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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호순 칼럼]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회생의 기회를 놓친 언론
장호순 본지 전문위원 /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선거는 스포츠 경기처럼 승자와 패자로 귀결된다. 그래서 선거보도에는 “접전” “열전” “혼전” “공략” “수성” 등 스포츠 용어들이 사용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무승부가 있는 스포츠경기와 달리 선거에선 반드시 당선자와 낙선자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 17대 총선의 가장 큰 패배자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라 언론이 될 듯하다.

선거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선거에 방해가 되는 언론보도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변화요구는 외면한 채 과거의 보도관행에 매몰되어 감성정치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촉매가 되었다.

최근의 한국 언론은 말 그대로 수렁에 빠져있었다. 방송은 시청율 경쟁에 매몰되어 국가적 공론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선거 직전에는 탄핵방송 때문에 정치적 공성성 시비에 휘말려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거기간동안 방송사들은 정책비교나 후보자검증은 회피하면서, 선거운동 중계에 만족하는 듯 했다.

한편 신문은 거의 노골적으로 지지 정당 득표율 향상에 몰두했다. 사실 국민들은 이미 오래전 신문에 대해 신뢰를 포기한 상태이다. 특정정파의 대변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신문은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신문독자 수가 크게 감소한데다, 불공정하고 부정확한 보도로 독자의 신뢰도를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언론에게는 사실상 하늘이 준 기회나 다름없었다.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이번 선거처럼 절실히 필요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과거와 같은 금전살포나 청중동원이 금지되면서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미디어를 통한 선거를 기대했다.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정책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싶었고,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후보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언론은 후보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별 도움이 되질 못했다. 후보자들은 언론보다는 발품에 의존해야 했고, 유권자들은 선거벽보와 선관위에서 보낸 홍보물을 토대로 도장찍을 후보자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언론이 선거보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선거기간 동안 신문이나 방송 모두 선거관련 보도를 톱뉴스로 다루었다. 그렇지만 보도내용은 후보자나 유권자에게나 모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후보자개인이나 소속정당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보도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의 선거보도는 선거운동과 선거판세에 관한 것이었다.

각 지역구에서 출마한 후보들 보다는 정동영, 박근혜, 추미애 등 정당 지도자들에 대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방송화면과 신문지면은 정치인들이 토해내는 자극적인 언어와, 천막당사, 삼보일배, 삭발투쟁 등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조작된 이벤트로 채워졌다. 결국 언론의 선거보도는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도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했다. 선거 막바지까지 부동층이 많았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언론이 이번 선거에서 제 기능을 못한 이유는 모순적 언론구조와 변화를 거부하는 관행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선거는 지역마다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데, 언론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신문과 방송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각기 달리 필요한 선거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지역언론이 아직 미비한 탓이다.

언론의 변치않는 보도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언론의 선거보도는 여전히 후보자를 주인취급하고, 유권자를 종처럼 다루었다. 선거보도는 거의 예외없이 후보자가 주인공이고, 유권자들은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국민을 외면했던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덕분에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반면 변화를 거부한 한국 언론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장호순 칼럼 | 입력 : 04-04-17 오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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