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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정 총장의 학생들에 보내는 글(전문)
27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총학생회가 본관을 무단 점거하여 학교 행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어온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학교로서는 총학생회의 본관점거 행동이 지극히 구시대적 반지성적이고 학생답지 못한 행위임을 이미 엄중히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물리적 힘으로 의사를 관철하려는 행동만큼 반지성적 행동은 없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캠퍼스 안에서만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 학교는 10여명에 불과한 학생들만이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총학생회의 행동을 지켜 봐 왔습니다. 총학생회가 제시한 요구 조건들에 대해서도 그간 관련 부서에서는 이를 세밀히 검토하여 학교 발전을 위한 문제 제기와 의견들은 학교 정책에 반영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러던 중에 4월 25일 12시경 재단 이사회가 열리기 전 동문회관의 오찬 장소에 총학생회의 중앙운영위원들을 비롯한 20여명의 학생들이 무단으로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학생들은 회의 규정 어디에도 없는 이사회 참관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이로 인해 이사회가 열리지도 못한 채 무산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회의 자료들을 무단으로 절취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자료들의 무단 절취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 후 억지로 돌려받기는 했습니다만, 이런 행동은 학생으로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행동입니다. 이 날 총학생회가 보여주었던 일련의 행동은 이른바 “항의 방문”의 도를 넘어선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습니다.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또한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총학생회의 행동에 대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 회의장에 무단으로 난입한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중앙운영위원들이 중심이 되었는데, 이들은 이성호 (사회 4, 휴학중) 윤태영 (경영 4, 휴학중) 김지영 (사회 3, 휴학중) 박상은 (사학 3, 휴학중) 이연지 (경영 4, 휴학중) 한진택 (물리 4, 휴학중) 김용민 (토목환경 4, 휴학중) 박기일 (물리 4, 휴학중) 이수연 (경제 4, 휴학중) 음영소 (불문 4, 휴학중) 최필립 (철학 2, 재학) 박정엽 (경제 4, 휴학중) 외 10여명 이었습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2005년도 회계결산을 승인하고, 아울러 송도국제화 복합단지에 관하여 설명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학교는 송도국제화 복합단지 진행사항을 포함하여 총학생회의 요구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대의기구인 총학생회 대표들에게 당일 오후 3시에 행정대외부총장(송도국제화 복합단지 건설 추진단장)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총학생회측도 이에 대해 동의를 하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본관 무단 점거로 인한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총학생회의 건설적 제안에 대해서는 기꺼이 수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학교로서는 이러한 불법적 사태가 발생하여 참담한 심정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는 우리 연세 구성원들의 미래지향적 비전과 소망을 담고 있는 사안으로, 현재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각도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총학생회는 이 사안에 대해 무턱대고 반대하면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신촌 캠퍼스의 동아리 활동 등에 관한 건설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으나, 무턱대고 논의 자체를 반대하니 이것이 어찌 학교 발전을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총학생회가 총장과 재단에 보내는 질의서에는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등록금 책정에 있어서 네 차례의 장시간에 걸친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열과 성을 다해 학교 사정을 설명하고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을 잘 알면서도, 무턱대고 5% 인하라는 전혀 현실 타당성이 없는 제안을 되풀이 하면서 협의를 무산시키고 나서 모든 책임을 전가하여 학교가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학생들을 무시하고 등록금 책정을 하였다고 이른바 선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말이란 마음이 표현될 때 진정한 것이지 선전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또한 “송도계획이 현 인천시장의 지자체 선거를 위한 것”이라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대학교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대학이 아님은 총학생회를 제외하고는 온 사회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는 우리 학교의 오랜 공간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120년의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원대한 교육 프로젝트입니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경쟁대학들을 생각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여 보안을 유지한 것을 두고 교수님들조차 모르게 “몰래 준비해서 터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극도의 언어폭력을 일삼고 있습니다.

총학생회의 주장 중, “예산과 결산의 차액을 기금으로 적립하여 재단만 배를 불린다”는 주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예산과 결산의 차액을 비교하여 엄청난 금액이 남았으므로 예산만 정확하게 짰다면 등록금을 인상할 필요가 전혀 없었으며, 이를 기금으로 적립하여 재단만 배를 불리고 있고 예산을 뻥튀기 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예산은 단지 미리 예상한 금액을 수치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므로 예산이 결산보다 크다고 해서 실제로 기금이 남는 것이 아님은 설명이 필요없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연세대학교의 재단에는 특정한 주인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재단의 재산을 무리하게 증식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06학년도 등록금 책정 심의 시 학교 재정관련 모든 자료들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라는 학생들의 대표기구가 잘못된 수치를 의도적으로 이용하여 이토록 학교를 폄하해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재단 전입금 문제는 한국의 사학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대학의 전입금 비중 역시 더 올려야 하지만, 다른 대학들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며 수익사업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재단입니다. “재단의 자산 전출이 한 푼도 없다”는 주장도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재단에서 학교로의 전출은 전액 현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산 전출은 당연히 “0”원으로 표시되는 것입니다. 또한 총학생회에서는 “은행이자보다 낮은 재단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주장 역시 토지와 주식 등의 수익률을 계산할 때 가격 상승요인인 자본이득을 간과한 잘못된 주장입니다. 또한 재단이 보유한 토지 중 상당수는 기증받은 것으로 기증의도와 목적에 따라 사용해야지 무조건 현금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올린 연세의 훌륭한 자산을 올해 당장 사용하자는 주장은 오늘날 우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던 선배들의 노력과 연세의 오랜 역사를 경시하는 태도이며, 미래의 후배 연세인도 배려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소견입니다.

한국 사학이 안고 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연세대학교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 복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노력을 펴 왔습니다. 올해도 장학신문고 제도를 통해 장학제도를 확충하였으며, 선배들의 “후배사랑 장학금”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무위원들의 보직수당으로 “제자사랑 장학금”을 만든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로 우리 연세대학교가 한국의 여러 대학 들 중에서 “등록금 환원률”이 가장 높은 학교라는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없는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입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대학생활 기간 중 학생자치활동은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의 사회적 인식과 경험을 연마시키는 좋은 교육적 장치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교는 학생복지처를 통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적극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총학생회가 벌이고 있는 행동은 교육적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와 범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성의 산실인 대학을 정치판으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진정한 마음에서 학교 발전을 위해 제안하는 모든 의견은 충분히 수용하겠습니다. 다만, 학생의 본분을 망각한 집단행동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총학생회도 지금까지 매년 되풀이 해왔던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탈피하여 대학인답고 지성인다운 행동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총학생회는 본관 무단 점거 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학생 본연의 위치로 돌아 갈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이후 교육기관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별도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우리 연세의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본분을 벗어나는 무례하고도 비지성적인 행동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간의 믿음과 신뢰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을 이루고자 노력해온 것이 바로 우리 연세대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우리 대학교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사랑이 넘치고 존경과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배움터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불신과 오만이 싹터 왔다면 이는 우리가 실현해야 할 연세의 정신과 크게 다른 것입니다.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긴장과 대립을 보여 왔습니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학교의 교육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리의 선배들이 지켜왔던 연세 정신이 훼손된다면 이는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연세동산에서만이라도 사랑과 헌신, 섬김의 자세를 먼저 실천하여 이 위대한 연세 정신이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갈 귀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006년 4월 26일

총장 정창영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4-27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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