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하되 어려우며, 찌르되 상쾌하고, 넘어가되 걸려든다. 그들의 문화는 기성의 지렛대. 그들의 형상은 형형하게 두 눈을 부릅뜬 그 무엇이다.
삐비빅.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일단, 대학축제에 국한시켜서 본다면 분명 그렇다.
60·70년대 ‘쌍쌍파티’에서 ‘민중·민족주의’시대인 80년대를 거치면서 이후 대학의 코드는 ‘이탈’과 ‘포스트’ 그리고 ‘속도’로 대변됐다.
2000년대 대학인들은 축제에서 무엇을 이야기할까. ‘그때 그 시절 대동제’와 2000년대 5월 대학축제를 대비시켜 그들만의 풍속도 그 변천사를 읽는다.
나름의 ‘개똥철학’이 사라져 버렸어!
◇ 그때 그 시절 = 대학가요제가 등장하고 ‘쉐그린’ 같은 통기타 가수들이 대학축제의 단골 초청가수였던 것이 70년대. ‘고인돌’ ‘장욱조’ 등 당시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고 사회자의 이름은 단연 ‘장두석’. 이러한 분위기가 8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김수철’이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마당놀이·탈춤공연 등이 대학가에 모습을 드러내고 ‘축제’와 ‘학도호국단’이라는 명칭은 각각 ‘대동제’와 ‘총학생회’로 바뀌었다. 때가 정치․사회적으로 암울했음을 그대로 반영, 대동제는 ‘주(酒)동제’로 둔갑하기도. ‘개똥철학’을 읊조리는 수많은 철학도를 양산하기도 했다.
60~70년대 유교적 권위에 대한 일탈을 추구하던 카니발적 대학축제는 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가 추구되는 90년말부터 다시 ‘대동(大同)’에 대한 저항이 추구되고 있다.
◇ 2000년대 =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서울대의 봄축제. 14일 스타리그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스타크래프트. 2000년 6백여 명의 신청자가 쇄도하며 동네 PC방 예선전까지 치러내면서 이후 대학마다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지난 90년대 끝물 ‘워드 빨리 치기 경연대회’가 대동제에 등장하더니 이내 TV 프로그램에서까지 이를 차용, 사이버 캠퍼스를 더욱 부추겼다. ‘속도’와 ‘즐거움’이 세상의 가치인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영화를 관람하며 채팅을 즐기는 ‘관객참여 영화제’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 신·구 세대를 감별하는 법, ‘문자메시지 빨리 보내기 게임’ 또한 2000년대 대학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성담론, 자유롭게 그리고 파격적으로 얘기하자
◇ 그때 그 시절 = 이화여대 축제는 장안의 화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 바야흐로 60년대. 이대 축제는 양복과 하이힐 차림을 갖춰야만 했다. 이 때의 ‘메인 파트너’는 육사생도들.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된 셈.
당시 여대 축제의 꽃은 흔히 ‘메이퀸’이라 불리는 미인선발대회. 김활란 박사와 한신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지낸 김주숙 박사 등이 이화여대 메이퀸 출신이며, 80년대를 뒤흔든 사채시장의 큰손 장영자 씨도 ㅅ대 메이퀸 출신. 메이퀸 선발대회 때 반주는 육군의장대가 맡았다.
◇ 2000년대 = 자유롭고 파격적인 성담론 또한 대학가만의 특징. ‘마초’(자신의 남성성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보수적인 사람), ‘안티 미스코리아’ 등의 용어가 일상화되면서 대학가 역시 미인대회 패러디행사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마초콘테스트’, ‘안티 미스 숙대 선발대회’ 등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자궁카페’, ‘콘돔서약식’ 등 성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에서 커플최강전까지 40년 걸려
◇ 그때 그 시절 = “우리의 행동을 얽매온 남녀칠세부동석을 기저로 한 한국 전통 도덕률이 사라진 세계에서 새 생활의 방향을 과감히 모색해 보겠다”는 모토 하에 5천여 명의 이화여대생을 초대한 서울대 카니발. 1963년의 일이다.
◇ 2000년대 = 5월은 연인의 달. ‘커플행사’를 위해서는 지형지물을 십분 이용하거나 사회의 ‘맞선’ 양식까지 과감히 도입한다.
대형인공호수 일감호로 유명한 건국대를 비롯해 서울대 등은 커플이 함께 즐기는 ‘보트놀이 대회’를 새로이 부활했다. 또 ‘100 대 100 미팅’은 물론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플 최강전’을 도입한 곳도 있다. 직장 여성들이 캠퍼스 축제현장에 자주 출몰한다는 점 또한 특징.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늘면서 생겨난 새로운 경향이다.
'대동’에서 다시 ‘나 홀로’
◇ 그때 그 시절 = 전야제를 마치면 정례행사처럼 보도블록을 깨서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서야 집으로 가던 시절. ‘꽃병(화염병) 멀리 던지기’가 행사 프로그램으로 당당히 자리하던 80년대. 3백원이면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5백원짜리 막걸리에 취하던, 그 때는 그랬다.
‘막걸리 한 말’이 내걸리면 하루 종일 뛰었다. 학과별 대항 축구시합, 마라톤대회 그리고 영산줄다리기까지. 줄의 지름만 1미터. 이것을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모여 들고 당겼다.
◇ 2000년대 = 우승하면 LCD모니터에 U레일 패스까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프로그램, 여행상품권, 컴퓨터 액세서리 등등. 대학축제의 각종 대회 경품은 이제 수십만 원대의 고가품.
게임소프트웨어 회사, 음료회사, 여행사 등의 상품협찬이 활성화되면서 경품이 곧바로 학생들의 행사참여도를 결정짓는 시대가 몇 년 전부터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