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조희연)가 21일 성공회대에서 개최한 ‘우리 학문 속의 미국 ’이란 주제의 연합심포지엄에서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대학들은 자신이 교육해낸 연구자들을 배척하는 ‘자사제품’ 불매운동을 일관되게 전개해왔다”며 “국내 학위자 중심의 학자 양성 및 충원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한국에서 교수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국내 명문대학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미국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라며 “최근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교수업적평가에서 SCI 등재 학술지 게재 논문이 높이 평가되고 대학들이 외국대학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면서 외국박사, 특히 미국 박사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 박사의 위력= 김용일(해양대)·윤상철(한신대)·정영태(인하대) 교수는 통계적 수치를 통해 우리 학계의 미국 종속성을 실증해 보인다.
주요 대학의 전임교수 현황을 보면 경제학과의 경우 서울대는 32명중 28명, 연세대 29명중 28명, 고려대 20명 중 17명, 서강대는 전임교수 28명 전원이‘미국박사’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 통계에 의하면 10월현재 교육학 분야의 외국 박사학위자 중 미국학위 소지자는 80%에 달한다. 김용일 해양대 교수는 “교육학계에서 미국학위 소지자의 학문적 기여도를 묻는 것은 일종의 ‘불경죄’에 해당한다”며 “자연 학문적 논쟁이 존재할리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및 한국사회학회에 등록된 사회학 연구자 8백72명 중 미국 대학원 학위자비율은 36.4%(3백17명)로, 국내 박사 39.0%(3백40명) 다음으로 많지만, 대학 전임교수 임용률은 미국 박사가 77.6%인 반면, 국내 박사는 57.8%로 가장 낮다.
학위 취득이후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미국 박사는 18.3개월이 걸리는 반면, 국내 박사는 36.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수도권 주요대학의 경우 미국 박사의 67%가 재직하고 있지만 국내 박사는 12.4%에 불과하다.
정치학은 어떨까. 10월말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직중인 49명 교수가운데 48명이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로, 그중 미국박사는 43명으로 외국박사의 90%에 달한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교수 임용시 미국대학 박사가 월등하게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유학은 고급인력의 좋은 직장 취업시 필수조건이 되고, 그럴수록 우리 학문의 대미종속성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주체적 학자 양성 방안은= 신정완 교수는 이같은 미국 박사 중심의 학자 재생산 구조가 우리 학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학문활동의 체험을 공유하지 못하고, 학문적 입장에 따른 학파 형성을 어렵게 하며, 학문적 견해와 연구방법의 획일화와 국내 대학원의 부실화, 유학의 고비용에 따른 연구자의 계층 편중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
따라서 신 교수는 △‘여성 교수 할당제’처럼 국립대부터 ‘국내 박사 할당제’ 도입 △대학원생 학습·연구여건 개선 △해외 지역 전문가 양성 △시간강서 처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교수 임용시 연구능력 평가에서 외국 학술지 게재 논문 실적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기 때문에 외국 학위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연구능력 못지 않게 교육경험과 교육능력이 비중있게 심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가 사회의 문제를 설명할 언어와 이론을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고 외국의 대학에 의탁해야 하는 대학과 사회는 사회의 발전방향에 관한 비전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며 주체적 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