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향신문 경제부장, 편집국장, 주필
문화일보 주필, 전무이사 /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현재) 상지컨경영설팅(주) 회장,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고문
* 주요 저서
- 한국의 경제관료(공저), 1979 / 거탑의 내막(공저), 1983 / 한국의 이너서클, 2002
기왕 ‘흥분하기로 했다’면 이 사건의 본질 문제를 한번 작심하고 까발리고 탐구하는 게 옳다. 바로 지난 50년 동안 심각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개탄해 온 교육 문제다. 입시부정은 시험지가 유출된 저 <무즙사건> 이후 수 십년 동안 수단과 방법이 다양화되고 일반화 되어 온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그런 각도에서 보면 방법이 유별나고 대규모로 공모했다는 면에서는 몰라도 하등 놀라운 사건은 아니다. 이 사건의 메시지는 복합된 사회현상이 빚은 ‘또 하나의 심각한 사태’ 라는 점이다.
부정에 가담한 학생들의 죄는 커닝이다. 아마 이 사건에 한 마디씩 하는 어른들조차도 커닝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부모들은 학기 말 시험에서 커닝을 했다면 큰일 날 짓을 한 것으로 빋아 들이지만 교실에서는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는 부정 수법이다. 이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교실’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교육제도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범죄사건으로 보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이라는 상투적인 매스컴의 논평은 있으나마나다. 이 지경에 이른 교육의 현실을 놓고 다루어야 할 일이다.
비단 입시제도에만 국한될 일이 아니다. 아마도 문제의 심각성을 탐색해 들어가면 왜곡된 시대심성 사회적 환경에 까지 그 원인들이 드러날 것이다. 고시학원의 골방, 핸드폰, 선후배 집단, 사전 모의, 금전거래 등 온갖 요소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사건 자체의 진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제작업’보다도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은 종합적인 ‘특별 보고서’ 작성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 전 사회적 충격을 통해 공유된 분위기에서 이른바 ‘교육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생산적일 터이다. 외환위기 때 위기공유와 해법의 집중화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실증된 바 있다.
우리의 교육문제는 어른들이 제기하고 전문가들이 제공한다. 시장으로 말하면 공급자 시장이다. 수요자들인 아이들과 학생들은 울타리 밖에 서 있다. 그들은 스무 살 쯤 되는 어느 날 시험이라는 걸 치른다. 그리고 자신들의 인생의 한 갈림길에 들어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은 원치도 않은 온갖 고통과 질곡 속을 헤맨다. 입시제도만 해도 몇 번이나 뜯어 고치고 뒤엎고 해 왔는가. 말로는 교육백년이라 하지만 여론에 휘둘린다. 이제는 학부모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있다. 교육 받는 쪽은 들어설 틈 조차 없다. 개혁입법이란 것도 그렇다. 제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주입식이다. 수요자의 의견과 생각이 빠진 교육이라는 제품은 생명력이 길 수가 없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 미래를 감지하는 능력은 어른에게 있을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있을까. 집단 커닝 속에서 우리는 제도에 대한 ‘반란행위’를 판독해 내야 한다. 법과 규칙과 제도에 대한 반란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보면 섬뜩하다. 아이들은 어른 세계 속에 일어나는 나쁜 행위도 따라한다. 비록 더 쇼킹한 응답이 나오더라도 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제도와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들을 물어야 한다. 바로 그럴 때가 왔다. 기상천외의 집단적 커닝을 할 정도로 무섭게 변한 현실을 진단해하지 않으면 더 큰 낭패가 예비될 게 분명하다.
교육개혁은 누굴 위해 마련되는 것인데 지금 ‘교육이 다 끝난’ 쪽에서 틀을 짜며 한 마디 의견도 수요자들에게 묻지 않고 있다. 이번 것은 형사사건이 아니다. ‘교육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