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특정 학벌의 권력독점화는 ‘참여정부’가 바라는 국민화합의 기조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여 참여정치를 열겠다는 근본적 취지에도 반(反)하는 일이다.
새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상생(相生)의 정치’를 바란다면, 특정 학벌의 권력 독점을 과감히 해체하거나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현재와 같이 특정 학벌의 권력 독점이 지속된다면 조선조 당파정치에서 자행되었던 것처럼 공정한 국사논의나 정책결정에 한계를 지니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례로, 지난세대 이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장․차관을 위시한 대부분의 국장직까지도 특정 학벌(서울대)이 장악해오고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 이후의 경우만 보더라도 교육부는 서울대 중에서도 사범대학 출신이 주축을 이루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파벌주의와 연고주의의 문화적 전통을 비추어 볼 때, 과연 지금의 교육부 학벌구조가 사제지간, 선후배지간, 동기간의 학연 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 대사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또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민주적인 정책입안과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역대 정부에서 교육부의 실세들이 다양한 학벌을 지닌 인적구성원들로 이루어졌더라면, 서울대 퍼주기식 '두뇌한국(Brain Korea)21'사업, 기득권 세력에 밀린 법대와 의대의 학부폐지 및 전문대학원제도 도입, 권력실세의 압력에 밀린 국가고시(사법, 행정, 외무)제도 개선, 국가주의적 특정 학벌집단 세력의 아집에 의해 시행착오를 겪는 입시제도 개혁 문제 등이 보다 쉽게 풀리어 오늘날과 같은 교육위기와 파행이 도래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만일 중앙 권력의 특정 학벌 독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참여정치’의 실현 가능성은 구호에 지나지 않음은 물론, 심화 일로에 있는 학벌주의를 더욱 부추겨 학교는 학벌양성소로 전락되고 우리 사회는 학벌신분사회로 서열화 되어 사회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코자 하는 열망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고위공직자들에게 고하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화합 가운데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참여정부’를 실현코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일을 결단코 수행해주길 간곡히 권고한다.
첫째, 특정 학벌의 중앙 권력 독점을 막고, 공명정대한 국가 운영과 다양한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고위공직에서 특정 학벌 독점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라.
둘째, 사회 불평등구조를 개선하고 국민화합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각종 공직이나 직장에서 성, 나이, 지역, 출신학교, 학력, 종교, 인종으로부터 차별을 철폐하고, 소외계층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베풀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셋째, 국가인적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차원에서 지역간, 계층간 균형적인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공직 및 산업체의 인력 채용 시 한시적으로나마 지역별, 출신대학별 인재할당제를 조속히 실시하라.
끝으로, 학벌주의 타파의 일환으로 먼저 공직에서라도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특정학벌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동일 부서 내에서의 동일 학벌의 공직자 비율을 제한할 수 있는 특단의 제도 장치를 만들고, 무엇보다도 근원적으로 학벌주의를 척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회제도와 교육제도를 강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