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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위원회' 제대로 하자<엄기형 한국교원대 교수>
진단 교육인적자원부-2부 교육시스템 제대로 작동되나
교육부와 합리적 역할 분담 재조정 절실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종잡을 수가 없다.” 교육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공교육 정상화', '참여와 자치 강화'라는 초기의 개혁과제는 자취를 감추고, '대학의 산업화' 같은 경제논리만 강조되고 있다. 교육정책의 혼선 뒤에는 '이상주의' 교육혁신위원회와 '현실주의' 교육인적자원부의 거듭된 충돌이 있었다. ...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육정책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운용할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핑크빛 이상만 있고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안을 주장함으로써 되레 교육부 정책의 발목만 잡았다. 두 주체가 시각차를 좁히려 노력했으나 정책방향을 잡기 어려웠다.”(신동아, '05년 5월호)

일종의 ‘교육혁신위’ 무용론(無用論)인 셈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03년 7월 31일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는 교육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독점할 만큼 비대해진 교육부의 권한을 견제하는 기구로서 출범하였다. '교육대통령'을 자임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서둘렀어도 '교육개혁위'가 대통령 취임 후 1년만에 출범한 전례에 비추어 보면 5개월만의 발빠른 대응이었다.

‘혁신위’의 인적 구성은 과거의 대통령자문기구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중앙'인물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지방'중심의 '낯선 얼굴'들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노 대통령이 '회심의 카드'로 택한 인물이 당시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 전성은 위원장이었다. 한국 대안교육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그의 발탁은 현장경험과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를 높이 산 것이었다. 경북대 교육학과 김민남 교수(전 ‘혁신위’ 선임위원)를 비롯한 나머지 21명의 위원도 '지방'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이렇듯 '순진한' 계산은 결과적으로 ‘혁신위’를 무력화하게 만들었다. '서울중심주의'는 극복돼야 하지만, 전국적 정책네트워크가 없는 ‘혁신위’ 위원들이 ‘참여정부’ 출범 전후로 급격하게 분출하는 교육계의 갈등을 조율하며 정책을 기획?입안하는 데에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 보고서(I)에서 제시된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핵심기조를 추진해 갈 중심축으로 설정한 것이 사실상 ‘혁신위’였다. 하지만, 주요 교육정책을 ‘기획’.‘수립’하고, 교육부?정당?청와대?시민사회 등과 ‘협의’해 교육개혁을 주도해야 할 ‘혁신위’는 기본적인 주요정책과제 설정에서조차 준비성 부족과 역량 결함으로 초기에 너무 시간을 끌며 스스로 진을 뺐다.

출범후 새로운 용어와 개념을 구성해 가며 정책적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면서, 국립대 공동학위제?교육이력철?교과서 자유발행제 등의 도입을 제시하였으나, 교육혁신 로드맵 주도를 놓고 교육부와 번번이 엇갈린 '파워게임'은 그 해 12월 1일 대통령에 대한 내부보고를 기점으로 일단 '혁신위'의 패배로 끝났다. 수 차례의 부정적 정보보고에도 참고 기다리던 노 대통령이 ‘혁신위’ 위원 구성과 보고안[교육혁신 로드맵] 내부협의 여부 및 제안의 실효성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전성은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 위원들은 초.중.고등 공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교육의 전체 시스템을 바꾸길 꿈꿨다. 현행 교육제도의 완전한 수술 없이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위는 대선공약을 일단 완전히 제쳐놓았다. 출범 초기 노 대통령은 혁신위에 대입제도 개선안과 사교육 대책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혁신위는 '사교육대책을 만들 의지도, 만들어낼 역량도 없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혁신위는 당면 이슈나 현안이 아닌, 학벌주의.경쟁 타파 등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변화에 골몰해 있었다.“ 박도순 혁신위 2대 선임위원의 회고다(신동아, '05년 5월호).

이는 “혁신위가 초기에 설정한 과제는 취지는 좋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주요 공약이나 인수위의 과제와 거리가 멀었고, 교육개혁세력과 국민의 요구에서 벗어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개혁의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교육부에 대한 무지 또는 이해부족에서 온 불신만을 내세워 교육부개혁을 내세웠으나 그마저 시도도 못해 보았다. ‘자신도 잘 알지 못하고 상대도 제대로 모르는(無知彼 無知己)’ 낭만적 급진주의나 순진한 이상적 개혁주의라고 여겨지기까지 하였다. 어찌 보면, 교육부의 반대 이전에 스스로의 역량 부족을 드러낸 셈이었다.

교원평가제 도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까지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 교육정책이 ‘갈팡질팡’에다 ‘되는 일이 없고 해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허비하는 등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지적하고는 한다. 확실히 ‘참여정부’의 유행어대로 그 많은 로드맵이 나왔지만, 교육혁신 로드맵은 실종되었다. 교육개혁의 청사진은 나오지 않고 각론인 ‘사교육비 경감방안’이 먼저 제시되어 정책목표화하는 등 정책의 순서가 바뀌어 버렸다. ‘참여정부’ 교육개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참여정부’는 ‘지도(地圖)’도 없이 무작정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교육정책은 바둑과 같이 포석(布石)과 수순(手順)이 중요하고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의 연계, 정책과정의 합리성과 정당성 확보 등을 고려하여 섬세하고 신중해야 한다.

