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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호순 칼럼]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참혹한 한국언론의 전쟁보도
장호순 /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라크 전쟁 발생 후 방송 뉴스 시청율이 부쩍 높아졌다. 미국의 경우, 일부 뉴스 전문채널은 시청자수가 무려 10배로 늘어났다. 반면 3월 24일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은 역사상 최저 시청율을 기록했다. 그래서 언론은 전쟁을 좋아한다.

심지어는 전쟁도 아닌 것에 전쟁이란 이름을 붙여 살벌한 분위기를 만든다. 입시전쟁, 귀성전쟁, 무역전쟁 등등. 진짜 전쟁이 나면 언론은 더욱 신바람이 난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전쟁상황을 안방에 전달한다.

이라크 전쟁의 보도 추세는 스포츠처럼 생중계를 하는 것이다. 최첨단 위성 덕분에 폭격현장과 전투현장이 직접 중계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중계와 스포츠중계는 엄청나게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재산이 파괴되는 재앙과 사각 철기둥 사이에 작은 공을 집어넣는 축구경기가 어찌 같겠는가.

중계형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많다. 스포츠중계는 대결상황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경기장 전체를 보여주기도 하고, 개별선수의 묘기를 가까이 보여주기도 한다. 상대편도 보여주고 우리편도 보여준다. 그래서 경기장에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상세하게 TV를 통해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쟁중계는 일방적이고 단편적이다. 전 세계 언론이 이라크에 몰려있지만, 어느 언론사도 도대체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뉴스의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을 위해 고도로 훈련된 언론인들이 목숨을 걸고 취재한 기사와 화면이지만 신뢰할 수가 없다. 우리편만 보여주고 다른 편은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 중계나 전쟁보도는 정확할 수도 객관적일 수도 없다. 미국 측에서 본 전쟁, 혹은 이라크 측에서 본 전쟁일 뿐이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전쟁이 끝나봐야 알 것이다.

미국의 여론전략을 보자. 1991년 걸프전이나 재작년 아프간 전투에서 미군은 언론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했다. 언론의 힘을 빌어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전쟁의 명분이 비교적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전쟁은 미국 밖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내에서조차 여론의 지지가 확고하지 못했다. 우호적인 전쟁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부시행정부는 6백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을 전투부대에 배속하여 전투장면을 취재하도록 허용했다. 물론 전쟁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여론을 조종하려들기는 이라크도 마찬가지이다. 후세인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이라크 방송과 아랍권 위성 TV를 통해 미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는 미국 CNN의 독무대였던 중동전쟁보도에 카타르의 알자지라 위성방송 등이 등장했기에 가능해졌다.

빈 라덴의 테입을 보여주어 유명해진 알자지라 방송은 아랍의 관점, 혹은 이라크의 관점에서 전쟁을 보도하면서, 적어도 아랍권에서는 CNN이나 BBC를 견제할만한 언론으로 부상했다. 아랍권 방송들은 무고한 민간 피해자나 전쟁포로를 보여주며 반전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또한 미군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정권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미군의 사기를 꺾으려 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라크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보아야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럼에도 전쟁초기 한국언론은 예전처럼 미국 측에서 본 전쟁만을 일방적으로 전했다. 그 결과 오보를 양산했다. ‘이라크 병사들은 총한번 제대로 쏘지 못한 채’, ‘파죽지세 진군’, ‘전광석화’, ‘바그다드 입성은 이제 시간문제’ 등 미군의 신속한 승리를 장담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민간시설 오폭 줄인 신개념 전쟁’이라며 마치 무기생산업자의 홍보물 제목처럼 이라크 침공을 묘사하기도 했고,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전자오락게임처럼 전황을 재구성했다. 독자와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언론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은 사설을 통해 “이 침략전쟁의 가장 부끄러운 패배자로 우리나라 언론”을 지목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한국의 방송보도는 전쟁의 참상보다 더 참혹”하다고 개탄했다.

전쟁이 미국이 의도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깨닫고 나서야, 한국언론은 아랍권의 반응이나 반전운동에 뒤늦게나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이라는 가장 추악하고 비극적인 인간의 행위조차 흥미거리로 전락시킨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장호순 칼럼 | 입력 : 03-04-07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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