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의 마지막 날이었던 27일 저녁, 아비뇽 시의 중심인 시계광장과 아비뇽 "오프"의 메카인 뗑뛰르리 거리는 뒤풀이를 하는 배우들과 스텝진으로 메워 졌다. 22일간의 긴 공연 일정들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며 연극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이번 연극제는 현지 언론들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서였는지 마지막 3주째에는 표를 구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예약 취소된 몇 장의 표를 사기 위해, 3~4시간 전부터 극장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연극 마니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다양한 연극적 실험도 시도됐다. 상당히 충격적인 실험극을 공연하는 극장앞에 나이 많은 노인 부부들이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몇 시간씩 서있는 모습을 보고 프랑스에 깊게 자리잡은 연극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이·성별·국적을 초월한 연극인들의 열정과 그에 못지 않은 관객들의 정열로 메워졌던 아비뇽은 내년을 기대하며 3주간의 일정을 마감했다.
연극제 기간 중에 아비뇽 무대와 거리에서 한국 공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기억이었다. 연극제를 취재하느라 여기저기 다니며 지쳐있을 때 멀리서 들려오던 사물놀이의 느낌은 남달랐다. 이들이 바로 아비뇽 거리극에 참가한 한국 대학생팀 ‘아리코리아’였다.
김형준(중앙대 연극)·오대석(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등 대학생 5명으로 구성된 ‘아리코리아’는, 세계일주를 하면서 거리극을 통해 한국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외국 문화를 배우는 ‘문화탐험대’. 지난 4월부터 장장 4백일간의 일정에 올랐다.
이들은 보통 사물놀이와 마당극을 함께 공연해왔는데, 멤버 중 한명이 병이 나 귀국하고 새로운 멤버로 대체되는 바람에 아비뇽에서는 사물놀이만 공연했다.
김형준 군은 “예비연극인의 입장에서 세계연극인들의 축제 마당에서 우리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 뿌듯했지만 지금까지 힘든 일정을 함께 한 친구가 병이 나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베트남·캄보디아·태국·네팔 등을 들러 아비뇽에 왔으며, 앞으로는 에딘버러 연극제를 거쳐 아프리카·미주대륙을 횡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내 팀으로는 유일하게 아비뇽 오프 무대에 서 현지 언론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노틀극단’은 세계 각국의 연극 마니아들에게 한국적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