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처장은 지난 13일 KAIST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총장께 드리는 마지막 고언’이라는 A4용지 1장 반 분량의 e메일을 통해 "KAIST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던 약속을 벌써 잊었느냐"면서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 중에 대학원을 외면하고 학부중심인 곳이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러플린 총장의 구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러플린 총장이 ‘과학기술계의 히딩크’로 묘사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선진축구를 배우고자 어렵게 초빙했는데 그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면서 "작금의 상황은 축구는 한물간 경기이니 미국에서 잘 나가는 미식축구를 하라는 꼴"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초 보직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박 처장은 전임 홍창선 총장(현 열린우리당 의원)시절부터 기획처장직을 맡았고 지난해 러플린 총장을 영입하는 데 과학기술부와 함께 실무 지휘를 맡았던 인물.
이런 점에서 학교 안팎에서는 박 처장의 총장을 향한 이 같은 고언이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처장은 지난해 정부 예산 확보 과정에서 보인 러플린 총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움과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연말 예산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데 (러플린 총장이)집요하게 방해(?)한 덕분에 공을 들인 예산 증액 요청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예산 투쟁과정에서 보여준 총장의 무성의를 비난했다.
KAIST는 지난 연말 기숙사 건립 등과 관련 2백억원의 예산 증액 신청을 했으나 무산됐었다.
박 처장은 또 "예고된 정기이사회를 개인의 휴가 때문에 무산시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KAIST를 구하러 온 사람인데 개인의 휴가가 KAIST의 정체성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박처장은 "러플린 총장 영입이후 벌어진 갖가지 마찰과 최근 사립 대학화 논란 등으로 마음 고생이 컸다"며 "그가 별 대안없이 현재와 같이 학교를 흔들려면 차라리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