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내내 대학정책의 최대 이슈는 지방대학발전이었다. 이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의 맥락 안에서 취급되었고, 일년 내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대학들은 지...
그런데 이 일이 대학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지금 왈가왈부 논의가 한창이다. 8.15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이 과거사 규명을 언급한 것도 그렇고, 이어서 국방부와 국정원이 시민단체등으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이를 보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반대하는 것도 그렇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밝힐 역사가 있으면 그것은 우선 대학 소관이고 , 밝힐 역사가 없다면 반대고 뭐고 할 것없이 대학의 연구성과만 바라보고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전문가들을 제쳐 놓고 아마추어들 세상인가?
그러나 비록 방법론의 오류는 있지만 아마추어들이 이렇게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 중병 환자를 병원의 전문의들이 외면하고 있으면 아마추어들이 민생요법으로라도 고쳐야 하니까.
사실로 우리 국민 다수는 식민지 시대의 가장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나 8.15 이후 친일 세력들이 활개친 군정 시대와 이승만 때까지 그리고 군사정권의 역사에 대해서는 막연한 단편적 지식만 있을뿐 실제로는 지극히 무지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신들이 얼마나 우리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지조차 모르고 있다. 우리는 대다수가 고교나 대학에서 이것을 제대로 배운 일이 없고 비리 정권과 유착된 편향적 정보에 의해서만 오랫동안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말을 부인하고 싶다면 다음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잇다.
서울대 사학과에 근현대사 전공교수가 처음 채용된 것은 작년 2학기이고 고려대도 비슷하고 연세대는 좀 낫지만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 대학의 교수들 대부분은 이 분야에 대하여 최근 얼마 전까지도 연구를 거의 안 했고, 일부 극소수의 박사과정생들은 정열을 쏟았어도 대개는 교수 길이 막혔고, 자칫 검찰에나 불려 다녔고, 따라서 근현대사를 바로 알고 쓴 국사 교과서도 나온 일이 없고, 바로 가르칠 고교 선생을 대학에서 교수가 길러 낸 일도 매우 드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누구한테서 무슨 역사 공부를 했단 말인가?
이 나라의 교육당국은 입시 제도와 대학의 필수 과목 문제등에서도 역사 공부는 영역밖으로 밀어내 버린지 오래다.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더 있다. 그래서 스스로 진실을 밝혀 나간 고교 교사들은 고난의 길을 밟든지 아니면 임금님의 귀에 대한 발설을 못해서 병들어 죽어가는 복두장 신세가 되어야 했다. 그러니까 우리 국민 다수는 역사에 대해서 무지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해방후 군정 때부터 친일파 다수가 문교부 요직을 장악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밝은 역사 앞에 나올 수 없는 다수의 역사적 범법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규명은 교수들의 연구 차원이 아니라 조폭과의 전쟁이 되어서 지금도 저 지경이다.
그러나 전후 사정이 그렇게 되었더라도 과거사 규명은 검찰이나 정치인들의 문제이기 전에 당연히 학문의 영역이다. 그리고 비록 전공교수는 소수지만 그들이야 말로 지금까지 확실하게 학술적 입증자료를 통해서 과거사를 밝히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참된 연구를 위한 어떤 지원도 생각해 보지 않은채 일본군 소위까지냐 아니냐나 따지는 우스개짓들 그만하고 정부가 역사 앞에서 이제야 말로 정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부터 깊이 생각해 봐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