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의 임무와 역할을 논의하기에 앞서,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요구되는 것인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교육적 능력, 경영관리 능력, 행정적 역량, 그리고 도덕적인 덕망을 필요 요건으로 하여 왔다.
먼저 교육적 능력이라 함은 학자로서의 학문적 소양과 자질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나아가 학문에 대한 깊은 배려와 이해를 할 수 있는 자질이다. 다음으로 경영관리 능력이라 함은 대학의 경영자로서 교직원, 시설, 재정 등을 효율적이며 합리적으로 운용(運用)?관리하는 일과 학생의 교육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운영?관리하는 능력이다.
행정적 역량이라 함은 대학조직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도와 감독, 기획과 조정, 통제와 설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끝으로 도덕적인 덕망이라 함은 인격자로서 원만한 인간관계와 포용력 및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법에서도 대학 설립자나 경영자의 역할을 일부나마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6조 1항에 “교육을 위한 시설, 설비, 재정 및 교원 등을 확보하고 이를 운용 관리한다”는 조항과, 동법 제16조 2항에 “설립·운영자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습자를 선정·교육하고 학습자의 학습 성과 등 교육의 과정을 기록·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총장에 관한 구체적인 역할, 자격규정, 책무에 대해선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고등교육 학자인 클락 커(Clark Kerr)의 주장을 참조하여 표준적인 대학 총장의 임무와 역할을 기술하자면, 총장은 대학의 목표를 설정하고 기관과 조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 대학의 조직문화를 계승·발전·창조하는 창조자, 교직원과 학생의 교육·연구·봉사활동을 위한 최적의 환경 조성과 인사행정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자, 교직원, 학생, 시설, 재정 등을 합리적 및 효율적으로 행정·경영하는 관리자, 대학의 학풍이나 전통을 이어가는 계승자. 대학 구성원 및 관련 집단과의 원만한 교류와 갈등 해소를 위한 타협을 이끌어 내는 설득자, 그리고 학문적 자질을 갖춘 학자로서 교육과 연구에 대한 학문의 자유를 옹호하고 실현시키려는 교육자 이다.
지난 세기말엽까지만 하더라도 위와 같은 임무와 역할에 충실한 총장이 이상적인 총장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대학 총장은 대학이 ‘살아남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전문경영자와 설득자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변화의 촉진자,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여론의 선도자, 급변하는 정치적 및 정책적 사안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더 없이 강조되고 있다.
더욱이 당장 대학의 ‘생존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지방 사립대학이나 2~3년제 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해결사로서 위기관리 능력과 정치적 수완이 탁월한 총(학)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생존문제’에 매달리지 않는 대학들 또한 세계화와 지식기반사회화의 흐름에 편승하여 대학의 수월성 제고를 위해 대학의 자본화 개념 확산과 대학의 기업화 기류를 유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지금까지의 학문형·덕망형 총장보다는 경영형·정치형 총장을 더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과연 오늘의 한국 대학에서 바람직한 총장상은 어떤 유형일까? 덕망형 지도자일까? 기업형 경영자일까? 아니면 절충형인 도덕적 경영자일까? 현재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등으로 기로에 선 우리의 고등교육으로선 어떤 유형의 총장이 우리 대학에 가장 바람직하고 적합한 인물인가를 꼼꼼하게 잘 따져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