아쉽기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혁신위’가 한 일은 있다. ‘혁신위’의 나름대로 업적이라면, ‘교육경쟁력’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이데올로기에 대한 ‘교육력’이라는 대안적 담론의 제기, 국정기조인 ‘분권과 자율[사실은 ’혁신‘이어야 마땅함]’ 차원에서의 ‘지방적’ 관점의 필요성 제기,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맞물린 학교 단위 ‘교육기획력’의 중요성, 국가주도 교육과정이 아니라 개별 교육주체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기획력을 강조함으로써 교육의 자율성 확대 제시, 이 차원에서 제기한 교과서 검인정제에 대한 자유발행제, 교과별 평가에 대한 교사별 평가, 직업교육혁신방안의 제시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아쉬움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하자. ‘참여정부’는 ‘혁신위’의 성격과 기능, 나아가서는 법적 근거를 재정립했어야 했다. 인수위 보고서가 구체적으로 제시하였고 교육부도 ‘참여정부’ 대통령 첫 업무보고(‘03.4.9)에서 건의하였으며 열린우리당 제17대 총선공약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교육개혁에 대한 정권을 넘어서는 제도적 안정성을 이참에 확보하고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육혁신기구를 법률기구로 상설화”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러나, 시간과 절차적 번잡함을 빌미로 대통령령에 의한 자문기구로 너무 안이하게 접근하였다. 아울러, 대선공약에도 반영되어 있듯이 원래는 교육혁신기구의 성격이 일종의 ‘사회협의기구’로 제도화되었어야 했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원하지 않던 방식.양상으로 가속화되는 교육주체의 분화와 갈등, 교육당사자들의 집단적 이기주의화와 조직적 세력화 및 방법(론)적 강경주의의 득세,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첨예화와 정치화(政治化), 교육부에 대한 불신과 권위 저하에 따른 혁신 요구 등 교육정책을 어렵게 하는 기반 위에서 쟁점을 공론화하고 협의?조정[중재]하여 실현가능한 정책안을 정리해내며 교육담론을 선도하여 교육부와 국회 등에 연계하며 해결해 가는 방식을 이제는 시도해야 한다.

대선이 있었던 2002년을 풍미했던 ‘붉은 악마, '촛불시위', '노사모' 등 시대적 현상의 핵심가치였던 '자발성'.'참여'.'광장'이라는 지표를 교육정책에 어떻게 접목시킬까 고민해야 한다. 교육문제의 특성상 ’노사정위원회‘ 방식처럼 사회협약기구로까지는 발전하기 어렵지만, 이제는 국민적 교육열기와 광범한, 그리고 엇갈리는 교육욕구를 사회적으로 수렴해 가야 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가 권위와 신뢰를 확보하며 새롭게 자리매김하며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이것도 교육부혁신의 일환일 수 있다. 지금 교육부와 ’혁신위‘에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역할 분담과 기능 재조정이다.

현안중심의 문제는 노하우와 인적자원, 그리고 정책수단을 갖고 정책을 집행해 온 교육부가 맡고, ’혁신위‘는 주로 여러 부처의 이해가 맞물린 사안이나 중장기적인 기획을 맡는 것이 적합하다.

주요한 대통령기구의 업무가 여러 행정부처에 걸쳐 있어 정책의 조정기능이 강조되는데 비하여 ‘혁신위’는 교육부라는 단일 부처에 주로 관련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육부와 국민, 나아가서는 언론, 교원노조?교원단체, 교육부문 시민사회, 국회 등 국가와 시민사회영역을 교육계와 연계?조정하는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관련 쟁점과 담론을 주도적으로 공론화하여 접합점을 찾아가는 대안 모색을 선도해 가야 한다.

“혁신위의 재구성문제는 노무현정부 교육부문 시스템의 난맥상에 대한 진단과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라면서 “특히 대통령직속기구 간 교육부문과제에 대한 역할과 위상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이라도 처음 강조했던 “교육주체의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이라는 ‘참여정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라도 ‘참여정부’ 교육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혁신위’와 교육부, 그리고 교육정책 관련 주체들 사이의 솔직한 대화와 원활한 의사소통, 그리고 한국교육의 희망찾기가 당면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교육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신뢰와 통합의 교육공동체 구축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자면, ‘혁신위’의 제2기 구성을 제대로 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위원장과 선임위원을 제대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말 교육계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 교육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제대로 된 관점(code), 교육계라는 ‘판’과 ‘경향성’, 나아가 정책과정과 정책수단 등을 잘 알아야 하는 등 풍부한 정책경력과 정책네트워크능력, 주체가 인정하는 신뢰성 등이 보태진, 제대로 된 정책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참여정부’(까지)의 교육정책을 제대로 중간평가하고 ‘일감’과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리하며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선도해 가야 하는 ‘혁신위’의 진정한 성공 여부는 ‘사람 찾기’와 ‘위상과 역할 정립, 그리고 그 근거 마련’에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07-11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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