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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공부나 하라고?
우리사회에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련합)이 가지는 조직적 위용은 아직도 영향력이 큰 모양이다. 최근 한총련 의장으로 당선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의 ‘한총련의 변화, 발전적 해체 가능성’ 발언과 관련해 언론에 비중있게 다뤄진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

한총련은 몇년전 이적단체로 규정되면서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96년 연세대 사태의 치명적 오점(폭력조직의 오명)이 굵어지면서 집중적인 논제 대상이 되었다. 조직 전체로 확산된 존폐논란은 이적단체로 결정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이적단체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정권이 한총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혁, 진보로 대변되는 정권의 평가와 더불어 관심있게 조명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까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놔둘것인가’ 하는 문제를 던졌었고, 강금실 법무장관은 ‘한총련 수배학생의 법적조치’에 관해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선진국대열에 한국이 들어선 이상, 여론을 무시한 정책은 그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한총련의 변화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례를 들면, 기득 보수권들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다. 언론의 오피니언란을 통해, 또는 각종 토론회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한총련은 반성을 해야하고, 내부적인 개혁이 진행되는 것을 필두로, 해체해야한다는 것이 주된 논조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학생의 본분은 학업과 연구에 있지 조직세력화 하여 집단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 보수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기에 한총련도 같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한총련은 그간 행해왔던 폭력적 투쟁과, 사회여론에 상치되는 노선을 고집함으로해서 대중적 지지를 잃었다. 그야말로 한국대학총학생회련합이 아니라 특정대학총학생회련합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학생운동 진영은 한총련을 비롯해 전학련과 그 외 다수의 전문분야 운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변화이고,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진행되는 특징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보수층이 말하는 학업에 우선하라는 주장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실험실에서 그 학업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론을 익혔으면 실제 실험을 하는 것이 연구의 기본이 아닌가. 그렇다면 인문과학,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책으로 배운 이론들을 어디서 실험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사회현실이 곧 학업의 연장이 되는 것이다.

대학의 역할은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들이 기성사회로 나가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대학생들에게 학업에 전념하라는 것은 책만 보고 학교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작년 대선때도 보수층들은 젊은층의 투표참여 열기가 높아지는 것을 상당히 우려했었다. 힘있는 권력층의 안일한 삶의 행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20세대’의 도전이 겁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입시라는 커다란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그러하기에 벌어지는 창의적이지 못하고 정체되는 교육의 질적 측면이다. 오래전, 그들이 배웠던 지식이 지금까지 유용한 양 여기저기 마구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앙칼진 목소리와 편협한 눈초리의 얼굴 모양이 금새 떠오른다.

또다시 화두로 떠오른 한총련은 학생운동의 전면적 재고와 함께 학생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진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계파의 구분을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부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내부 조직과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군부독재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갔음을 깨닫고 학우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21세기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와 같은 대중적 주제를 통한 기성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건전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과도한 영웅주의를 내세워 젊음의 특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

기득 보수권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단단한 논리를 채워나가야 하며 그것의 기본은 학업이라는 본연의 자세를 먼저 소화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이론과 실천을 병행해야지 실천만 앞세우는 구시대적 발상은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새로운 한총련이 말하는 대중적 사업과 발전적 변화의 모색을 지켜보는 이가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인식하자.

지금도 과거의 쓸데없는 이념 대립에 의해 희생되는 많은 피해자들이 떳떳하게 걸어다니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학생운동은 학생으로부터 나온다. 학생들이 모르는 한총련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취업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대학생들은 한데어루러져 노래불렀던 그날의 함성을 그리워할 것이다. 대중의 기반이 있어야 조직은 산다. 갈등의 양축은 먼저 편협한 선입견을 버리고, 타협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차정인 객원기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4-19 오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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