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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 칼럼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김용일 칼럼] 한국해양대 교수
우리 대학의 미래를 생각한다
김용일 /본지 전문위원 한국해양대 교수
대학사회가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시안)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수도권대, 지방대 할 것 없이 “변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온 터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모두가 우물쭈물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다른 무엇보다 대학 미충원률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버텨보려 해도 버틸 근거가 상실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2004년 현재 지방 전문대의 경우 28%에 달하는 미충원률을 기록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실로 충격적인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년제 대학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 4년제 대학의 미충원률이 16%에 달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훨씬 심각한 양상(전남 33%, 전북 29.1%, 강원 24%)이다.

게다가 2003년 현재 수능성적 상위 4% 이내 학생의 66.8%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다는 보고다. 수도권과의 거리에 의해 대학의 서열이 결정된다는 세간의 자조적인 분석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학벌사회를 지탱하는 서열화된 대학체제가 우리 고등교육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 진학률(2004년 현재 81.3%)이라는 양적 성장 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 심각하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초ㆍ중ㆍ고의 그것에 비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런 마당에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교육여건을 외국과 비교해서 무엇하랴.

우리 대학의 구조개혁은 불가피하다. ‘시장논리’에 기초한 대학설립준칙주의 등 대학 남설로 귀결된 정책의 실패가 너무 뼈아프다. 출산률 저하 등에 따른 학생자원의 자연 감소추세는 교육정책만을 가지고서는 어찌해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결국 우리 대학은 이미 가혹한 ‘시장적 구조조정’의 과정에 접어든 상태다. 정부의 ‘정책적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란 뜻이다. ‘시장적 구조조정’의 무차별성과 비교육적인 결과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대학의 미래를 기약할 방법은 없는 걸까?

공급과잉과 열악한 교육여건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 설립ㆍ운영자의 이윤동기와 정부의 정책 실패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학이 대학다움을 잃고 ‘장삿속’에 의해 지배된 지 이미 오래다. 80%를 상회하는 고등교육의 사부담률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는 걸까.

‘2004년 OECD 교육지표’에는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일부터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담겨있다. 2001년 현재 학생1인당 교육비에 관한 통계치가 바로 그것이다. 구매력환산지수(PPP)로 우리 대학은 6천6백18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OECD 국가 평균은 1만52달러다. 공적 투자에는 한없이 인색하고, 대학경쟁력이 있느니 없느니 서로가 ‘네 탓’을 일삼아온 결과다. 기업과 정부 모두 깊이 반성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장적 구조조정’과 함께 ‘정책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 가혹한 구조개혁의 ‘시련’을 감당할 각오를 하고, 대학교육의 근본부터 재정비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대학구성원 모두가 오로지 ‘돈벌이’에 내몰리는 작금의 사태를 바로 잡지 않는 한 우리 대학의 미래가 없다. 대학이 대학다움을 회복하고, 개인의 성취가 부와 권력의 독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일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먼 길 같지만 그것이 정도다.

김용일 칼럼 | 입력 : 04-10-18 오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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