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라이터와 휘발유통을 가진 국민들
대구 지하철 참사사건의 충격은 말로 헤아릴 수가 없다. 순식간에 벌어진 아비규환의 생지옥. 그런데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지고 희생자 대다수는 그보다 먼저 독가스 매연에 질식되어 쓰러진 것 같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 속에는 학생들도 많았다. 죽지는 않았지만 기적적으로 구제된 부상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런 슬픔 속에도 따뜻함이 있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발생한 대학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대학들이 위로금을 모으고 헌혈증을 모으며 따뜻한 우정을 발휘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애도의 현수막을 내건 대학도 있고 위령미사를 올린 대학도 있다. 참사 현장인 대구의 대학들만이 아니라 전라도에서도 그리고 서울에서도 여러 대학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참사는 참으로 애통한 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나와 너의 장벽을 헐고 가장 따뜻하게 만날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처럼 가장 고통스럽고 슬픈 자리일 수도 있다. 지금 대학가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저 우정과 사랑의 행렬이 바로 그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슬픔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잊었던 친구와 가족과 그리고 성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 대해서도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이번 참사가 그렇다. 대구에서 사건이 터지자 전국 어디보다도 전라도에서 먼저 우정의 헌혈과 모금운동이 일어난 것은 뜻깊은 일이다. 여전히 골깊은 우리 사회 지역갈등의 아집이 저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먼 얘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해야겠지만 우리는 이런 참사가 어쩌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더 엄청난 위기에 대한 경고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왜냐면 우리는 너무도 위기에 대해서 무디기 때문이다. 늘 말하는 안전불감증 얘기가 아니다. 라이터불 하나와 휘발유병 하나만으로도 저 지경인데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찌 될까? 그런데도 요즘 여론 조사에 의하면 북한의 핵시설을 쳐부셔야 한다는 국민이 30프로 가까이 된다. 노무현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걸까?

미운 놈이 되든 이쁜 놈이 되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는 이제는 제발 강대국 장단에 놀아나지 말고 이 땅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 죽으려면 혼자서 죽지 북한을 쳐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여기에 누구보다도 맑은 이성을 가진 대학이 우리 온 민족의 평화를 위해 그 역할을 짊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주필>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2-21 오후 1:42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