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들이 최근 경험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들도 강력한 외부 시장의 힘이나 국가 차원의 정책에 대한 대학의 대응 결과이다. 대학 내부의 능동적 의사결정이나 계획에 의해서 대학들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것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수동적인 변화보다는 능동적인 변화가 대학에 더 적합하다거나 대학이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민간부문의 기업조직은 물론 공공부문의 정부조직의 변화와 혁신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 그 만큼 대학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조직이 복잡·다양하고,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기업조직이나 정부조직과 비교하여 내부의 힘에 의한 변화와 혁신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총장이었던 두데스탯(James J. Duderstadt)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부의 힘, 즉 시장이나 정책에 의해서보다는 내부적인 힘에 의한 "전략적인 접근"에 의한 대학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아마 이것은 1980~1990년대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지나치게 시장의 힘에 의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던 반성에서 나온 목소리로 이해된다. 또한 이것은 오늘날 지나치게 시장의 힘과 정책을 쫒아 변화와 혁신을 계속하고 있는 우리 대학들의 10년 또는 20년 후의 반성의 목소리 일 수도 있다.
대학은 변화하는 사회에 봉사하기 위하여 더 큰 융통성과 변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또한 대학이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통과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면 대학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학 변화와 혁신의 전략적 접근이다. 즉, 대학 외부에서 작용하고 있는 시장의 힘과 급속한 변화 그리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공유할 미래의 비전을 설정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전략적으로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인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학습의 과정이나 실험 정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금 우리 대학은 이러한 실험 정신과 학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개별적인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의 분명한 비전과 목표로 묶어내고, 이 비전과 목표를 향하여 대학의 능력과 에너지를 결집하는 한편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학습의 과정이다. 그리고 학습의 과정을 통하여 대학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고 혁신하는 것이 실험이다.
학습의 과정과 실험 정신이 결여된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성공할 수 없으며, 성공을 해도 지속적이지 못하다. 대학의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실감하면서도 외부 시장의 힘이나 정책에 밀려서 하는 변화와 혁신보다는 내부의 힘에 의한 전략적인 변화와 혁신이 아쉬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즉 10년 아니 20년을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학습의 과정을 통하여 내공을 쌓고, 그 위에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실험 정신이 우리 대학에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