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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재검증 논란 배경과 전망
과학계 위기의식 작용…재검증 쉽지 않을 듯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의 일부 소장파 교수들이 8일 직접 정운찬 총장에게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논문에 대한 재검증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게 된 배경과 향후 서울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여명에 달하는 소장파 교수들이 '후폭풍'을 우려하면서도 '그냥 해보는 식의 건의' 차원이 아니라 '총장의 결단 등을 요구하는' 강한 어조로 재검증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한 부분 = 이들이 황 교수팀 연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체세포와 체세포에서 추출된 줄기세포의 DNA의 지문분석 결과가 너무 똑같다는 점이다.

이들 교수에 따르면 환자의 체세포와 이를 통해 추출한 줄기세포를 추출해 분석하면 '피크'(Peak)의 위치는 같아야 하지만 높이와 모양, 노이즈는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연구 결과에는 높이와 모양, 노이즈까지 너무 똑같아 조작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논문 보조자료에서 5쌍의 같은 사진이 서로 다른 줄기세포 사진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 의혹에 대해 황 교수팀에서 미국의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측에 e-메일을 보내 "사진 일부가 실수로 중복돼 정정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연구 결과에 대한 전체적인 의혹의 눈초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수들은 건의문에서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편집상의 오류가 아니라 줄기세포 사진과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건의문의 배경 = 이번 건의문에는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자들이 향후 절박함이 담겨 있다.

서울대 자연대와 의대, 치의대, 농업생명과학대 등 생명과학 분야의 교수들 중 일부가 최근 MBC 'PD수첩' 파문으로 드러난 황 교수팀의 연구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나 DNA와 관련된 문제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보기에도 누구나 문제를 제기할 만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어떻게든 짚고 넘어지지 않으면 향후 국내 과학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란 위기의식도 팽배해져 갔다. 외국학계에서 이 정도의 의혹을 규명할 자정 능력이 없는 한국 과학계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이 쌓일 경우 향후 국내 학계의 연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뜻을 같이 하는 교수들이 각 단과대별로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지난 7일 10여명의 교수가 공동으로 건의문 초안 작성에 참여한 뒤 동료교수 30여명의 서명을 받아 8일 오후 총장에게 직접 전달하게 된 것이다.

외국 유학경험이 있는 이공계 교수들이 의혹이 제기되면 당연히 일차적으로 연구자의 소속기관에서 검증을 해온 외국 학계의 풍토를 경험한 것도 적잖이 건의문 전달에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사소한 것일지라도 일부 조작됐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어떻게 황 교수팀의 다른 연구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벌써 외국 학술지에서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논문 게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번에 그냥 덮고 넘긴다면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학계에서 인정받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사이언스가 권위가 있다고는 해도 '만병통치약'으로 받아들여지는 국내의 분위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교수는 "사이언스 자체는 직접 연구결과를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논문이 게재됐더라도 100% 믿을 수는 없으며 실제로 몇년 후에 허위로 밝혀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공은 서울대로, 재검증 쉽지 않을 듯 = 서울대 소장파 교수들이 건의문을 전달한 이상 재검증에 대한 결정권은 이미 서울대 본부로 넘어갔다.

서울대 본부는 8일 학장회의를 통해 학장단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한 뒤 내주 초 간부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의 이면에는 사실상 재검증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어 본부 차원에서 재검증을 실시하기로 결단을 내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학장회의는 총장이 의장이 되는 대학 내 최고 심의 자문기구로 대학내의 중요사항을 종합 심의하게 된다. 의결권은 없지만 실제로 각 단과대 학장들의 의견을 대학본부에서 뒤집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게 학내의 분위기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정 총장도 학장단의 신중론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학교 차원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여 입장 정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건의문을 전달받은 뒤 "젊은 교수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재검증을 실시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대가 소장파 교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과학진실성위원회(OSI)를 설치하더라도 이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황 교수 연구의 재검증을 위해서 급히 설치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합)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2-10 오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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