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교육인적자원부와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이 긴급히 당정협의를 가졌다. 이 회의 참석자들은 서울대가 발표한 통합교과형 논술이 “변형된 본고사”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한다. 단계적 제재조치와 함께 필요하다면 이른바 ‘3불 정책’의 법제화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정리됐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들은 7일 오전 정운찬 총장 주재로 주요 보직교수들이 대책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서울대측은 당정협의의 결정이 ‘오해의 산물’이며, 자신들의 입시안이 교육부의 방침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공동대책위를 꾸려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고사 부활저지 및 입시경쟁 철폐’를 요구하며 교육부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였다. 이들은 특히 “서울대의 전형계획이 현행법을 어긴 범법행위이자 교육부의 동조 하에 이루어지 행위”로 규정하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딱한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모습이다. 서울대가 2008년도 입시안을 내놓자 ‘긍정적’이라 평가하고, ‘통합형 논술고사가 사실상 본고사’라는 문제제기 등에 대해 서울대를 옹호하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발언이 있자마자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교육혁신위원회가 “서울대 전형계획이 새 대입제도의 취지와 거리가 먼 게 아니냐”는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하였다고 한다.
급기야 교육부총리는 7일 “공교육이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내신을 중심에 둔 2008학년도 입시안 골격을 지켜 나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게 된다. 교육시민단체 대표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의 일이다.
2008년 대입제도안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 생각은 전혀 없다. 내신 위주의 입시 전형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빼고는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는 있는 방안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 대입제도안이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느닷없이 의제화되어 진통 끝에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입시제도를 통해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게 솔직한 태도이지 않을까.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악무한적인 서열경쟁과 학벌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그런 절망감은 더욱 깊어진다.
일찍이 대통령은 “우수한 학생을 키우는 일보다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는 데만 치중하는 일부 대학의 욕심이 우리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언명한 바 있다.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한 얘기로 이번 ‘서울대 사태’는 이 같은 잘못된 관행과 기득권 강화의 연장선상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문제는 주무부처와 대통령 참모들의 처신이다. 수수방관하다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대입제도에 대통령이 ‘전면전’을 치르게 하는 형국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교육부나 청와대 참모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전면전’은 참모들의 몫이고, 중재는 대통령의 몫이지 않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강이 해이해지고 역할을 구분할 줄 모르는 지도력이 성공한 예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