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 수능에서 학원강사 경력의 초빙교수가 출제위원에 위촉되는 과정에서 자격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심사 없이 출제위원으로 선정했으며, 출제참여 교사의 70%가 참고서 집필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7일 2004학년도 수능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밝히고,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윤 부총리는 “수능 관리·감독을 잘못한 책임을 절실히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학교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현행 수능제도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고건 국무총리는 이날 이종승 평가원장의 해임을 임면권자인 최송화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에게 요청하고 후임자 선임을 지시했다.
◆주먹구구 출제위원 선정= 교육부 진상조사에 따르면, 평가원은 출제위원을 위촉하면서 경력 등 사전 검증 절차 없이 서류만으로 위촉, 학원강사 경력자인 P초빙교수를 출제위원에 선정했다. 평가원 내부에서 ‘초빙교수가 출제위원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추천심사위원회를 가동하지 않고, 유자격자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해 수능 출제위원 1백56명중 58%인 90명이 서울대 출신이었으며, 이 가운데 서울대 사범대학 출신이 6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독식 현상은 외국어 출제위원을 빼면 71%까지 올라간다.
올 출제위원중 1명은 8회째 참여한 것을 비롯해 4회 이상 참여한 출제위원이 14명, 5회 이상 6명, 6회 이상은 2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2회 연속 참여한 출제위원은 38명으로, 출제위원 반복 선정에 따른 사전 명단 유출과 특정인의 영향력 행사 등 부작용을 낳았다.
아울러 교사 출제위원 33명 가운데 70%인 23명이 참고서를 집필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출제위원 선정의 공정성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오답시비 및 유사지문 출제= 언어영역 17번 문항에 대한 오답시비에 대해 평가원은 초기에 전문학회 등에 검증을 의뢰하지 않는 등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유사지문 출제 논란에 대해 교육부는 “문항 개발 과정에서 별도의 검증 장치가 없었고 검토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면서도 “영역별 출제위원 전원이 합의해야 문항이 채택되기 때문에 특정인의 의도대로 출제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인터넷에 출제위원에 철학전공 교수 포함, 철학 관련 지문이 출제될 것’등의 내용이 유포된 것에 대해 명확한 진상조사를 위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교육부 대책 = 교육부는 수능 파문 진상결과를 바탕으로 출제위원 선정과 복수정답 시비 및 유사지문 논란과 관계된 자들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또 서범석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내주부터 ‘수능 출제·관리개선기획단’을 가동, 내년 3월까지 수능 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선기획단은 산하에 ‘출제위원선정개선위원회’(위원장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장)와 ‘출제체제개선위원회’(위원장 최운실 아주대 교수)를 두고 △출제위원 선정과정 투명성 강화 및 검증체제 확립 △출제위원 풀(pool) 다변화와 상시 관리체제 구축 △출제위원 자격요건 검증체제 강화 △출제체제 및 검토과정 개선 △출제위원 관리 및 출제 사후관리 개선 등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내달 2일까지 수험생들에게 점수를 통보하는 등 대입 전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남는 의혹= 교육부의 진상조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원강사 경력자의 출제위원 선정에 대한 의혹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아 수능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이 P 초빙교수의 학원강사 경력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이 교육부의 조사 결과이나 P 교수가 국내 최대 인터넷 입시사이트에서 강의한 경력을 몰랐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복수정답이 인정된 언어영역 이외에 의혹이 제기된 3개 문항에 대해서도 "출제위원 및 관련분야 전문가 3명의 의견이 일치되자 관련학회 등에 공식 질의 등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