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 실험실에 숨어있는 과학자의 진솔한 삶을 만날 수 있는 책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격랑의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과학도로서의 삶과 철학을 한국의 대표 과학기술자 47인이 전한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펴낸 <과학기술인!우리의 자랑>(양문)은 기초학문과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과학기술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과학자로는 드물게 국립묘지에 안장된 화학계의 거두 이태규 박사, ‘과학기술만이 살길이다’는 신념으로 포항공대(현 포스텍) 설립에 열정을 바친 고 김호길 박사. 그는 교수초빙을 위해 지구를 세 바퀴나 도는 대장정 끝에 포스텍을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키워냈다.
과학의 매력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 노기호 전 LG화학 대표이사는 “질량불변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열역학 법칙처럼 과학은 정직하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고 반드시 답이 나오게 돼 있다”고 말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무지하게 열심히 하면서 굶어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본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좋은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안철수 박사는 ‘공동학습과 프로젝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팀워크를 기르고, 전문지식을 갖출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큰 목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가다 보면 길이 보인다. 창의력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일생 동안 반드시 몇 번의 기회는 온다. 운명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계인의 머리에 한국의 헬멧을 씌운 홍완기 (주)홍진 크라운 대표이사의 말이다.
‘인간적인’ 마담 퀴리
‘퀴리 부인’의 둘째딸 에브 퀴리가 직접 써내려간 전기. <마담 퀴리>(이룸)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위대한 과학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퀴리 부인의 열정과 사랑,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인들과 나눴던 편지와 일기 등을 통해 교과서 밖으로 나온 인간적인 퀴리 부인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시골 벌판을 뛰어다니던 어린아이에서 댄스파티의 여왕으로 뽑혀 밤새 신발이 닳도록 춤추던 아가씨, 파리 유학 시절 만나 결혼한 피에르 퀴리와의 러브스토리,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두 사람이 발견해 낸 신미의 물질 ‘라듐’.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후 라듐연구소 설립을 위해 애썼던 나날, 그리고 두 딸의 어머니로서의 삶이 담겼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논문 다섯 편
물리학에 있어서 기적의 해라 부르는 1905년. 당시 스위스 베른에 있는 특허사무소의 서기였던 아인슈타인은 현대 물리학을 형성한 네 편의 과학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여섯 달 동안 물리학의 역사를 바꾼 다섯 편의 논문들을 쏟아낸 것.
워싱턴대 물리학과 존 S. 릭던 부교수는 <1905 아인슈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랜덤하우스중앙)에서 이들 논문의 내용과 의미를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수식은 그 유명한 E=mc2을 제외하고는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알기 쉽게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을 비롯한 그의 업적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 화제의 책
김훈의 <강산무진> VS 도종환의 <해인으로 가는 길>
소설가 김훈 씨와 시인 도종환 씨가 문학동네에서 나란히 신작을 공개했다.
<강산무진>은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 씨가 소설을 발표한지 11만에 내놓은 첫 소설집.
언론인인자 에세이스트, 스스로를 ‘자전거 레이서’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수줍은 소설가인 그는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화장>과 <언니의 폐경>으로 이상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을 섭렵한 온전한 ‘소설가’이다.
대기업 임원, 대학교수, 택시기사, 등대장, 선원, 형사, 복서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전문 직업세계에 대한 정밀하고 적확한 묘사를 선보인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소설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언어로 소설을 써보는 것’이 그의 소설의 배면에 깔린 가장 기본적인 형식충동”이라고 말한다.
책 제목인 ‘강산무진’은 조선후기 화가 이인문의 산수화 ‘강산무진도’에서 따온 것이다. 책 표지를 열면, ‘팔목을 움직여 쓴’(아직도 연필과 원고지를 고집하는) 김훈의 필체를 만날 수 있다.
“벗들아, 이제는 헤어져야할 시간이다…나는 강을 거슬러서 상류로 가려 한다. 모든 낱말과 시간이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그 시원의 물가로.”
3년전 지병으로 교단을 떠나 산으로 올라갔던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 씨가 근 4년만에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을 펴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산방에 홀로 기거하며 세상으로부터 생략되고, 지워진 그 시간을 빈 밭처럼 내버려둔 시인은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며 산속에서의 체험과 사유를 풀어놓았다.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산경’ 중).
‘고통도 아픔도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고 노래한 시인은 “…지금은 바닥이 다 드러난 물줄기처럼 삭막해져 있지만/ 언제가 해인의 고요한 암자 곁을 흘러/ 화엄의 바다에 드는 날이 있으리라/ 그날을 생각하며 천천히 천천히 해인으로 간다” (‘해인으로 가는 길’ 중)고 담담하게 밝힌다.
60여편의 시들이 담긴 이 시집의 인세는 전액 베트남 어린이들을 위한 평화학교를 짓는데 보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