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목록
프린트 스크랩
[2003 대학개혁 키워드] 학문이냐, 직업교육이냐
서울대 교수들의 ‘가르침에 대한 성찰’
서울대 교수 40명 육성고백 발간
고시 공부를 위해 아침 7시에 도서관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세븐 일레븐족’이 점령한 대학 캠퍼스. 기업체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며 아우성이고, 정부가 대학교육을 ‘산학일체형’으로 개편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힌 이즈음, 연구와 교육의 최전선에 선 교수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나.

‘가르침에 대한 성찰’. 서울대 교수 40명이 지난 1년간 연구와 교육에 대해 나눈 육성 고백을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가 책으로 엮었다.

“대학생들이 공부 안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다. 세계 유수 대학의 학부생들이 수업과제 자료를 찾고, 교수 연구에 참여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는데, 서울대 학생들은 어학과 고시, 자격시험 공부에 열심이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강명구 소장의 말이다.

한인섭 교수는 말한다. 기업들은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은 2, 3년 후에는 써먹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과거에는 이공계 학생들의 대부분이 물리학과로 몰려가다가 지금은 생명과학부로 몰려가고 있다.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거기에 부화뇌동한 학교, 그래야 연구비가 많이 들어온다며 따라간 교수들이 문제다.”(강사욱 교수)

최영찬 교수는 대학 사회가 하나의 커다란 공장처럼 되어 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연구비를 많이 따오는 것이 능력있는 교수인 것처럼 인정되고, 학생들은 교수의 연구를 위한 부품이나 지식 노동자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대학은 정교수하고 학생들만 있는 구조예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가 없는 거죠. 강의 보조 인력을 충원할 생각은 안 하고 강의만 하는 거죠. 우리 머릿속의 강의라는 건 교수가 강의를 하면 학생이 듣는 것이 전부인 겁니다.”(이태수 교수)

30년전 수준과 같은 인문대 강의실. 그래서 백종현 교수는 말한다. “부실한 책상들을 부수기 전에는 개선을 안해 줄 것 같으니까 제가 먼저 부수자고 합니다.”

학과의 인기가 덜하면 덜할수록 교육의 질은 더 좋아지고(교수 1인당 학생비율이 낮기 때문), 연구환경을 갖췄는가를 평가하기 이전에 논문 편수를 따진다. 평가 지표에 불과한 SCI 게재 논문은 1백%를 평가하면서 한국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은 20%만 인정해 준다.

한 학기에 7천개 정도의 강의가 개설되고 있지만 그 강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나 정보는 전혀 없다. 여기다 사회가 어떻게 변해도 유지 보수만 하고 거의 변동이 없는 학과들, 교수 1천5백명이 모두 총장이어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현실, 10분, 15분씩 늦게 수업에 들어간다고 해서 생긴 ‘관악타임’ ….

"세븐 일레븐 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실험실과 강의실에서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도록 해야 한다.”(강명구 교수)

김광억 교수는 “연구업적은 2~3년에 한번씩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연구 못지않게 교육업적을 평가해야 한다”며 “젊은 교수들에게는 전공과목을 담당하게 하고, 노련한 교수에게는 교양과목 등 종합과목을 담당하게 하자”고 제안한다.

“기술은 5~10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되지만, 백설공주는 계속 보죠. 고전이나 기초에 충실한 교육, 다양한 기초학문 배경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됩니다.”(임경훈 교수)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3-10-14 오전 9:27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