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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시몬스 브라운대 총장
'경쟁력'은 창조ㆍ혁신적 교육에서 나온다
교육기관별 시스템ㆍ내용 다양해야 요소별 인재 배출
디지털은 교육기회 확대 의미...여성 사회참여 '필연'
< 루스 시몬스 브라운대 총장은 ‘대학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대학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대학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몬스 총장은 ‘사람’에 대한 각별한 희망과 기대를 드러냈다. 그가 생각하는 대학 경쟁력의 핵심 역시 ‘인재’였다. 미국이 각국의 인재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급속히 발전했듯이 대학들도 지역을 초월해 다양한 인재들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총장으로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중시했다. 학생들을 보듬는 ‘선생님’으로서의 역할과 사회 조언자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소수민족과 여성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학자로서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서도 ‘필연적인 과정’임을 강조하고 한국 사회도 이에 대비할 것을 요구했다.

시몬스 브라운대 총장과 이인원 본지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과 미국의 고등교육'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한국에서 본격적인 고등교육은 서양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겠습니까.

“‘역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겨나 역사가 매우 짧죠. 훌륭한 대학들은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현재 최고의 위치에 있는 대학이라도 이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영예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 정부는 대학교육에 개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의 대학들은 연방정부에 의해 지시받거나 감시당하지 않습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가지고 발전하죠. 다양한 사람들을 가르치려면 교육기관도 다양해야 합니다. 이때 정부가 대학에 압력을 가하고 재단하려 든다면 개개인의 선택은 무시될 겁니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인재들을 모으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대학은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 한국에서는 ‘대학 경쟁력’이 화두입니다. 본사도 올해부터 ‘대학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학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동감합니다. 대학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죠. 미국에서 ‘발전’은 ‘고등교육의 확대’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발전하면 국력이 발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고등교육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유용함을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생산력 증대로 이어지곤 하죠. 이 과정에서 특정 학문분야는 경제발전과 직결되거나 ‘창조성’, ‘가능성’을 낳기도 합니다.

고등교육을 통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받은 학생들은 무슨 일이든 자신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은 대학을 떠나더라도 세상 어느 곳에서든지 제몫을 해낼 수 있습니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에 있습니다. 오래 전 미국의 교육 분야 주요 인재들은 외국 출신 인사들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 각지의 인재들에게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고, 이렇게 모여든 이들은 미국 발전의 촉매제가 됐습니다. 미국 대학이 다른 국가와 다른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죠.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재를 발굴해 기회를 줘야 합니다.”

-. 21세기 디지털 사회에 어울리는 대학의 기능은 무엇이겠습니까.

“대학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텍스트 재생산을 가능케 한 15세기 인쇄혁명이 교육의 발전에 굉장한 영향을 준 것처럼 디지털 시대 역시 교육에 굉장한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테크놀로지는 교육 기회의 확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학생들은 배우기 위해 대학을 지켜야했지만 지금은 미디어를 통해 집에서도 대학의 엄청난 자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변화에 발맞춰 대학도 여러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누구나 대학의 자원에 접근이 쉬워진 만큼 대학도 사회에 개방돼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 ‘대학 총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학생들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배우는 기쁨을 알게하는 것. 총장으로서 저는 항상 이런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무’도 중요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대학은 결코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기금모금도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학 총장으로서 경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임무는 ‘사회에 대한 가감없는 충고’가 아닐까 합니다. 비즈니스 리더나 정책가 등 타분야의 리더들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 총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언급할 때 미치는 영향력은 큽니다. 이것은 총장들의 특권이자 책무입니다.

-.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을 꼽으신다면.

“미국 고등교육 시스템의 힘은 ‘다양성’입니다. 소규모 단과대에서 2년제 지역대학, 기술대학 등 어마어마한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죠. 이런 다양성은 ‘아이디어 혼합’으로 지속돼 진가를 발휘합니다.

지방의 군소대학에 다닌 학생일지라도 뜻만 있으면 중앙의 명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손을 내밀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단결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을 통해 미국의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지역은 통일된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 그동안 우리 대학은 질적인 성장보다는 양적인 성장에 집중해왔습니다. 이제 양적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고등교육의 질적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데,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양적인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면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회 속에서 다르게 형성된 사람들은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교류 속에서 새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등교육의 질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경쟁력에 바탕해야 합니다. 때문에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죠. 혁신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들만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경험의 폭을 넓히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시험과 학점에 의존하고 교수의 말을 단순히 되풀이만 하는 학생은 가능성이 없습니다.”

-. 우리 사회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낮은 편입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미국조차도 1950년대에는 여성의 교육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여성도 교육받을 수 있다는 개념은 아주 최근에야 생긴 셈입니다. 여성이 교육을 받을 수 있기까지 무려 한세기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과 사회참여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한국 역시 대비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교육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인력들이 생겨났고, 전에는 할 수 없던 일을 개척했습니다. 여성이 일하지 않는 것은 국가 노동력의 낭비입니다.”

<대담=이인원 회장, 정리=김은영·온형주 기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2-10-21 오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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