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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의 어원산책<19> 왕신단지
질병ㆍ액운 막는 귀신을 모신 항아리
번거롭고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잘 모셔야 할 인물이나 대상을 일컬어 예로부터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이고 저 왕신단지야!’ ‘저 왕신단지를 어쩐대?’라는 말로 자주 사용하였다. 여기에 쓰인 ‘왕신단지’에서 ‘왕신’은 ‘조왕신( 王神)’의 준말이고 단지는 조왕신의 신체(神體)를 담아 모시는 항아리의 일종인 단지를 가리킨다. 그런데 여기서 조왕신( 王神)은 부엌을 관장하는 가신(家神), 화신(火神)으로서 조왕각시라고도 부르는 여성신(女性神)을 일컫는데 집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계하는 재산신이기도 하다.

이 조왕신에게는 삼신처럼 육아를 점지시키는 기능이 있고, 아녀자들에게는 삼신과 더불어 성주신 다음으로 중요시된다. 조왕신에 대한 신앙목적은 가족들의 질병과 액운을 막기 위해서이며 삼신은 육아를 점지시키는 기능을 가진 반면에, 조왕은 태어난 아기의 건강을 비는 것으로 되어있다.

조왕신의 신체(神體)는 조왕중방이나 불교의 부적과 같은 형태를 취하여 신체로 하는 경우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작은 오지 뚝배기에 물을 담아 주로 부뚜막 위 솥의 뒤쪽 바로 벽에 모셔진다. 그러기에 여인들은 조왕신을 부뚜막 귀신으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사를 지내는 날은 특별한 날이 없고 정화수를 매일 아침 한 주발 떠다 놓으며, 명절이나 제일이 되면 향을 피우고 음식을 놓는다. 제를 주관하는 사람은 그 집안에서 가장 연장자가 되는 부녀자로서, 그들은 조왕을 가장 무서운 신으로 여기며 산다. 왜냐하면 그것은 조왕이 육아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집안의 재산까지도 관장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조왕신이 모셔지는 옛날 한국의 부뚜막은 가옥 구조상 활용빈도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은 매우 좁았다. 그럼에도 이 좁은 공간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왕신단지(조왕신단지)를 모셔 놓았으니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만약 이것이 불편하고 귀찮다고 하여 다른 곳으로 치우거나 소흘히 다루면 ‘동티가 난다’는 속신(俗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좁고 불편하지만 이 왕신단지를 가장 중요한 자리에 모실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유래된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4-10-11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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