 아시아권의 필리핀이나 태국보다 뒤 처지고 있다.
이는 중학생의 수학과 과학 학습성취도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있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며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우수 과학논문을 수록한 국제 SCI(Science Citation Index)의 2000년 등록건수를 보면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실적이 양적인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수준과의 격차가 아직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SCI 등록건수는 서울대 2천2백2건, 한국과학기술원(KAIST) 1천1백96건, 연세대 9백4건, 고려대 5백91건 등이며 이들 4곳을 모두 합쳐도 일본 도쿄대 5천9백21건의 83%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사회과학 논문 인용색인(SSCI)이나 인문 예술학 논문 인용색인(A&H) 등엔 발표 논문 수가 각각 96건(전년대비 27% 감소), 5건(67% 감소)에 불과했다.
고등인력양성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임을 고려할 때 대학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