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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칼럼
장세진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장세진 칼럼]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교수평의회와 사립학교법
장세진 / 본지 전문위원, 인하대 교수협의회장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의 전초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상황이 대화와 절충을 어렵게 한다. 사립학교법이 초중등학교와 고등교육(대학)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는 것도 차분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또한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개방형 이사와 감사제도, 교사(교수)회와 학생회의 법제화, 운영위원회(평의회)의 심의기구화, 임원 취임요건 강화 등을 포괄하고 있어서 차분한 분석을 어렵게 한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교수평의회의 법제화가 시급하며 중요한 최소한도의 요건임을 지적해 두고 싶다.

우리나라의 교수협의회는 1980년대 민주화의 과정에서 창설되어 총장이 소집하는 교수회의를 사실상 대체하였다. 이는 군사독재 시절, 이사장-총장-교수회의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 하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양심의 소리를 결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에도 교수협의회는 임의단체 또는 임의기구로 남아 있으며, 총장이 소집하는 교수회의는 전혀 열리지 못하고 임명된 학처장들의 모임인 교무위원회가 모든 의결을 대신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공식적으로 교내의 의견수렴은 더욱 비민주적이 되었으며, 교수협의회는 임의기구로 괴리되어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이 점에서 인도와 일본의 교수협의회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인도의 교수협의회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교수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수들의 권익 보호와 아울러 인도 고등교육정책의 수립과 운영, 나아가 국내외의 민주성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그 활동범위는 천안문 사태, 인도 정부의 근본주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항의에까지 미치고 있으며, 전 교수가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 이에 비하여 일본의 교수협의회는 교직원 노조의 교수분회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활동범위는 주로 협상에 의한 임금과 근로조건 향상에 국한되어 있다. 일본국립대학의 독립법인화에 따라 국립대학의 교수협의회도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갖게 되었다. 역사적인 이유로 적지 않은 교수들이 가입을 회피하여 가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느리지만 현행 법제도의 기형적인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국립대학은 이미 교수협의회를 공식기구로 인정하고, 교수회의를 통하여 중요한 사안을 협의하며, 나아가 총장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80%를 맡고 있는 사립대학은 어떠한가? 연세대, 고려대, 영남대, 동아대를 비롯한 몇몇 사립대학들은 개별적인 투쟁 또는 협상을 통하여 국립대학 교수협의회와 유사한 위상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은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는 구성원의 창의력과 에너지를 결집할 기구를 갖지 못한 채 교무위원회와 교수협의회의 기형적인 갈등과 괴리가 지속되고 있다.

당연히 일부에서는 일본과 유사한 교수노조의 움직임이 있다. 노동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의 형태로 교수협의회를 조직하고, 이를 통하여 현재의 법적 제도 아래서 교수의 권익 및 국내외의 사회 현안에 대하여 교수집단의 입장을 대변하자는 움직임이다. 그렇지만 일부교수들은 교수노조 움직임과 전국적인 연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수도 노동자임에는 틀림없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표방하기에는 교수집단에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이다. 따라서 교수노조의 참여율은 일본의 경우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의 법제도는 교수집단에 어려운 결정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 구성원의 여론수렴, 창의력이나 에너지 결집의 공식적인 채널이 없는 현재의 갈등과 괴리 상태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참여율의 희생 아래 교수노조의 기치 아래 연합하는가의 선택 말이다. 필자는 적어도 법제도는 이러한 갈등과 괴리를 또는 어려운 선택을 방치, 조장,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최소한 교수평의회의 법제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세진 칼럼 | 입력 : 04-11-24 오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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