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폭발적인 반전 시위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파병문제를 놓고 국회에서는 번번이 공전을 거하다가 며칠 전에야 비로소 투표로 파병을 결정하였다. 연일 반전 구호를 외쳐대며 파병 절대 반대를 주장하던 여러 시민단체들은 이번엔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파병철회를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으며, 대학가 또한 이에 뒤질세라 전쟁 반대와 파병결정 철회를 목청껏 외쳐대며 동맹 휴학 결의를 재촉하고 있다.
파병문제를 놓고도 찬성파는 한미상호방위협정과 국익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파는 “명분 없는 전쟁” 혹은 “침략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의 피를 흘리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미 파병을 결단하였지만,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적인 국회의원들은 국민들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여 국론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겨우 며칠 전에야 파병에 대한 찬반투표를 결행하였다.
이런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던 입법세력과는 달리, 연일 가두에서 일부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수많은 대학생들은 적극적인 반전운동 전개와 더불어 파병결정 철회를 격렬하게 외쳐대고 있다. 이러한 세력에 맞서 이들보다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부 전역 군인 단체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파병 찬성을 부르짖고 있다.
과히 혼란스러운 정국이다. 대학가에서도 전쟁 반대 학생 세력이 주축이 된 파병 반대 운동과 나아가 파병결정 철회 시위는 급기야 일부 교수들도 동조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반 소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을 찬성하는 세력과 중도세력 및 다수의 전쟁 반대 세력은 여론을 주시하면서 침묵하고 있지만, 일부 전쟁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평화운동을 명분으로 교실에서 평화교육을 실시하기도 하고, 가두시위를 하면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일부 세력은 삭발을 하면서 의중을 강력하게 전달하고,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거리에서 종교의식을 통하여 반전운동을 주도하고, 일부 과격세력들은 미대사관을 침입하고 맥도날드 간판을 파괴하기도 하면서 행동으로 그들의 주장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파병문제는 이러한 전쟁찬반운동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파병론자들은 전쟁을 찬성하지 않더라도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혹은 국익과 안보를 위해서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병반대론자들은 전쟁 반대와 마찬가지로 명분이 없는 침략전쟁이며, 차후 한반도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되었을 때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명분과 선례를 주지 말자는 것이 그들의 주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일반 소시민이나 보통 대학인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또 어떤 결정이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는 행동하는 자가 침묵하는 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설혹 전자가 소수이고 후자가 다수일지라도. 우리 역사에서도 소수의 권력자 혹은 목청 큰 자들이 다수의 일반 대중과 침묵하는 자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얕보아 왔던가를 잘 알려 주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침묵은 미덕도 아니고 능사도 아니다. 침묵하고 있는 보통 대학인들이여, 과감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여러분들의 생각이나 뜻을 목청 높여 외쳐라! 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처음엔 작은 소리라도 내면서 점차 목청을 높여라. 그래서 상대와 주장을 조율하라.
처음에는 성부(聲部)가 다를지라도 점차 조율하여 다른 상대와 화음을 맞추도록 부단히 노력하라. 그래서 멀리서도 우리의 목소리가 잘 어울려 합창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될 수 있도록 양분된 국론을 하나로 조정하는데 보통 대학인 여러분이 적극 참여하고 노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