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연구물 중에선 국가정책 입안이나 결정에 일조하는 자료가 있는가 하면 일회용이나 장식용으로 그치는 자료도 허다하다.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고 연구자의 노력이 투입된 이 자료들이 단순한 ‘일회성 보도용’이나 ‘업적성 장식품’으로 전락되어 소모되고 있다면 정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폐단을 막고 이 연구물들이 국가정책결정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두 가지 핵심 문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연구자 개개인이 해당분야에 대한 기초연구나 응용연구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풍부한 전문지식과 다양한 연구방법을 터득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 논리적 사고와 조직적인 분석력 그리고 세심한 관찰력과 미래지향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연구원들이 비판적인 분석력과 창의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관장의 확고부동하고 엄정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기관장의 리더십은 기관의 설립 목적과 사명에 입각하되 기관이 국가정책입안과 결정에 올바르게 이바지 할 수 있는 경영의 기본 방향과 기능을 책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발휘되어야 한다.
만일 기관장이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언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거나 거센 정치적 힘에 주눅이 들어 언론인이나 정부 관료의 눈치를 살피며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여 졸속적이고 편향적인 경영 방침을 고수한다면,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기관장의 ‘충복(?)’으로 변질되어 기관장의 사심대로 언론과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연구물’만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관은 연구의 자율성을 상실한 정부의 시녀로 전락되어 국가의 정책결정을 무조건 호도하거나 국가의 잘못된 정책결정을 추종 혹은 묵인하는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다.
국책기관이 정부의 충복으로서의 역할만 이행하려 한다면 이는 국민을 기만함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원을 ‘일회용 페이퍼’나 ‘장식용 보고서’를 생산하는 무용한 식자로 전락시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연구원 개개인이 올바른 사명과 소신을 가지고 유용하고 질 높은 연구보고서 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연구자로서의 태도를 지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설혹 정부의 정책방향과 다른 연구결과가 나왔더라도 일반 국민에게 공헌할 수 있는 연구결과라면 이를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비단 이런 일은 국책연구기관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대학에서도 각종 국가정책연구과제를 수행할 때 정치성을 의식하여 연구자의 편견을 가지고 탐구한다든지 국가정책과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도출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면 연구자로서 혹은 학자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정책보고서든 연구보고서든 일회용이나 장식용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정책을 입안하거나 결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연구물로서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활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값진 연구물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