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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틀 깨기, 옷으로 말한다?
정치에서부터 광고까지 숨겨진 의미 찾기
현대사회는 수많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원시사회의 단순한 몸짓언어에서 시작된 소통체계는 미디어를 통한 메시지 전달 형식으로 발전되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신문, 방송, 잡지 등의 매체는 일대일의 직접 전달 방식을 뛰어넘었고, 그것들의 ‘일방적 전달’이라는 한계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로 극복되고 있다.

매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변화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에 적응을 꾀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달자와 수신자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통의 단절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우리의 초등 교육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에 보여지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낡은틀깨기, 옷으로 말한다

얼마 전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개혁당 유시민 후보가 당선되었다. 유시민씨는 국회에서 자신의 의원직 선서를 행하는 날에 정장차림이 아닌 캐주얼차림의 간단한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이를 본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난장판으로 알고 있느냐. 국민을 무시하느냐” 라는 발언을 일삼았고 급기야는 선서직전 퇴장을 해버리는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를 두고 갖가지 보도가 나왔고, 의원들조차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갈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유시민씨의 행동은 어찌 보면 건방진(?) 모습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그런 복장을 하고 자신의 국회 첫 행보를 시작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은 “편한 복장으로 일하고 싶다” 고 말하며 직접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과 옷차림은 국회에 앉아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의사전달임에 분명하다.

국민의 대변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온갖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국회의사당마저 철저한 신분보장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한 현실의 모습 앞에 당당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정작 국민들이 바라는 정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아래 위가 전혀 상반된 색채의 복장은 차라리 흑백논리만이 존재하는 국회를 꼬집어 비판하는 느낌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유시민씨의 옷차림에 앞서 문화부장관으로 임명된 이창동장관의 옷차림도 화재가 된 적이 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캐주얼정장차림의 장관을, 형식을 좋아하는 어른신들이 이해할 리 없다. 이들이라고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겠느냐마는 변화를 위한 퍼포먼스로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보수기득권들에게는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리라.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장관으로 2위에 기록된 이창동 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보면 개성만으로 벌인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어린왕자의 머리는 왜 금발일까?

얼마 전, 서점을 갔다가 어린왕자에 관한 책을 한권 보게 되었다. 여성신문사에서 출판한 이 책은 어린왕자의 이야기와 함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린왕자의 머리는 왜 금발일까요?, 어린왕자는 왜 장화를 신고 있을까요?, 어린왕자가 사랑하는 장미꽃의 비밀” 과 같은 주제를 두고 명화를 보여주면서 답을 찾아간다. 비록 쉽게 풀어쓴 내용이기에 어린이 도서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어른이 읽어도 무방할 정도다. 어릴 적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단순히 순수한 동화의 느낌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새로운 내용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세상은 3차원이라 하더라도 분명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면 굳이 파악할 필요가 없겠지만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의미를 내포하는 것쯤은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똘이장군’에서 보여졌던 왜곡된 북한사람들, 철저한 반공교육으로 한 가지만 배웠던 우리들에게 그보다 더한 소통의 장애는 없었을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교육이 절실하다. 주입식이 아니라 ‘왜 그럴까’하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키워내야 한다. 상상력을 넓히지 못하면 광고조차 읽어내지 못하는 데 요즘 유행하는 광고의 모습은 이러하다.

너, 바보지?

화장품과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 화려한 색상의 자극적 광고. 이런 것들은 일차적 의미 전달의 효과를 노리는 데 치중한다. 이러한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의 정보를 부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식상한 느낌으로 일관될 수 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기 힘들다.

더욱이 사람들의 대화 소재로서는 등장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보여지는 몇 가지 광고를 보면, 스타와 상품간의 결합에서 벗어나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모통신업체 광고에서는 “너, 양 몇 마리 키워?”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데 경쟁통신사에 대한 자극성 멘트, 우월감의 표시와 같은 해석을 할 수도 있으나 제작자는 신세대들의 언어문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대들은 “너, 남자친구 몇 명 있어?”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또, 모의류업체의 광고 속에서 남자배우와 여자배우가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가며 급기야 서로 지나치며 “너, 바보지?”라는 멘트를 던지고 끝난다. 의류와 광고의 주 내용이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오히려 알쏭달쏭한 메시지를 통해 기억되게 하고 대화하게 한다.

“너, 바보지?”는 “나, 너 좋아해”라고 하는데 신세대들의 독특한 감정표현 중의 하나다. 세대를 모르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광고들이다. 물론 이러한 광고는 철저히 전략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는 광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또한 광고에 무조건 먹혀버리는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개성 넘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볼 수 있다. 또한 일관된 스타일의 비슷한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각자가 자기만의 모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자기를 표현할 줄은 알지만, 남의 표현을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성이 넘치다보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문화에 길들여지다 보면 권력 앞에 약해지게 되는데 이미 수많은 경험을 한 바 있다. 정규교육이든 대학에서든 의사소통에 대한 기본적 교육이 제대로 수반되지 못한다면 혼란한 소통체계에서 자칫하면 언어마저 무너질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외계어들이 난무하는 것을 본다. 의사소통은 전달자와 수신자가 서로 알아들을 때만이 그 기능을 다한다. 지금부터라도 신문, 방송에 나타나는 수많은 메시지를 보자. 그 속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속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사회현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지금이 바로 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차정인 객원기자 <경희대 언론대학원 신문전공>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4-30 오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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